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0.14 (화)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사회

독재는 짧고 예술은 길다

URL복사

블랙리스트 예술가들 작품으로 저항... 시국 비판적 작품 쏟아져


[시사뉴스 정지혜 기자]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대해 예술가들은 ‘독재는 짧고 예술은 길다’는 구호로 저항하고 있다. 예술의 기본 정신은 저항인 만큼, 권력에 비판적인 예술인들을 ‘블랙리스트’로 분류하는 행동은 오히려 예술의 저항성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더구나 ‘더러운 잠’을 둘러싼 논란은 야당조차 박근혜의 ‘블랙리스트’에는 비판적이면서도, 표현의 자유는 인정하지 않는 이중적 인식을 드러내며 예술에 대한 탄압적 풍토를 상기시켰다. 예술가들은 예술로 말한다. 문화 전반에 저항예술이 어느 때보다 넘치는 이유다.


광장에 천막 치는 예술가들


이달 출간된 ‘검은 시의 목록’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시인들의 작품을 모아 엮은 시선집이다. 원로 신경림 강은교 시인부터 박준 박소란 등 젊은 시인에 이르기까지 99명 시인의 시를 한데 모아서 펴낸 것은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얼마나 비극적이고 잘못된 일이지 밝혀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도종환 시인은 “블랙리스트 작성은 유신시대 검열 회귀, 분서갱유와 다름없다”며 “앞으로 시인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은 더욱 강건한 모습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책을 엮은 시인 안도현은 “누군가는 시인들을 검은색 한 가지로 칠하려 했지만, 시인은 그리고 인간은 한가지 색으로 결코 칠해질 수 없는 존재다”라고 말했다. 시인 유병록은 “잘못된 일을 잘못되었다고 말한다고 해서 블랙리스트라고 부른다면, 우리는 언제나 블랙리스트일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미술관 공연장을 박차고 나온 현장예술도 활발하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궁핍현대미술광장’은 촛불항쟁 사진전에 이어 판화전을 열었다. ‘궁핍현대미술광장’을 주최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모임인 ‘광화문 미술행동’은 전시 외에도 촛불집회에 참여해 직접 작품 활동을 하는 등 직접적인 항의와 작품 공유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광화문에 세워진 천막극장 ‘광장극장-블랙텐트’도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2월 초에는 드림플레이 테제21의 ‘검열언어의 정치학 : 두 개의 국민’이 공연됐다. 검열 언어가 우리에게 어떤 폭력을 가하는지 살펴보며 그 언어 속에 은폐된 정치철학과 공공예술 사이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작품이다. 이어, 진도 민중을 통한 근현대사의 비극을 조망한 연희단거리패 ‘씻금’, 세계사의 상징적 선언문들과 저항적 시와 노래로 구성된 무브먼트 당당의 ‘광장 꽃, 피다!’가 공연됐다. 2월 중순에는 노동3권 보장을 주장하는 노동극 ‘노란봉투’가 소개됐다. 24일까지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연극 ‘킬링타임’이, 27일부터 3월2일까지는 무용가들이 참여하는 ‘몸, 외치다!’가 예정돼 있다. 그룹 14feet ‘묵음’, ‘최순실 게이트’ 관련 1인 시위에 참여한 무용수들의 협업 무대인 ‘정오의 1인’, 두 댄스 씨어터의 ‘퍼즐(Puzzle)’, 민족춤협회 ‘삼삼한 날에’ 등이 참여한다.


기득권에 대한 비판과 부조리 고발


공공극장인 서울문화재단의 남산예술센터조차 올해 라인업을 사회성 짙은 작품들로 잡았다. 최근 발표한 ‘2017 시즌 프로그램’은 기득권과 전체주의 권위주의에 대한 저항과 부조리에 대한 고발로 가득하다.


