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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90만명 ‘신용사면’ 모럴해저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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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지원 전 금융권 협약
올해 5월말까지 전액 상환할 시 연체기록 삭제
“갚으면 손해” 도덕적 해이 확산 우려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금융권이 서민과 소상공인 최대 290만 명에 연체이력을 삭제하는 이른바 ‘신용사면’을 본격 추진한다. 고금리 고물가가 지속되는 현실에 불가피한 대출 연체자가 발생하고 있어 민생의 고통을 덜자는 취지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용사면’으로 인한 모럴해저드 우려와 함께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3월부터 ‘연체이력정보’ 공유 금지


지난 15일 금융위원회는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지원을 위한 전 금융권 협약식’을 개최했다. 이번 협약은 지난 11일 민·당·정(民·黨·政) 정책협의회에서 결정한 금융권의 신용회복 지원조치를 이행하기 위해 체결됐다. 


금융권은 이번 협약을 통해 코로나19 신용회복 지원의 연장선상에서 소액연체자 중 연체금액을 전액상환한 경우 연체이력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활용을 제한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금융권은 개인 및 개인사업자가 지난 2021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연체가 발생한 2,000만원 이하 소액연체자가 올해 5월말까지 연체금액을 전액 상환하면 연체 이력 정보의 상호 간 공유·활용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신용회복 지원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금융권이 최대 290만 명에 달하는 서민·소상공인의 연체이력을 삭제하는 신용사면 협약을 체결하여 금융거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대상자 약 250만 명의 신용점수가(나이스신용평가 기준) 39점 오른 평균 701점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


또 신용회복 지원 이후엔 15만 명이 추가로 카드발급 기준 최저 신용점수(645점)를 충족해 카드 발급이 쉬워지며, 25만 명은 추가로 은행업권 신규 대출자 평균 신용점수(863점)를 넘게 돼 대출 접근성이 향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통신채무 통합…기초수급 이자감면 확대


당정은 금융채무와 통신채무를 통합해 채무조정을 하는 등 취약계층 채무조정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굉장히 어려운 분들이 좋은 조건으로 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민금융을 신경을 쓰고 있다”며 “통신비도 삶에 너무 밀접해 있고, 이 채무도 중요한데 여태 신용회복 지원 대상에 빠졌는데 이것도 같이 넣어서 어려운 분들이 신용회복 빨리할 수 있게 지원하려 한다”고 말했다.

 

 

기초수급자에 대해 신속한 채무조정 특례도 확대하기로 하면서 신속채무조정 이자 감면 폭을 현행 30%~50%에서 50~70%로 확대해 연간 기초수급자 5,000명이 재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은 3개월 이상 차주가 연체할 경우 신용정보원은 최장 1년간 연체기록을 보존하면서 금융기관과 신용평가회사에 이를 공유했다. 신용평가사는 연체기록을 신용평가 때 최장 5년간 활용한다. 


하지만 이번 협약으로 금융권은 신용회복 지원방안과 관련한 전산 인프라 변경·적용 등을 신속히 진행해 연체 이력 정보의 공유·활용을 제한하기로 하고, 신용평가사의 개인·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에도 반영하지 않을 계획이다. 또한, 연체 이력 때문에 불법사금융의 수렁에 빠지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다고 보고 있다. 

 

 

성실 빚 상환 차주 역 차별될 소지


과거 정부에서도 지난 1999년과 2013년, 2021년에 세 차례 ‘신용사면’이 단행된 바 있다. 2021년 8월에도 코로나19로 인한 비상경제상황을 고려해 취약 차주의 ‘신용사면’을 지원했다.


이번 ‘신용사면’으로 인한 불만은 금융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정부 주도의 정책에 따른 리스크를 민간기업인 금융사가 안을 수 있다는 우려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사면을 통해 연체자들이 신용이 회복된 후 다시 대출받으면 부채 관리도 힘들어지고, 차주들의 신용평가 자체에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다른 경제 상황은 변함이 없는데 신용점수만 올랐다고 차주의 상환 능력까지 오르는 건 아니므로 그 간극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금융사가 안을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일각에선 반복되는 ‘신용사면’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 성실하게 빚을 상환하는 사람들에 대한 역차별이 될 소지가 있다.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체자 중 오래되지 않은 이들을 대상으로 상환 조건까지 내세운 만큼 경제적으로는 충분히 할만한 정책”이라면서도 “다만 총선을 앞둔 이 시점에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란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채무 상환자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오는 5월까지 채무 변제를 독려하는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 금융위원장은 “코로나19 여파와 함께 이례적인 고금리·고물가의 지속 등 예외적인 경제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연체돼 금융거래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이 현재 290만 명이 넘는다”면서 “개인적 사정 외에 비정상적인 외부환경 때문에 연체에 빠진 분들에게 우리 사회가 재기의 기회를 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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