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7.31 (목)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서소문성지’서 만나는 ‘다양성'과 '차이의 미학'

URL복사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12월15일까지 특별전 ⟪차이의 미학⟫전 개최
-김순임 김윤신 데비한 류준화 문승현 박성태 박유아 선무 신미경 양나희 이강소 이원호 정은영 최진욱 등 17명 작가, 71점 선보여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움과 힘의 근원은 멋진 하모니다. 서로 다른 음색을 가진 각양각색의 다채로운 악기들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내는 음악은  ‘천상의 하모니’로 발현된다. 그러나 현실속 하모니는 쉽지 않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관장 원종현 신부)이 하반기 특별기획전으로 마련한 ⟪차이의 미학⟫전은 17인의 작가들이 71점의 작품을 출품해 ‘다름’과 ‘다양성’의 가치를 보여준다. 또한편으로는 우리 안의 타자를 발견하고 편견과 배타성도 깨닫게 한다. 

 

우리 사회가 가장 깊은 편견으로 고통 준 대상은 누구였을까. 사진가 박성태는 <우리 안의 한센인> 연작을 통해 ‘나병환자’로 불리며 사회적 배타와 억압의 세월을 살았던 한센인들을 기록했다. 손가락 마디가 뭉퉁뭉퉁 떨어져나간 두손을 꼭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 절규하듯 기도하는 모습, 손가락 마디가 다 잘려 숟가락 쥐기도 힘든 손으로 밥을 떠먹여주는 모습…. 심한 사회의 편견과 배타, 억압 속에서 버려진 삶을 살아야 했던 그들의 슬픔과 고통, 좌절, 절망이 절절히 느껴진다.

 

박성태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한센인정착촌인 여수 도성마을에서 한센인들과 함께 기도하고 식사하며 살갑게 지내며 단렌즈로 촬영했다. 작가는 “한센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 해소와 경계를 허물기 위해 작업했다”고 말한다.

예술가겸 퍼포머인 문승현과 안무가 김명신, 영상감독 김경민이 협업한 <전시장의 투명한 벽은 시에나 색으로 물든다>(싱글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22분18초)는 지체장애 속에서 예술작업을 하고 있는 문승현이 직접 참여해 미술의 전당인 공간에서 예술인이 오히려 소외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르코미술관은 예술의 집결지라는 상징을 지닌 장소로 시각적으로는 개방감이 있으나 실제로는 경사로나 리프트 설치가 어려워 장애인에게는 폐쇄와 배제의 공간이 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노래에서 따온 최진욱의 <피·땀·눈물>은 작가의 가족을 출발점으로 우리 사회 청년들의 아픔을 담았다. 가진 가족이라면 겪게 되는 문제를 담고 있다. 두 딸을 가진 작가는 자신의 가족을 먼저 그림으로써 ‘혈연’으로 ‘피’를 표현하고,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88만원 세대의 ‘땀’, 정규직이 되지 못한 KTX근로자들을 통해 자본주의와 고용시스템의 문제점을 짚고 있다.

 

작가 선무는 <고향가는 길> <가보고 싶다> <찢어진 우산>을 통해 DMZ라는 금기의 경계 밖에 위치한 고향 ‘북한’을 그렸다. 북한에서 미술대학을 나오고 다시 한국에서 미술대학을 나와 활동하는 작가는 ‘38선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은 선무(線無)를 예명으로 활동한다.  그는 북한에서 그리던 조선화 방식을 사용해 유화로 수묵담채풍의 회화를 그려냈다.

미국에서 생활하는 박유아는 자신을 해외에 보내버린 부모에 대한 애증을 담은 입양아 출신자들의 인터뷰를 보며 이들을 마음으로 품기 시작했다. 이들의 초상화를 한국화 스타일로 그려서 ‘집’으로 초대했다. 따뜻한 어머니의 시선으로 그려진 이 작품에는 ‘자신을 극복하는 힘에의 의지’를 뜻하는 <위버맨쉬(Übermensch)>라는 제목을 달았다. 

 

김순임의 <비둘기 소년>은 흰 펠트와 깃털로 만든 조형물이다. 작가는 뉴욕 레지던시에서 만난 건물 관리인이었던 중년의 다니엘을 소년 천사처럼 형상화했다. 동유럽 출신 이민자로 누구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기지 않았던 다니엘은, 음식을 주워먹으며 자라 ‘소년’으로 불렸다. 그러나 작가의 눈에 다니엘은 결코 손상되지 않은 우아함을 지닌 사람으로 남았다.