5월13일~6월4일 공연예정인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연극 ‘개구리’ 연출가인 박근형 극단 골목길 대표가 대본을 쓰고 직접 연출한 작품이다. 박근형 연출가는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의 상징적 인물이다. 박정희 대통령을 풍자한 연극 ‘개구리’로 인해 박근형 연출가는 각종 지원에서 탈락되는 등 노골적인 탄압을 받아 연극계 전체에 거센 저항을 몰고오는 시발점이 됐다. 하지만,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작년에 초연돼 월간 한국연극 ‘2016 연극 베스트 7’,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제53회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시청각디자인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실제 고등학생이 참여해 현대사회의 강요된 질서와 집단주의의 모순에 돌직구를 날린 김수정 작·연출의 ‘파란나라’도 11월2~12일 다시 관람할 수 있다. 고수희와 초연 무대에 섰던 강지은 이원재 서동갑 김동원 등을 비롯해 손진환 이기현이 가세해 새로움을 더한다.


시즌프로그램에 창작초연으로 선보이는 작품 또한 주제와 형식 측면에서 ‘동시대성’에 집중했다. 지난해 12월2일에 발표된 정기공모 선정 작품은 구자혜 작·연출의 ‘가해자 탐구- 부록:사과문작성가이드’, 전인철 연출의 ‘국부 國父’, 고영범 작·이성열 연출의 ‘에어콘 없는 방’ 등 세 편이다.


이들 작품은 최근에 문학 미술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화두에 올랐던 성폭력 문제와 우리 사회를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남북의 국가적 우상, 질곡의 한국 현대사 속에서 난파된 디아스포라 인생을 다루고 있다. 세 작품 모두 우리 사회를 옥죄는 국가 시스템과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거대한 폭력에 시선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李 대통령 "정치, 사회 양극화와 격차 문제 최소한으로 완화"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민생·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국민 패널 100여명과 함께하는 디지털 토크 라이브를 열고 "정치가 사회 양극화와 격차 문제를 최소한으로 완화해야 한다"며 "실현 가능한 현실적 정책들을 함께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콘텐츠문화광장에서 열린 '디지털 토크 라이브 국민의 목소리, 정책이 되다' 에서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평균적으로 나쁘지 않은데, 압도적 다수의 사람들은 불평등 때문에 매우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의 본질은 국민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삶에서 제일 중요한 게 경제 문제다. 먹고사는 게 힘들면 정말 피곤하다"고 했다. 지역균형 발전 방안을 두고는 "수도권 집값 때문에 시끄러운데, 사실 제일 근본적인 문제는 수도권 집중에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가 취업이 쉽지 않다 보니 전세계적으로 자영업 비율이 엄청 높은데, 최저임금도 못 버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했다. 또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은 요새 빚 때문에 더 난리인데, 금융 문제에 있어서는 지금보다 좀 개혁적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며 "선진국은 못 갚은 빚을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디지털 약자들의 정보격차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은행 업무부터 병원 예약, 대중교통 이용, 행정 서비스까지 해결되는 시대다. 그러나 이 편리함은 상대적으로 디지털 정보활용 취약계층에게는 새로운 장벽이 되곤 한다. 각종 기관의 창구 업무는 줄어들고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기만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전자정부, 모바일뱅킹, 온라인쇼핑, 스마트농업 등 대부분의 사회·경제 활동이 디지털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시대다. 하지만 모두가 그 혜택을 고루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노인뿐 아니라, 전업주부, 저학력자, 농촌 거주자, 장애인 등 이른바 ‘디지털 정보취약계층’은 여전히 정보 불평등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러한 정보격차는 단순한 ‘기술 접근’의 문제가 아니다. 기기 사용 능력의 부족, 낮은 디지털 문해력, 인프라 격차, 생활환경의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과 활용 능력이 결여되면 일상적인 서비스 이용은 물론, 경제 활동, 교육 기회, 복지 접근까지 제한받는다. 디지털 기술이 사회를 더 평등하게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기존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역설적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방의 중장년층 여성이나 농민, 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