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0.25 (토)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허연재 칼럼

【허연재의 미술 인문학 칼럼】 그림으로 애도하는 예술가들

URL복사

 

 

[시사뉴스 허연재 강사 · 작가]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화한다 해도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이별이 있다는 진리는 변치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을 떠나게 되면 아티스트들은 자신만의 창작 동굴로 들어가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형태, 색감 혹은 재료를 통해 슬픈 마음을 달랜다. 자화상을 좋아했던 작가들은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거치고, 그 당시의 침울하고 비통한 무게를 덜어내는 노력을 한다.


파블로 피카소의 초기 작 <자화상>은 바람둥이로 소문이 난 매력적인 피카소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피카소는 여성들에게 인기도 많고 동료 예술가들과 자주 열띤 논쟁을 벌일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 인물이다. 하지만 자화상 속 피카소는 50대가 넘은 기력 없는 아저씨 같아 보인다. 사실 이 그림을 그릴 당시 피카소는 고작 스무살 밖에 되지 않았다. 자신을 초췌한 외모로 그린 이유는 사랑했던 친구 카사헤마스를 잃었기 때문이다. 카사헤마스는 피카소와 함께 파리에 와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무명 시절을 함께 보냈다. 둘은 서로 의지하며 창작활동을 해 나갔지만 소극적인 성격이었던 카사헤마스는 사랑의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극적인 소식 이후 피카소는 어두 컴컴한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 ‘청색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고 3년간 파란 색채로만 그림을 그렸다. 그림의 주제 역시 장님, 수감자, 거지 등 암울하고 열악한 환경에 사는 인물들이었다. 피카소의 자화상 속 모습은 핏기가 돌지 않는 냉동 인간 같아 보인다. 신체 표현 역시 진한 흑색으로 덩어리감있게 표현하여, 돌 처럼 둔탁한 느낌을 자아낸다. 피카소는 사랑하는 이로 인해 고립되어가는 자신의 마음을 푸른빛 회화들로 다스렸고, 점차 회복되어 갔다.


회화는 평면이라 정적이기도 하지만 시각적으로 음향 효과가 있는 듯 한 작품들도 있다. 특히 에드바르드 뭉크와 프란시스 베이컨은 그림 속 인물들을 과장된 색이나 형태로 묘사하기 때문에 청각을 자극하는 효과를 주듯 묘사가 생생하다. 우리가 소설을 읽으면서 특정 장면을 상상하고 감정이입을 하는 것과 흡사하다. 이 둘은 떠난 이들을 아름답게 묘사하기 보다 그 당시의 음침했던 분위기를 직면하며 표면 위로 끄집어 낸다.


노르웨이 표현주의 화가였던 에드바르드 뭉크는 어린 시절부터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경험을 연달아서 한다. 5세가 되던 해에 폐결핵으로 고통받던 어머니와 이별하고 몇 년 후에는 누나 소피를 떠나 보낸다. 질병이 앗아간 어머니와 소피의 빈 자리는 어린 뭉크에게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공허감으로 남았다. 뭉크는 보이지 않는 죽음에 대한 내면의 불안함을 그림을 통해 해소했다. 뭉크의 <죽은 어머니와 아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인물은 빨간 옷을 입은 소피다. 당시 5세였던 소피는 두 손으로 귀를 막고 괴로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으며 크게 소리를 지르는 듯 하다. 소피의 두 팔은 두 겹의 레이어로 그려져 어린 아이의 떨림이 한층 더 잘 느껴진다. 이 그림은 뭉크가 어린 시절 자신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방 안을 휘감는 차가운 공기와 모든 가족들이 비통해 하는 모습을 회상하며 그린 작품이다. 침대에 누워 있는 뭉크의 어머니는 눈을 감고 있으며 창백한 피부로 표현되었다. 우리는 그 당시 분위기를 모르지만 알아볼 수 없는 흐릿한 인물들의 얼굴과 축 늘어진 어깨만 보아도 그 무거운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뭉크의 작품 보다 시각적으로 더 괴상하고 새어 나오는 고통의 신음 소리가 더 잘 들리는 듯하다. 베이컨의 회화는 그 당시 추상화가 만연했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살려 불안감을 자아내는 인물 묘사로 유명하다. 베이컨의 <검은 3단 제단화>는 자신이 사랑했던 연인 조지 다이어의 자살 사건이 일어난 후 그린 작품이다. 베이컨은 다이어의 부재로 인한 고통을 떨쳐내고자 하는 의식으로 그렸다고 한다. 이 둘은 1963년 후반에 만나 격렬한 관계를 지속했었다. 베이컨은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리는 전시 오픈을 이틀 남기고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당시 37세 였던 다이어는 술과 마약 과다복용 때문에 파리의 쌍 페르 호텔 욕실에서 세상을 떠났다. 