 

한편 원로작가 이강소는 존재를 다룬 아크릴화 <바람이 분다>(2024)와 세라믹 입체 <Becoming>(2016)을 출품했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가 결국 소멸하는 것이기에 관념에 불과하다”는 그는, “이 세상 모든 것이 흐르는 것이다. 장자의 꿈속의 나비처럼 너와 나는 결코 구별될 수 없는 서로 상응하는 존재일뿐이니, 결국 ‘반목’이나 ‘배제’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원로작가 김윤신은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 시리즈를 내놨다. 작가는 50년간 이 연작을 해왔다. 합(合)과 분(分)은 동양철학의 원천이자 세상이 존재하는 근본으로, 두 개체가 하나로 만나며, 다시 둘로 나뉜다는 의미다. 작가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구분하고 나누고, 어느 부분만을 취해 한 부분을 배제시키는 방식’이 아닌, ‘포용의 작업 방식’을 통해 관용의 언어, 평화의 조형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궤짝 위에 놓인 고대 유물처럼 멋진 도자기와 성상(聖像)들이 보인다면, 신미경의 <고스트 시리즈>(2008)와 와 <종교적 조각(Religious Sculpture)>(2024) 연작이다. 비누로 만들어 물에 닿으면 거품을 내고 사라진다. 작가는 외형에 얽매이지 않고 대상을 잘 들여다보면 진실에 다가갈 있음을 말해주는 듯하다.

 

류준화는 <감사의 테이블>을 통해 식탁 위, 책상 위에서 돌보는 것들을 그려냈다. 마치 제단과도 같은 테이블 위에 함께 살아가고 존중하며 버티고,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나누는 생명에 대한 존중을 담고 있다. 화면은 따뜻하며 싱그럽고, 경건하기까지 하다.

 

데비한의 <Here and Now>(2013)는 흰 비너스와 초콜릿색 비너스가 서로 포옹하고 있는 작품이다. 해외에서 이주민으로 살면서 겪은 차별을 자양분 삼아 ‘전지구적인 관용과 다양성에 대한 용인’을 표현한다. 애초 비너스 탐구는 국내 미술대학의 ‘석고상 소묘’라는 획일적 미술 교육을 고발하며 시작된 것이었다.

 

서유라의 <Art Book> 시리즈는 이성과 지식의 집합소인 도서관이 또 다른 배제의 합리적 공간임을 보여준다. 작품은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내 도서실의 책꽂이들 사이에 ‘보물찾기’ 놀이처럼 놓여 있다. 작가는 “지식이란 언제든 편성되는 것이며 그 안에서 여성이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억압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뮤지엄에서 여성미술가 작품 소장은 전체의 5%에 불과한데, 여성을 소재로 한 작품은 전체 소장품의 85%를 상회한다”고 지적한다.

 

양나희의 작품 <담쟁이: 벽 앞에서 절망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는 얼핏 담쟁이덩굴처럼 서정적으로 보인다. 폐박스의 이미지를 오래된 명화의 형식으로 벽에 걸기도 하고 담쟁이덩굴처럼 지하 1층 전시장 초입을 멋지게 장식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손수레에 폐지를 실어 연명하는 노인의 삶, 노인문제를 담고 있다.

이창원의 <Hug Stencil(허그 스텐실)> 시리즈는 다양한 포옹의 실루엣을 3차원 공간에 자취로 남긴 입체물이다. 뉴스매체에 등장하는 포옹에는 정치가나 각국 정상들의 포옹부터 셀럽들의 포옹, 테러리스트라는 선입견을 깨고자 한 퍼포머와 행인과의 신뢰의 포옹, 전쟁의 상처로 자식을 잃은 한 인간의 피에타 같은 슬픔의 포옹 등이 작품의 대상이다.

 

지하 2층에 전시된 김명희의 <Forced Dislocation(강제 이주)>은 썼다가도 언제든 지울 수 있는 칠판을 지지대로 사용함으로써 역사를 은유한다. 작가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을 감행했다. 1997년, 시베리아를 횡단해 중앙아시아 깊숙이 한국 강제 이주민의 삶을 추적했다. 1937년 17만 명의 한인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던 역사의 흔적을 주제로 한다.

 

이원호의 <오만가지>는 탑골공원에서 만난 노인의 이야기를 7명의 희곡인, 7명의 배우와 연출가와 협업하여 49개의 이야기로 각색한 작품이다.

조은정 전시 감독(고려대 초빙교수)은 “⟪차이의 미학⟫은 타인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수용하는 여정을 통해 우리 스스로 이 사회를 인간 존재의 고유성이 다양한 아름다움으로 드러나는 곳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전제를 가시화했다”면서 “열일곱 작가의 작품을 통해 좋은 사회를 위한 지향점을 위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가치에 대한 발언을 하고자 했다”고 밝혔했다.

