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푸드, 웰빙 수요와 맞물려 인기상승
2003년 식음료 시장에서 불기 시작한 블랙 마케팅 바람은 자동차, 디지털, 가전제품까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식욕을 억제한다고 금기시 돼 왔던 블랙 컬러가 식음료 시장에서 웰빙 바람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성공성’이 입증됐다. 소비자들이 건강지향적인 먹거리를 선호하면서 ‘블랙 푸드’가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이후 점차 다른 분야로 확산되면서 블랙컬러는 명실공이 ‘프리미엄 컬러’로 각광받고 있다. 검은콩 우유, 검은깨 두유, 검은콩 간장 등이 히트 쳤고 각종 음료, 과자류도 대세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해 출시된 ‘블랙빈 테라피’나 ‘까만콩차’ 등은 출시 이후 월매출 10억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검은색 먹거리’가 건강에도 효자인 것은 맞다. 장수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명약인 검은 쌀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검은깨, 해독작용이 탁월한 검정콩은 각종 블랙푸드의 주원료로 사용된다. 흑맥주의 경우 그윽한 빛깔 뿐만 아니라 맛이나 향기도 일반적인 맥주와 달라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실제로 지난 2003년 영 BBC는 ‘흑맥주에는 항산화 화학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어 하루 500cc를 마실 경우 혈전 생성을 방지해 심장마비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결과를 보도한 바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크게 두드러진 블랙가전 시장은 고급스러움과 감각적인 제품을 상징하며 프리미엄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출시한 하우젠 블랙 에어컨이 큰 성과를 거뒀고 올해 신제품으로 ‘비림의 여신 II’란 이름으로 또 하나의 블랙 에어컨을 출시했다. 수입가전으로는 일레트룩스의 소형 주방가전 라인인 ‘네로 시리즈’가 블랙을 컨셉트로 심플한 디자인을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패션계 ‘블랙’은 단순함과 고귀함의 표현
패션업계에서 ‘블랙’에 대한 사랑은 예전부터 독보적이었다. 이브 생 로랑은 ‘블랙은 예술과 패션의 만남을 상징하는 색’이라며 블랙을 선호했다. 지아니 베르사체는 ‘단순함과 우아함의 정수’로 표현했다. 크리스찬 디오르 역시 블랙을 ‘우아한 색’으로 정의를 내리면서 ‘고귀함, 자연스러움, 세심함 그리고 단순함의 혼합’이라고 극찬했다.
뜨고 지는 컬러가 분명한 패션산업에서 블랙은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들은 패션쇼에서 심플한 블랙 의상을 선보였고 블랙의 가발과 블랙 립스틱은 분장한 모델을 등장시켰다. ‘샤넬’의 매니큐어가 ‘좀 한다’하는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블랙을 활용한 의류의 경우 베이지나 그레이에 비해 판매율이 15% 정도 높다고 한다.
블랙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은 프리미엄 이미지 때문이다. 건강에 좋은 요소가 듬뿍 함유된 블랙푸드와 세련된 느낌의 블랙용품은 안정적이면서 고품격적인 느낌으로 어필된다. 블랙이 고급제품에 주로 사용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여심(女心) 공략해야 성공
사실 블랙 컬러의 성공은 ‘여심(女心)을 제대로 읽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의 큰 주체로 떠오른 여성들이 건강을 중시하고 세련되고 우아한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블랙 컬러에 매료됐고, ’부드러움‘이 강조되는 요즘 남자들도 따라 움직였다. 화장품 업체인 에뛰드는 올 초 ’블랙엔진‘을 출시, 남성 화장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블랙은 여성의 우아함과 남성의 정중함을 모두 대표하는 유일한 색이다. 신사숙녀의 가장 보수적이며 품위 있는 색으로 멋쟁이들이 선호한다. 블랙제품은 기능성과 대담함, 그리고 통일감을 표현하며 ‘프리미엄 컬러로 대변되고 있다.
그래서 컬러 전문가들은 권력과 지배를 암시하면서도 동시에 우아함과 기품을 표현하고 싶다면 “블랙을 사용하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에서는 초우량 고객을 잡기 위해 부의 상징인 블랙색상 디자인의 ‘블랙카드’가 등장했다. 이 카드는 상류층 1%만을 겨냥한 것으로 회원이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카드사가 회원을 심사해 발급을 권유하는 마케팅을 벌였다. 현대카드는 이를 벤치마킹해 성공한 케이스. 현대카드가 2005년 처음 선보인 블랙카드는 초우량고객(VVIP)을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의 효시로 꼽힌다.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와 상류층을 대상으로 연회비 100만원, 9999장 한정 발급 등을 내세워 출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2005년 출시 당시 900명이었던 현대카드는 현재 1500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회원수는 많지 않지만 1인당 월평균 900만원을 사용하고 있어 매출 면에서 결코 만만하지 않다. 또 브랜드가치 면에서도 계산하기 힘든 가치를 지닌다는 게 현대카드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