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용근 기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에 따라 단지 내에 설치된 현수막을 철거한 관리사무소장이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선고유예란 범행이 경미한 범인에 대해 일정한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을 특정한 사고 없이 경과하면 형의 선고를 면하는 제도다.
아파트 단지 내에 설치된 재건축 관련 현수막을 철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1단독(정현설 판사)는 18일(재물손괴)혐의로 기소된 관리소장 A(71)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6일부터 이틀에 동안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 내에 설치된 '안전모가 웬 말이냐, 재건축이 답이다!'는 내용 등의 현수막 21개를 철거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가 손괴한 현수막들의 시가는 모두 43만원 상당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해당 현수막들은 아파트 관리 및 공사 부분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스스로 조직한 비상대책위원회의 임원진이 공익적 목적으로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판사는 "해당 현수막이 관리규약이나 관련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설치된 것이 아니다"면서 "관리사무소장인 피고인이 현수막을 철거하게 된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피고인이 현수막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해한 것일 뿐 현수막 자체를 훼손한 것은 아닌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지난해 5월경 서울 용산구 소재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인 B씨가 설치한 현수막 2개를 A소장이 B씨의 동의 없이 현수막을 철거했다가 고발당한 경우를 보면 재판을 맡은 판사는 A씨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입대의에 현수막을 철거할 권한이 없기에 A씨의 행위는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결국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에 따라 단지 내에 설치된 현수막을 철거한 관리사무소장이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