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8.01 (금)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평범한 사람이 흉악범으로 변해가는… <토막살인범의 고백>

URL복사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여대생 실종 사건에 대해 사립탐정에게 질문을 받은 피트가 클라라와의 과거를 회상하며 펼쳐놓는 ‘살인의 추억’.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금지구역 섹션 공식 초청작이다. 독일 영화지만 등장인물들은 영어를 사용하며 배경 또한 불문명한 국가로 설정됐다.



히키코모리에게 찾아온 여자


프로그램 개발자 피트는 교수의 총애를 받는 천재적 재능을 가졌지만, 대인관계가 서투르고 사회적 시스템에 미숙해서 외출이나 타인과의 관계에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 기숙사 방에서 연구에만 매진하는 그에게 인터넷은 삶의 중요한 도구다. 음식이든 성욕이든 모든 것은 인터넷을 통해 해결한다. 그가 만나는 사람은 배달원과 한 명의 친구 뿐이다.


그런 피트에게 어느날 밝고 적극적인 성격의 여학생 클라라가 찾아온다. 논문 과제를 함께 하고 싶다는 클라라. 당황한 피트는 거절하지만, 거듭되는 그녀의 제안에 결국 응한다.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과정에서 우정이 싹트고 피트의 삶에는 변화가 생긴다. 클라라의 충고에 바깥 세상에 나가보는 피트는 역시 사람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점점 친밀하게 행동하는 클라라와 그녀와의 성관계를 부추기는 친구의 영향으로 욕망은 점점 커진다. 클라라의 집에 초대받은 피트는 키스를 시도하지만 거절당한다. 실연의 상처와 분노에 빠진 그에게 클라라가 사과를 하기 위해 찾아오고 예상하지 않은 상황에 빠진다.




역겨운 묘사와 괴상한 논리


자극적인 제목만큼이나 논쟁적인 영화다. 고어적 표현이 직접적이거나 많은 것은 아니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집요한 묘사나 표현 방식 등은 상당히 역겹고 불편하다. 영화의 태도가 모호해서 더욱 그렇다.



여성에 대한 범죄를 다루는 카메라의 시선이 미화되지 않았지만, 냉정하고 일상적인데 오히려 그렇게 무감각하게 범죄를 바라봐도 되는가 싶은 혐오감을 관객에게 준다. 카메라의 시선에 비해 주인공 피터의 감정은 섬세하게 표현된다. 그는 클라라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하지만,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기도 하다. 시종일관 오열하고 구토하고 눈물을 흘리는 피터는 영화의 시점을 장악하기 때문에 관객은 이 공감하고 싶지 않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직면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범죄는 은유일 수 있다. 피터는 클라라에게 인터넷 세상에서 해킹 등을 마음껏 하고 흔적 없이 지울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아무리 지워져도 나쁜 짓은 나쁜 짓이라는 도덕적 멘트와 함께 피트를 몽상가라고 판단한 탐정처럼, 피트에게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구분은 명확하지 않다.




클라라에 대한 범죄는 인터넷 세계에서 은밀한 욕망을 배출하는 행위의 비유일까. 피트의 밀폐된 방은 인터넷일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단서가 풍부했다면 오히려 이 영화의 논쟁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말했다시피 모호하다.

피트의 심리를 따라가는 영화인만큼 주인공의 캐릭터 묘사는 섬세하다. 평범한 사람이 끔찍한 범죄자가 되는 과정이 설득력을 얻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 곁의 보통 사람들이 범죄의 경력을 숨기고 아무도 모르게 함께 살고 있으리라는 생각은 들게 한다. 이 영화의 원제목처럼 평범해 보이는 사람의 잠재적 가능성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암시가 있다.



곱씹을수록 잔인한 영화지만, 유머러스한 표현들도 인상적이다. 후반부 주변인들의 등장과 증언이 특히 재치있다. 영화의 파격은 고어적인 욕조씬이 아니라, 새로운 인물이 개입되는 후반부다. 피트는 엄청난 일을 경험하고 외출을 할 수 있게 된다. 엄마의 과보호적 시선을 벗어나지 못하던 어린아이가 어른이 된 것이다.


범죄가 주인공을 성장시켰다니 황당한 논리다. 영화 속의 범죄는 남성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사회화와 소통에 어려움을 가진 청년이 폭력을 도구로 상처를 극복하는 비정상적이고 금기적인 정신세계의 형상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본질적으로 사랑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피트 역의 아담 일드 로웨더 연기는 영화의 ‘심리 읽기’를 지루한 순간 없이 흥미롭게 만든 결정적 요소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李 대통령 "미국 간 상호관세협상 타결…한미 동맹 더욱 확고해지는 계기"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한국과 미국 간 상호관세 협상이 타결됐고, 이를 통해 한미 간 산업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한미 동맹도 더욱 확고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양국 협상이 타결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타결했다"며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촉박한 기간과 녹록지 않은 여건이었지만 정부는 오직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에 임했다"며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전략 다듬기를 반복한 끝에 오늘 드디어 관세협상을 타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통상 합의에 포함된 3500억 불(달러) 규모의 펀드는 양국 전략산업 협력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으로 조선,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에너지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특히 이 중 1500억 불은 조선협력 전용 펀드로 우리 기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광복’을 주제로 작가와의 만남, 뮤지컬, 체험 등 풍성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금천문화재단(대표이사 서영철)은 제80주년 광복절을 맞아 금천구 공공도서관에서 순국선열의 희생을 기리고 광복의 기쁨은 되새기는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광복의 의미와 독립운동의 역사적 가치를 짚고, 구민이 함께 기쁨을 나누고자 마련한 자리다. 작가와의 만남부터 뮤지컬 공연, 체험, 상시 행사까지 금천구 도서관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독산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 광복의 역사적 의미와 올바른 역사 인식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그림책 작가와의 만남 ‘자유를 만난 날, 작가를 만나다!(8월 9일~30일 매주 토)’, 광복 관련 그림책 독서 이벤트 ‘오늘의 그림책(8월 11일~17일 상시 운영)’을 운영한다. 가산도서관은 ‘되돌아보는 광복절’을 주제로 다양한 독서문화행사를 마련했다.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삶과 정신을 다룬 창작 뮤지컬 ‘영웅’을 각색한 ‘1인 뮤지컬 공연(8월 27일)’, 어린이 대상 체험 ‘독립운동가 김구 키링 만들기(8월 한 달간)’, ‘태극기 부채 만들기(8월 6일)’ 등을 진행한다. 금나래도서관은 조국의 광복을 이끈 순국선열들에게 보내는 손 편지 시간 ‘광복의 그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대생 전공의 복귀하려면 무조건 사과부터 해야
지난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했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지난 14일 전격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17개월 만에 의정 갈등이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복귀자들에 대한 학사일정조정, 병역특례, 전공의 시험 추가 응시기회 부여 등 특혜 시비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의정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아있게 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1년5개월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의정 갈등의 해법은 의대생, 전공의들이 무조건 국민과 환자들에게 의정 갈등으로 인한 진료 공백 사태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그 다음 복귀 조건을 제시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지난해 2월부터 발생한 의정 갈등은 정부가 고령화 시대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지역의료 강화, 필수 의료 수가 인상 등을 묶어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강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인력 배치’의 불균형 문제이며, 의료개혁이 충분한 협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고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료계는 의사 수 증가가 오히려 과잉 진료와 의료비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