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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재 칼럼

【허연재의 미술 인문학 칼럼】 화(火)는 창의적인 자극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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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허연재 강사 · 작가] 예술가들은 언제 가장 창의력이 화산의 용암처럼 솟아오를까?

 

개인적인 경험으로 내가 글을 쓰기 시작했던 시점도 보면 내 안에 해결하지 못하는 화(火)나 답답함을 수용하는 마음의 주머니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때였다. 내면의 짜증과 화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을 조금 더 성숙한 방향으로 끌어당기니 그 끝에는 글이 있었다.

 

화가 나면 신체적으로 즉각 반응이 온다. 동공이 확대되고 안색이 붉어지며 심장이 쿵쾅거린다. 이 감정을 체내에서 어떠한 통로로 분출하지 않으면 화의 잔재는 오롯이 나의 육체가 고스란히 가져가고 나중에는 병이 되어버린다.

 

분노라는 감정은 부정적이라고 여겨지지만 창의력을 자극하는 부스터 역할을 한다. 지난 수세기 동안 예술가들 중 자신의 화를 벗 삼아 작품으로 승화시키며 예민한 내면을 마주한 작가들이 많다. 실제 심리학 연구진들은 (Dr. M.Bass) 화를 내는 감정이 창의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했고 흥미로운 결과를 내놓았다.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과정에서 화가 난 피실험자 그룹은 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단시간에 많이 냈다. 이에 반해 감정 변화가 없거나 슬픈 감정만 느낀 참가자들은 아이디어를 내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인간은 화가 나면 이성적 판단과 인지능력이 흐려지기 때문에 체계없는 사고가 촉진된다. 결과적으로 비이성적 사고는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는 것이다.

 

창의력은 아티스트들의 걸작들을 만들어내는 필수 요소이며, 특히 멕시코 출생 프리다 칼로 (Frida Kahlo)의 자화상과 삶을 접하게 된다면 그녀가 느꼈을 화와 고통은 그녀가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서진 기둥> 은 프리다의 학창 시절, 전차와 버스 충돌 사고로 인해 큰 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은 후 그린 그림이다. 프리다의 작품들은 대부분 개인의 경험담과 내밀한 부분들을 내포하기 때문에 그녀의 심리적 불안함과 고통이 그림을 뚫고 전해진다. 사고 당시 버스의 쇠 핸드 레일이 프리다의 자궁과 배를 관통하는 끔찍한 사고였고, 척추, 쇄골, 갈비뼈, 꼬리뼈가 모두 부서졌다. 오른쪽 다리는 11개의 골절이 생겼으며 3개월 동안 깁스를 한 채 옴짝달싹 못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 사고로 인해 무려 35번 수술대에 오르게 되며 평생동안 몸을 지탱해주는 코르셋을 착용했다.

 

그림 속 척추 대신 위치한 고대 그리스 건축 기둥은 금이 가 있고 무너질 듯 위태로워 보인다. 그녀의 몸을 찌르고 있는 검은 못들은 사고로 부서진 신체 부위를 가리키며 마치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듯한 고통과 희생을 상징한다. 커다란 눈은 깜빡이지 않은 채 눈물만 뚝뚝 흘려 보낸다. 눈물을 닦지 않는 모습이 마치 자신에게 일어난 고통에 대한 억울함과 신에 대한 원망의 마음을 강하게 표현한다. 함께 버스를 탔던 남자 친구 알레한드로는 큰 부상을 면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즉시 사망했다. 아마도 프리다는 이렇게 끔찍하게 부서진 육체를 자신이 보듬고 가야 한다는 것에 상당한 좌절을 느꼈을 것이다. 그 이후 다른 작품에서는 자신이 태어나기까지의 탄생 과정을 그림으로 그리며 사고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그녀의 회상하는 마음을 대변하기도 한다.

 

 

<머리카락을 자른 자화상> 그림 속 남자 분장을 한 인물 역시 프리다 칼로다. 태풍이 한바탕 휩쓸고 간 듯 황폐한 느낌을 자아낸다. 오른손에 들려 있는 가위와 바닥에 나뒹구는 머리카락들 때문인지 광기 어린 모습이다. 차분하게 머리카락을 자른 모습은 아니다. 그녀가 이 작품을 그리게 된 이유는 너무나 사랑했던 남편 디에고 리베라 (Diego Rivera)의 배신과 이혼 때문이다. 프리다의 머리카락은 디에고가 사랑했던 신체 중 하나였고, 그것을 모조리 없앰으로써 자신에게 남아있던 사랑과 여성성이 모조리 고갈되어버린 모습을 나타낸다.

 

 

프리다는 자신의 인생에 두번의 사고가 있었다고 말한다. 하나는 전차 사고였고 하나는 디에고와의 만남이라고 한다. 하지만 “디에고와의 만남이 훨씬 더 최악이었다”고 언급할 정도로 디에고는 프리다의 요동치는 감정을 가만두지 않았다. 그림 속 남성 양복을 입은 프리다는 자신의 머리를 난도질 한 행동에 거리낌 없어 보이며 정면을 응시하는 시선은 반항적이게 보이기까지 한다.

 

프리다 칼로의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는 자신이 평생 동안 겪었던 아픔과 시련을 가감없이 표현하였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멀티 페르소나를 자화상을 통해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창작의 뒤에는 그녀가 겪은 불꽃같은 내면의 갈등이 있었고 이 감정을 창의적인 돌파구로 바꾸었다. 짜증, 억울함과 우울함이 뒤섞인 분노는 우리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감정이기에 자신을 어딘가에 몰두하게 하는 좋은 연료로 쓰여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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