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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과사람】 부인의 기록으로 재조립해낸 그 시절 독일 《히틀러 시대의 여행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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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에 대한 방관자들의 시선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찰스 린드버그, 사무엘 베케트, 자동차왕 헨리 포드, 시인 타고르 등 유명인을 비롯한 학생, 정치인, 예술인, 언론인, 종교인, 학자 등 수많은 사람들이 독일을 여행하고 남긴 일기와 편지, 언론과 외교 기록 그리고 미 발간 도서들을 통해 외부인이 바라본 나치 시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연했다.

 

사람은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여행자들의 생생한 기록을 통한 시대의 소환이라는 점인데, 여기에는 히틀러 시대의 독일에 대한 이미지와 환상 등 편협한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현대인들의 이미지와는 달리 나치의 선전은 치밀하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았으며, 곳곳에서 그 허점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군사 제국의 야망과 사상의 탄압, 그리고 인종 차별과 특정 국가에 대한 혐오도 그다지 숨기지 않았다. 유대인-사회주의 커넥션의 음모라며 나치가 선전하는 내용은 많은 부분이 기초적인 사실에서부터 틀린 것들이었다. 때로는 역사적 사료조차 엉터리로 인용하기도 했다. 


독일 밖의 언론은 공공연히 나치와 히틀러의 야욕을 경계하며 이들은 비판하는 기사를 연일 실어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사업가, 외교관, 정치인, 종교인부터 전현직 군인들과 일반 시민에 유학생까지 그 시기의 독일로 앞 다투어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여행을 가기 전에나 돌아온 뒤에나 이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부분 독일에 대한 호의를 접지 않았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어느 시대이든 사람들은 실제보다는 믿고 싶은 것을 믿었다. 이를 부추기는 건 절반은 혐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기대 심리였다. 당시 사람들은 정도야 어쨌든 공산주의를 두려워했고, 적든 크든 유대인을 혐오했다. 퇴역 군인들은 전쟁의 재발을 경계하는 한편, 이를 실현해줄 강력한 지도자의 탄생을 바랐다.

 

종교인들은 타락한 시대를 사상적으로 보호할 선구자를 찾았으며, 몽상가들은 새로운 세계의 질서를 이끌 초인을 발굴하려 애썼다. 


사업을 하는 이에게 독일은 기회의 땅이자 기술의 국가였고, 예술을 하는 이에게 독일의 도시는 바야흐로 아방가르드가 활짝 꽃을 피워내는 전통적 문화의 도시이기도 했다. 어떤 분야이든 이상주의자들에게 독일은 그 이상이 만개할 조짐을 보이는 유일한 장소였다. 

 

선입견과 사적 욕망


패전으로 인한 하이퍼인플레이션 때문에 독일은 투자든 여흥이든 학업이든 돈이 들지 않는 국가였다. 독일의 숙소는 저렴했고, 식비는 헐값이었으며, 사람들은 친절했고, 풍경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소년과 소녀들은 매혹적이면서 헌신적이었다. 당시 사람들의 착각은 일정 부분은 선입견에 의해 편의대로 해석해버린 결과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극히 경제적이면서 사적인 욕망이 작용한 결과이기도 했다. 


시대의 전체를 조망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주변만을 목격했고, 그다지 넓은 시야를 갖고 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좁고 짧은 시야를 한데 모아 저자는 말 그대로 ‘히틀러 시대의 독일 전체’에 대한 그림을 펼쳐놓았다. 


그 작업은 평범한 영화나 뉴스, 혹은 역사책이나 안내서에서는 결코 찾아낼 수 있는 통찰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그 시대 사람들이 겪었을 혼란과 부조리, 감동과 비극, 사소함과 무거움이 치밀한 옴니버스 영화처럼 교차해가며 우리 앞에 드러나며, 저자는 이 모든 것을 마치 하나의 인과처럼 섬세하게 재조합해냈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이 책은, ‘황당하기도 하고, 어리석기도 하고, 아주 사소한가 하면, 아주 비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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