3단 제단화는 캔버스 3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기 다른 포즈로 재현되었다. 왼쪽은 다이어의 죽음을 맞이하기 전, 가운데는 다이어의 죽음을 맞이했을 때, 오른쪽은 그의 죽음 후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구겨지고 비꼰 인체 묘사는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그림자처럼 날개가 달린 검은 형상은 악마의 형상을 보여주는 듯 몰래 다가오는 죽음을 상징한다. 베이컨은 온전히 전시회 준비에 몰두하는 동안 세상을 떠나버린 다이어를 생각하면 죄책감과 상실감을 느꼈다. 그는 마치 종교화를 연상케 하는 3단 제단화를 택하여 자신만의 언어로 애도한다. 

 

 

 


아티스트들은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한 후 상실감을 대처하는 방식들이 다르기에 이들이 만들어 낸 작품들도 가지각색이다. 그 작품들은 남겨진 자신과 세상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고군분투 했을 아티스트들의 심리를 대변하는 것 같아 마음에 더 큰 울림을 준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투자 유치 플랫폼 '빅웨이브' , 하반기 지원 기업 IR 진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인천광역시와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인천센터)가 함께하는 투자생태계의 대표적 투자 유치 플랫폼 ‘빅웨이브(BiiG WAVE)’가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올해 하반기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스타트업들의 투자유치 사업계획 발표회(IR)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올해 하반기 빅웨이브는 인천센터의 대기업 파트너들과 협력을 이어온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기업 파트너로는 KT, 대한항공, 카카오모빌리티, 한솔PNS가 참여했고, 이들과 협업을 통해 기술력과 사업성을 검증 받은 스타트업들이 선정됐다. 이번 행사는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는 스타트업을 투자자에게 소개해 후속 투자로 이어질 기회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두고 진행됐다. 올해 하반기 지원 대상에 선정된 기업은 ▲어플레이즈(공간 맞춤형 콘텐츠 큐레이션 솔루션) ▲에이아이포펫(AI 활용한 반려동물 실시간 건강 체크) ▲증강지능(항공 매뉴얼의 AI 기반 디지털 혁신) ▲디비디랩(혁신적 리서치 솔루션) ▲인텔리즈(생산라인 결함 검사하는 머신 비전) 등 초격차 분야 5개 기업이다. 이날 행사에는 벤처캐피털(VC)과 액셀러레이터(AC) 등 전문 투자회사와 오픈 이노베이션 등 새로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남양주 봉선사 ‘2025 반려견과 함께하는 선명상 축제’ 개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10월 25일(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본사 봉선사(교구장 호산스님) 경내에서 진행되는 ‘2025 반려견과 함께하는 선명상 축제(주최: 남양주시불교연합회, 주관: 봉선사, 기획·운영: 마인드디자인, 후원:경기도·남양주시·보노몽·미앤펫)’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예년보다 한층 풍성해진 프로그램이 구성돼 있어 참가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선명상 축제’는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중점 추진하고 있는 ‘국민 행복(치유) 프로젝트’인 ‘선명상’과 연계, 반려인과 반려견이 함께 명상·요가·강연·체험 등에 참여할 수 있는 복합 힐링 페스티벌이다. 지난해 열린 첫 행사 당시 1500여 명의 반려인과 시민이 참여하며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선명상’은 ‘선명상을 통한 마음의 평안, 세계평화’를 주제로 불교의 ‘선(禪)’과 서양의 명상과학을 융합해 스트레스와 갈등에 시달리는 국민들에게 바로 마음 평안을 주고자 하는 취지로 기획된 명상 치유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생명 중심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철학 아래 걷기명상 및 도그요가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스포트라이트 받는 주인공 뒤에 숨은 조력자를 기억하자
지난 1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파라과이의 축구 평가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단연 오현규였다. 그는 후반 30분 승리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인 골을 넣으며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러나 그 골의 배후에는 수비수 두 명을 제치는 현란한 드리블 후 냉정히 경기의 흐름을 읽고 찬스를 만들어낸 또 다른 주인공이 있었다. 바로 이강인이다. 그는 전방으로 빠르게 침투한 오현규에게 정확한 타이밍의 패스를 연결해 골의 90%를 만들어 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후 조명은 오직 골을 넣은 선수에게만 쏟아졌고, 이강인의 이름은 짤막이 언급되었다. 지난 21일 한국프로야구 2025 플레이오프 한화 대 삼성의 3차전에서 한화가 5대4로 역전승을 거둔 뒤, 단연 승리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구원투수로 나와 4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한 문동주였다. 그런데 사실 한화가 역전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어린 문동주를 노련한 투수 리드로 이끌어간 최재훈 포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난 후 역투한 문동주와 역전 투런 홈런을 친 노시환만 승리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최재훈의 이름은 언급조차 없다. 이러한 장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