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기자] 윤석열 정부 집권 2년차 ‘세법개정안’이 공개됐다. 국내 복귀 기업에 대한 소득세·법인세 감면 확대와 가업 승계에 따른 세 부담 완화, 저출산 해소를 위한 출산·보육수당 소득세 비과세 혜택 확대 등 경제 활력과 민생 안정이라는 큰 틀에 중점을 두면서 기존 정책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역대급 세수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감세 기조를 이어갔다.
재정 위축 우려에도 감세 기조 유지
정부는 지난달 27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56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2023년 세법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두 번째 ‘세법개정안’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세제 지원, 서민·중산층 세 부담 경감, 청년 등 미래 세대를 위한 세제 혜택 등 고루 돌아가도록 했다.
이번 세법개정안 개정대상 법률은 국세기본법, 소득세법, 법인세법, 상속 및 증여세법, 부가가치세법, 관세법 등 내국세 13개와 관세 2개 등 총 15개다. 정부는 8월 11일까지 관련 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 후 오는 29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다음달 1일 이전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세법개정에는 민간·시장 중심의 경제 활력을 불어넣고자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지원 방안이 담겼다. 지난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낮추고,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 공제를 확대하는 등 기업들의 세부담을 크게 완화했던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다.
K-콘텐츠 제작비용 세액공제율을 대폭 늘리고, 국가전략기술에 바이오의약품 기술을 추가했다. 중소·중견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가업승계를 위한 상속·증여세 부담을 완화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 오징어게임이나 영화 기생충과 같이 해외에서 열풍을 일으킨 K-콘텐츠가 계속 제작될 수 있도록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영상콘텐츠 제작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한다.
현행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인 세액공제율을 각각 5%, 10%, 15%로 높인다. 국내 파급력이 큰 대형 콘텐츠 제작비용은 10~15% 추가공제하는 등 최대 15~30%까지 확대한다.
국가전략기술에 바이오의약품 관련 8개 기술과 4개 시설을 포함해 하반기 연구개발(R&D) 지출과 시설투자에 대해서는 세액공제를 늘린다.
해외로 진출했다가 국내로 다시 돌아오는 ‘리쇼어링’ 기업에 대해서는 소득세와 법인세 감면 기간을 현행 ‘5+2년’에서 ‘7+3년’으로 확대한다. 국내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일환으로 세제지원 업종요건도 완화할 방침이다.

가업승계·결혼 증여세 공제 확대
가업승계 증여세 저율과세(10%) 구간을 현행 6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상향하고, 연부연납 기간도 5년에서 20년으로 대폭 연장한다. 기업의 영속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가업승계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의 증여세 부담을 던다.
산업구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가업 상속·증여세 세제 혜택 후 5년 동안 업종변경 허용 범위도 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에서 대분류로 유연성을 더한다.
결혼과 출산 장려책으로 결혼할 때 부모로부터 받은 재산에 대해서는 1억5,000만원까지 세액 공제하고, 자녀장려금 지급 대상은 100만 가구 이상, 지급액 1인당 최대 100만원으로 확대한다.
출산·보육수당 비과세 한도도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한다. 영유아 의료비에 대해서는 한도 없이 전액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고, 산후조리비는 급여 수준에 상관없이 세액 공제 대상이 된다.
주거비 등 서민·중산층 생계비 부담을 덜기 위해 세제 지원 방안도 담겼다. 이자부담을 덜기 위해 주택담도대출 이자상환액 소득공제 한도를 상환기간이나 방식에 따라 300만~1,800만원에서 600만~2,000만원으로 상향한다.
추경호 “조세중립 근접 세법개정안 마련”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2024년부터 2028년까지 5년간 총 4,719억원(순액법 기준)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달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에 자녀장려금 지급 대상과 지급액 확대로 조세 지출이 5,300억원 늘어날 전망이어서 세법개정에 따른 세수 감소는 대부분 자녀장려금 확대분에 기인한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을 ‘세수 중립적’으로 편성했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 세금을 더 거두는 정책은 타이밍상 맞지 않다”며 “작년에 대대적인 세제개편을 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가급적 조세 중립에 근접해 세법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경제계는 정부의 세법개정안과 관련해 유턴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강화 등을 높이 평가했다. 단, 상속세 과세체계 개편 등이 제외된 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은 “가업승계에 따른 세부담 완화, 근로자의 출산·보육수당 비과세 한도 상향 등에서 민생경제 회복과 미래 대비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돋보인다”며 “세법개정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세법 개정안은 기업 살리기를 통한 경제 활력에 큰 역할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이라며 “내년 총선에 대비해 저출산·고령화 지원에 집중한 듯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