 

또 원종현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관장 신부는 “우리 안의 서로의 다름이 틀림으로 규정되어서 우리 안의 차별을 극대화한다. 또 우리 자신이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더불어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이고, 마음가짐은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기를, 미술이라는 조형적 언어를 통해 관찰해보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10월 18일 개막식에는 염수정 추기경과 다민족 어린이합창단인 레인보우어린이합창단, 인도· 중국·마다가스카라·인도네시아 출신의 초대객 등 110명이 참가해 전시 개막을 축하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李 대통령 "미국 간 상호관세협상 타결…한미 동맹 더욱 확고해지는 계기"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한국과 미국 간 상호관세 협상이 타결됐고, 이를 통해 한미 간 산업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한미 동맹도 더욱 확고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양국 협상이 타결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타결했다"며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촉박한 기간과 녹록지 않은 여건이었지만 정부는 오직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에 임했다"며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전략 다듬기를 반복한 끝에 오늘 드디어 관세협상을 타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통상 합의에 포함된 3500억 불(달러) 규모의 펀드는 양국 전략산업 협력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으로 조선,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에너지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특히 이 중 1500억 불은 조선협력 전용 펀드로 우리 기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위고비 없이도 50kg 가능? 경마기수들의 다이어트 비법 대공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경주가 주말에 있기 때문에 수요일 이후로는 저녁 약속도 잡지 않아요” 어느덧 데뷔 6년차를 맞이한 임다빈 기수. 작년 3월 개인통산 100승 달성 이후 스포츠경향배에 이어 과천시장배에서 대상경주 첫 승을 달성하며 루키에서 차세대 선두주자로 성장하고 있는 기수다. 평소 철저한 경주분석과 자기관리로 유명한 임다빈 기수에게도 매주 넘어야할 산이 있는데 바로 ‘체중관리’다. 신장 168cm인 그는 경마일에는 51kg를 지키고 경주가 없는 비경마일에도 54kg 안팎을 유지한다. 체지방률은 6%를 유지한다. “경마일마다 기수들을 기다리고 있는 검량지옥... 검량 후에도 못 먹는다고?” 경주를 무사히 마치기 위해서는 경주 전 ‘전검량’과 경주 후 ‘후검량’이라는 계체량 과정을 반드시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핸디캡 전문위원은 경주마의 능력치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이른바 부담중량을 조정하는데 기본적으로 잘 뛰는 말은 무겁게 경험이 부족한 말은 가볍게 설정함으로써 공정한 경주시행과 함께 경주의 박진감을 높인다.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부담중량은 50kg에서 60kg까지 부여되는데 이는 기승 시 필요한 장구와 기수의 체중을 모두 합친 중량이기 때문에

문화

더보기
‘광복’을 주제로 작가와의 만남, 뮤지컬, 체험 등 풍성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금천문화재단(대표이사 서영철)은 제80주년 광복절을 맞아 금천구 공공도서관에서 순국선열의 희생을 기리고 광복의 기쁨은 되새기는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광복의 의미와 독립운동의 역사적 가치를 짚고, 구민이 함께 기쁨을 나누고자 마련한 자리다. 작가와의 만남부터 뮤지컬 공연, 체험, 상시 행사까지 금천구 도서관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독산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 광복의 역사적 의미와 올바른 역사 인식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그림책 작가와의 만남 ‘자유를 만난 날, 작가를 만나다!(8월 9일~30일 매주 토)’, 광복 관련 그림책 독서 이벤트 ‘오늘의 그림책(8월 11일~17일 상시 운영)’을 운영한다. 가산도서관은 ‘되돌아보는 광복절’을 주제로 다양한 독서문화행사를 마련했다.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삶과 정신을 다룬 창작 뮤지컬 ‘영웅’을 각색한 ‘1인 뮤지컬 공연(8월 27일)’, 어린이 대상 체험 ‘독립운동가 김구 키링 만들기(8월 한 달간)’, ‘태극기 부채 만들기(8월 6일)’ 등을 진행한다. 금나래도서관은 조국의 광복을 이끈 순국선열들에게 보내는 손 편지 시간 ‘광복의 그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대생 전공의 복귀하려면 무조건 사과부터 해야
지난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했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지난 14일 전격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17개월 만에 의정 갈등이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복귀자들에 대한 학사일정조정, 병역특례, 전공의 시험 추가 응시기회 부여 등 특혜 시비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의정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아있게 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1년5개월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의정 갈등의 해법은 의대생, 전공의들이 무조건 국민과 환자들에게 의정 갈등으로 인한 진료 공백 사태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그 다음 복귀 조건을 제시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지난해 2월부터 발생한 의정 갈등은 정부가 고령화 시대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지역의료 강화, 필수 의료 수가 인상 등을 묶어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강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인력 배치’의 불균형 문제이며, 의료개혁이 충분한 협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고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료계는 의사 수 증가가 오히려 과잉 진료와 의료비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