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장고 끝에 21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58·사법연수원13기)을새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하면서 집권 3년차 개각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서 국회의원 겸직 각료들의 총선 준비로 하반기께 개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총리 인선이 일종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황 후보자 발탁을 계기로 개각 시간표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일단 현재까지 황 장관을 총리 후보로 차출함에 따라 발생한 인사수요는 공석이 된 법무장관 자리 하나다.
여권에서는 후임 법무부 장관으로 호남 출신인 소병철 전 대구고검장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인천지검장을 지낸 김수민 국가정보원 2차장의 발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사정당국의 수장이라는 자리가 갖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박 대통령은 법무장관을 오래 공석으로 비워놓지는 않을 전망이다. 늦어도 다음주 중에는 법무장관 인선이 유력하다.
김성우 홍보수석도 이날 총리 인선 결과를 발표하면서 “법무장관 후임 인선은 필요한 법적·정치적 절차를 거쳐서 진행될 것”이라며 “우리가 굳이 늦추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제청권을 행사해야 할 총리가 부재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고 있고 황 후보자도 정식 총리가 아닌 후보 신분이기 때문에 후임 법무장관 인선을 위해서는 양자 간에 협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법무장관 인선 이후다. 하반기께 현역 의원 신분인 몇몇 각료들이 총선 준비로 사퇴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내각의 인사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 출마를 위해서는 선거일 90일 전까지 공무원 등의 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20대 총선일이 2016년 4월13일인 점을 감안하면 출마를 원하는 각료들은 내년 1월14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
현재 박근혜정부에서 각료를 겸직하고 있는 현역 의원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등이다.
한때 입각 의원들에 대한 불출마 압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중 실제 불출마를 선언한 이는 아무도 없다. 오히려 총선까지 시간적 여유를 갖고 지역구를 관리하기 위해 좀 더 빨리 사퇴할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따라서 하반기 중에는 부총리 2명을 비롯해 내각에서 최소 5자리의 인사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여 개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여권 일각에서는 황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해 총리로 정식 임명되면 여름께로 개각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새 총리 임명에 맞춰 4기 내각을 출범시킴으로써 분위기를 일신하고 집권 3년차 하반기 국정운영의 동력을 한껏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이 정치·사회개혁이라는 새로운 국정 어젠다를 속도감 있게 뒷받침해 줄 면면들로 차기 내각을 꾸릴 것이란 얘기다.
실제 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10일 문창극 전 총리 후보를 내정하고 사흘 뒤 6·13 개각을 단행했으며 올해 2월16일 이 전 총리를 임명하고 하루 뒤 2·17 개각을 단행했다.
이와 관련해 두 명의 부총리보다 나이도 어리고 내각에서의 서열도 아래였던 황 후보자를 총리로 끌어올린 것은 부총리들의 조기 퇴진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여기에 박근혜정부 출범 후 장관 교체가 없었던 외교부·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부·환경부 등이 개각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국정의 안정성이 중요한 시기에 박 대통령이 굳이 개각을 앞당기지는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정운영에 한창 속도를 내야 할 시기에 인사청문회 정국이 펼쳐지는 것은 박 대통령으로서는 달가울리 없다.
한번 믿음을 준 사람은 계속해서 쓰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상 대과를 저지르지 않은 내각의 원년멤버들은 그대로 안고 갈 것이란 관측도 있다. 또 기본적으로 의원 겸직 장관들은 각자의 출마 시간표에 따라 사퇴 시점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에 내년 총선 때문에 개각을 앞당긴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