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5%에 낮추고 내년에는 대외수요 회복에 따른 수출 확대로 2.3% 성장할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외수요가 위축되며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상반기 경기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부진에…성장률 전망 0.3%포인트 낮춰
지난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경기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분위기에도 지난해 11월과 지난 2월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1.8%로 전망한 바 있는데, 불과 3개월여 만에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번 KDI 전망치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최근 경제성장률 전망치(1.6%)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유엔(UN) 산하 국제금융기관인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성장률과는 같은 수치다.
KDI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 발표로 다음 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함께 수정 전망치를 내놓을 정부도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KDI는 최근 한국 경제가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위축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민간소비 회복에도 수출이 대폭 감소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0.8% 낮은 증가세를 보였다.

내수는 고물가와 고금리 기조가 발목을 잡겠지만 민간소비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투자는 제조업경기와 주택경기 둔화 등으로 1.1% 증가하는데 그쳐 부진한 흐름이 지속하겠다고 분석했다. 특히,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외수요가 위축되면서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봤다.
KDI는 반도체 수요 회복 시기와 중국경제 회복의 파급 정도 등이 우리 경제 성장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주요국의 고금리 지속에 따른 불안한 금융시장 상황도 경제 성장세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했다.
“반도체 개선 안 되면 경기 회복도 지연”
글로벌 교역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반도체 경기가 급락하면서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수출이 위축된 가운데 내수 부진이 완화되면서 경상수지가 하락하였으나, 순대외자산 규모를 감안하면 대외건전성은 여전히 양호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성장률을 0.3% 포인트 하향 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경기 부진”이라며 “지금 반도체 경기가 2001년 IT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정도로 아주 심각하게 부진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 실장은 “올해 초에 전망했을 때 베이스라인 시나리오보다 더 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고, 하반기에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는 속도도 조금 더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상반기와 하반기 모두 성장률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상반기에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크게 둔화하면서도 하반기 이후 부진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0.9%까지 떨어졌다가 하반기에는 중국 경제 회복에 따른 영항과 반도체 부진 완화로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하며 2.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조업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업생산이 높은 증가세를 보임에 따라 양호한 고용여건이 지속되는 가운데 근원물가의 높은 상승세가 유지되는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취업자 수는 경기 둔화와 제조업 부진에도 서비스업생산 증가로 27만명 증가하는 등 비교적 양호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실업률도 상반기 3%를 넘어섰다가 점차 개선되며 연간으로는 지난해와 같은 2.9%로 예상했다.
반도체·中경제 회복 정도 따라 韓 경제 성장세 영향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3.5%보다 소폭 낮춘 3.4%로 조정했다. 수입물가 하락세 전환 등 공급 측 물가압력 축소로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소비가 살아나며 근원물가는 4% 상승률이 예상돼 물가안정목표(2%)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우려했다.
내년 한국 경제는 대외수요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세가 확대되면서 올해(1.5%)보다 높은 2.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경제 회복에 따른 영향과 반도체 부진 완화로 성장폭을 키우고, 소비 역시 내년에는 완만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수출이 완만하게 회복되며 경상수지 흑자폭은 올해(163억 달러)보다 배 이상 늘어난 385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KDI는 점차 수출이 회복하고, 물가상승세가 안정되면서 내년 말께는 거시경제가 정상적인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낙관했다.

다만 반도체 수요 회복 시기와 중국경제 회복 정도 등에 따라 한국 경제 성장세에 상당한 영향을 있을 것으로 했다. 반도체 수요 회복시기와 중국경제 회복의 파급 정도 등이 우리 경제의 성장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KDI는 “중국 경제 회복이 투자 부문으로 파급되지 못하면 우리 경제에 대한 긍정적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로 곡물 및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거나 주요국의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발생할 경우에도 성장세가 더욱 둔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