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전성기는 이제 막을 내린 것일까. 브레이크가 없을 것만 같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증시하락으로 맥을 못추고 있는 형국이다. 증시 상승기엔 수십퍼센트의 수익률을 안겨줬던 ‘우량펀드’였지만 증시 침체기인 요즘엔 ‘최하’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예전의 명성을 무색케 하고 있다. ‘미래에셋’ 그 이름 하나 믿고 투자했던 펀드 투자자들은 추락하는 펀드 손실액을 보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자산운용의 최강자’ 알고 보니 ‘최약자’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증시가 좋을 때는 높은 수익률을 올리다가, 증시약세장일 땐 증시 대항력이 떨어져 수익률이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펀드평가가 증시가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8월13일까지 국내 39개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이 평균 수익률 1위는 ―11.89%를 보인 한국밸류자산운용이었고, 2위는 신영투신운용(―17.30%)이었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8.09%로 33위를 기록해 ‘자산운용의 최강자’라는 미래에셋의 옛 명성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수익률 최하위 6개사가 대부분 중소형사인 점을 고려하면 대형 자산운용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이 사실상 ‘꼴찌’인 셈이다. 증시 상승기에 항상 선두를 독점하며 인기를 구가하던 때와는 정반대 상황인 것이다.
해외주식형펀드 운용 수익률도 같은 기간에 20위권 밖으로 밀려나 박현주 회장이 최근 해외 언론과 인터뷰에서 언급한 `칭기즈칸 경영론’을 무색케 했다. 해외주식형펀드 수익률은 산은자산운용과 JP모간자산운용이 각각 -11.27%, -14.34%로 1위, 2위를 차지한 반면, 미래에셋은 -33.20%로 25위에 그쳤다.
미래에셋은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국내 및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상위 20위권에 단 한 개의 상품도 올리지 못했다. 반면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 하위 20위권에는 미래에셋이 운용하는 중국 펀드가 10개나 포함됐다. 지난해 8월 설정된 ‘미래에셋차이나인프라섹터주식형자(CLASS-C)’ 펀드는 해당 기간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 50%로 투자금의 절반이 날아갔다.
미래에셋 중국펀드 손실율이 상대적으로 큰 것은 다른 중국펀드들이 최근 주가가 많이 회복됐던 금융업종을 40% 이상 편입한 데 비해 미래에셋은 20% 내외로 투자비중이 낮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래에셋 특유의 ‘몰빵투자’의 부작용인 셈이다. 미래에셋은 중국펀드가 초토화되자 “투자는 6~7년후를 바라보는 장기투자가 정석”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투자가들은 울분을 참지 못하는 분위기다.
수익률 하락에도 옛 명성 힘입어 최대 수탁고 기록
한국펀드평가 정태진 연구원은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는 공격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다른 자산운용사의 펀드보다 시장의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며 “이런 펀드들은 증시가 오를 때는 수익률이 좋은 반면 약세일 때는 수익률이 큰 폭으로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보유한 국내 주식형 펀드의 3개월 베타계수(지수가 움직일 때 종목이 얼마나 민감하게 변동하는가를 나타내는 수치)는 올 2월 현재 1.34로 펀드 운용 규모가 1조 원 이상 자산운용사 중에서 가장 높았다.
하지만 판매사들이 과거 강세장에서 고수익을 올린 명성을 활용해 경쟁적으로 판촉에 나선 데 힘입어 미래에셋은 올해 최대 수탁고를 기록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올해 설정된 공모 주식형 펀드 중 시중자금이 가장 많이 들어온 상품은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 5C-A’로 지난 3월25일 설정 이후 5,736억원이 유입됐다. ‘미래인디펜던스주식형K-3Class A’가 2,484억원, ‘SH더드림러브주식자1(A클래스)가 1,306억원 등으로 뒤를 이었다. 상위 2개 펀드는 지난 수년간 탄탄한 수익률 기록을 쌓아온 미래에셋디스커버리ㆍ인디펜던스 시리즈이다.
약세장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검증된 베스트셀러 상품으로 몰린 것이다. 이들 외에 자금유입 상위에 랭크된 ‘미래에셋브라질러시아업종대표주식형자1 C-A’ ‘신한BNP봉쥬르러시아주식투자_자ClassA1’ 역시 이름은 복잡하지만 결국 미래에셋이 투자하는 브라질ㆍ러시아펀드와 봉쥬르차이나의 명성을 등에 업은 러시아펀드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임명재 홍보실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는 대부분 업종을 고르게 편입하는 경우가 많아 증시 약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며 “증시가 대세 상승하면 수익률이 다시 크게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반토막난 손실에도 운용사만 배 불렸네’
수익률은 까먹어도 과거 강세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린 명성에 힘입어 올해 최대의 수탁액을 기록하며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미래에셋의 수탁액은 올해 1·4분기 말 53조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8배가량 늘었고, 1·4분기 당기순이익은 5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2% 증가했다. 미래에셋 펀드 가입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지만 미래에셋은 운용 보수 등의 명목으로 거액을 번 셈이다. 국내 최대규모 펀드인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는 -30%가 넘는 대규모 손실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고 수준의 보수만큼은 변함없다.
중국 증시 추락이 계속되면서 미래에셋 측은 지난달 말 중국과 러시아ㆍ인도 비중을 축소하고 브라질과 일본 비중을 늘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포트폴리오 조정도 글로벌 증시 하락에 따른 수익률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중국 증시 약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일본 닛케이지수도 6월 초 1만4,500선에서 현재 1만2,000대까지 조정을 받았고 소폭 비중을 높인 브라질 역시 보베스파지수가 최근 두 달 사이에 7만4,000대에서 5만5,000대 밑으로 떨어졌다.
펀드시장 전문가들은 미래에셋 투자자들이 대규모 원금 손실을 본 데는 운용사의 과거 명성만 믿고 `묻지마 투자’를 한 점도 큰 원인이라며 펀드상품을 고를 때는 장기와 단기 수익률뿐 아니라 강세장과 약세장의 운용성적도 함께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용미 펀드 애널리스트는 “자산배분 관점에서 펀드를 선택할 때는 운용사의 투자철학, 펀드의 운용전략 등 정성적인 요소들과 더불어 절대적 수익률보다 성과의 안정성을 더욱 중요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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