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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오연석의 행복부자학] 행복한 부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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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부자 되기 열풍이 분 적이 있었다. 직장인들 사이의 부자되기 붐은 10억 벌기라는 구체적인 목표 금액까지 제시되기도 했다. 때맞춰 등장한 로또 복권은 ‘꿈의 크기를 바꾸자!’라는 표어를 걸고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1억원이 아닌 100억원의 꿈! 로또를 향한 직장인들의 꿈은 점심시간에 길게 늘어선 줄에서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당첨도 아닌 그저 로또 복권 하나 사기 위해서 식사시간을 줄여 가며 순서를 기다렸고, 대학에는 로또 전문 동아리까지 결성되어 복권번호에 수학적 권위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온 국민이 복권 열풍이었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 로또는 국민들에게 사행성을 부추겨 건전한 삶에 지장을 준다는 사회지도층의 친절하고 진지한 지도아래 당첨 금액이 처음 제시했던 꿈의 1/10 크기로 줄어들었다. 그와 함께 인생 역전을 꿈꾸던 사람들의 꿈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2006년에는 무럭무럭 자라던 펀드 열풍에 의지해 부자되기를 꿈꾸었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남은 것은 펀드 적금의 초라한 성적표뿐이다. 글로벌 신용위기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남의 나라 이야기에 온 나라가 휘청했기 때문이다.

10억 만들기 열풍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인 것처럼 보인다. 왜? 이미 그들은 다 부자가 되었기 때문일까? 하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인 것처럼 보인다. 꿈(?)은 사라지고 그 빈자리는 부자라는 꿈 대신 눈앞에 닥쳐온 은퇴 후를 고민하는 50대, 사교육비와 부채로 신음하는 40대, 실업과 취업난으로 왜소해진 30대, 그리고 학자금으로 등록을 걱정해야 하는 20대의 한숨 소리로 빈틈없이 채워지고 있다.

그럼 우린 모두 개꿈을 꾸었던 것일까? 차라리 허황된 부자의 꿈을 꾸던 그때가 더 그리운 건 무엇인가. 그래, 비록 건전하진 않지만 꿈이라도 있었지 않은가. 세계 속에 우뚝 높아진 경제적 위상과 국격을 운운하는 이때, 우리의 허리띠가 점점 더 가혹하게 조여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쩌면 온 국민이 그런 개꿈에 열광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 이렇게 냉정한 현실이 찾아온 것은 아닌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얻어서 월급을 알뜰살뜰 모아 부자가 된다는 것, 그런 일은 이제 진짜 꿈에 지나지 않는 일일까.

좋다. 다 좋다 그런데 왜 부자 되는 방법은 공부하지 않는가. 스스로 부자 되기를 그렇게 원하면서 그에 걸맞은 노력을 해 본 적이 있는가. 그저 부자 되기 책 한 권을 사 들고 읽으며 꿈을 꾸면 다 해결되는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부자 되기를 원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경제지식은 이리도 수준 미달인가. 마치 정치권의 세 치 혀에 매번 상당수 국민들이 희롱당하고 기만당하는 것처럼 혹시 우리도 속고 있다는 그런 의심을 해 본 적은 없는가.

집값, 전세 값이 올라 불안해지면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 그 대책이라는 것은 별 게 아니다. 금리와 은행 문턱을 낮출테니 염려 말고 가져다 쓰라는 것이고, 다주택 보유자들이 양도세와 중과세를 폐지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잠재 매물이 시중에 풀려 가격을 안정시키고 결국 ‘서민들’이 내 집 마련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가계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나는 대출이 없으니 상관없다고, 있어 봐야 우리 집 대출은 겨우 몇 천만 원인데 걱정할 것이 없다고 마치 딴 나라 이야기처럼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우리와 별 상관없어 보이는 글로벌 신용 위기로 왜 우리 경제는 이처럼 막대한 영향을 받고 있는가. 정말로 나만 대출이 없고, 대출이 적으면 우리 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일까.

오늘날 경제문제는 우리 집, 우리나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매우 긴밀하게 그리고 거의 실시간으로 전 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상황이다. 비록 현재 내 집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외부 충격으로 인해 불청객처럼 찾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남의 집 불구경하듯 팔짱만 끼고 있을 것인가. 이 정도 수준이면 닥치고 정치가 아니라 닥치고 경제 공부를 해야 할 판이다.

지난 한 해는 부실 저축은행 처리가 많은 논란거리를 일으켰다. 그로 인해 손실을 본 많은 사람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최소한 예금보장한도와 무보증후순위채권이 무엇인지만 알았어도 그 사람들의 소중한 노후자산이 그리 허무하게 허공으로 날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보증후순위 채권이란 채권을 발행함에 있어서 보증이 없다, 즉 아무런 담보가 없다는 것이다. 또 모든 채권자는 우선순위가 있는데 그중에 뒤로 처진 것이 후순위다. 다시 말해 당신이 산 저축은행에서 발행하는 채권은 아무런 담보를 제공하지 않으며, 불행히도 저축은행에 어떤 문제가 생길 경우 맨 마지막에 보상되는, 즉 앞의 담보권을 가진 우선순위 채권자의 채무를 다 변제하고 나서 혹여 남는 돈이 있다면 돌려주는 그런 채권인 것이다. 그 사실을 알았다면 과연 거액의 돈을 투자했을까?

진정 부자가 되고 싶다면 그에 걸맞은 공부를 해야 한다. 부자가 되는데 무엇이 걸림돌인지, 관성적으로 행해 온 나의 경제적 행위들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그런 노력이 행복한 부자로 가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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