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파리 테러를 계기로 프랑스와 벨기에는 물론 세계 각국 정보 당국의 무능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파리 테러 발생 하루 전인 지난 12일 이라크 정부가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습에 참여하는 미국 주도의 연합국가들에게 IS의 공격이 임박했으며, 공격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로 프랑스를 지목하기까지 했던 사실이 드러난 만큼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수사과정에서 파리 테러범들의 상당수는 급진이슬람주의 활동으로 경찰과 정보부의 감시망에 포착된 적이 있는 인물들이었다. 16일(현지시간) 가디언은 프랑스와 벨기에 정보국 일부 관리들이 테러범이 급진주의자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서류를 확보했었다고 보도했다. 이들 테러범 가운데 최소 5명은 시리아에 갔다가 프랑스나 벨기에로 돌아온 적이 있었다. 이들은 정보 레이더망에 걸렸으나, 정보국 요원들은 검거하지 못했고 범인들의 모의를 간과했다.
프랑스 상원 외교·안보위원회 소속 나탈리 굴레 의원은 “우리가 아는 것은 범인들 대부분이 시리아에서 돌아왔으며, 아무도 이런 그들을 막지 못한다는 점이다”며 “정보국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벨기에 정보국을 감독하는 의회위원회는 파리 테러 이후 일련의 테러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데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스테판 반 헤케 녹색당 의원은 “테러범들이 정보국과 경찰 검거망을 피해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가 현재 할 수 있는게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6일 프랑스 정부가 파리 도심 연쇄 테러의 지령자라고 밝혔던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는 지난 1월 벨기에 동부 베르비에에서 발생한 총격전에서 사망한 지하디스트 2명의 공범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바우드는 지난 해 2명과 함께 시리아를 여행하고 돌아온 후 베르비에 지역에 은신처를 마련했다. 이 은신처를 경찰이 급습한 후 그는 "정부가 나와 형제들이 범행계획을 공모했다는 것을 알았다”며 “내 이름과 사진이 뉴스에서 계속 보도됐으나, 작전을 수행한 뒤 자리를 떴다”고 밝혔다. 또 현상 수배 중인 사진을 보고 조회를 한 경찰에게 호출됐으나, 경찰이 알아차리지 못한 덕분에 다시 풀려난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13일 프랑스와 독일의 평가전이 열리던 파리 외곽 축구장 ‘스타드 드 프랑스’에 대한 테러범 중 한 명인 이스마일 오마르 모스트파이(29)는 2013년 시리아로 건너가 2014년 봄에 프랑스로 돌아왔다. 터키는 모스트파이가 2014년 12월과 올해 6월 가한 테러 위협에 대해 프랑스 정부에 2번이나 경고를 보냈다. 그러나 경고는 정부의 대응 조치로 이어지지 못했다.
13일 파리 바타클랑 극장에서 총격을 한 테러범 중 한 명인 사미 아미무르는 2012년 10월 테러주의자와 연계된 혐의로 구금됐다. 이듬해 가석방을 깨고 시리아를 여행한 후 국제 체포 영장이 발부됐으나, 2014년 10월 중순에 귀국한 이후 잡히지 않고 있다가 이번 테러를 벌였다.
살라 압데슬람 사례 역시 황당한 경우다. 그는 테러 공격을 위해 차량을 임대했으며, 콩투와 볼테르 카페 밖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한 범인 중 한 명과 형제관계이다. 압데슬람은 다른 2명과 함께 프랑스-벨기에 국경에서 여러 시간 동안 심문을 받았다가 풀려났다.
영국 해외정보국(MI6) 전 고위 관리는 “이런 사실이 확인된다면, 대단히 부주의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며 “대규모 테러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정보국은 (범인들이 발자취를 남겼으나) 증거를 수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중앙정보국(FBI)의 존 브레넌 국장은 16일 워싱턴에서 IS의 테러 능력 향상에 대한 정보 부족을 비판하면서, 정보기관들이 테러 정보를 효과적으로 수집할 수있는 권한이 확대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프랑수아 에스부르 전 프랑스 대통령 안보·방위위원회 위원은 “가장 큰 문제는 테러 의심자들에 대한 정보부족이 아니라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내 정보국은 2013년 개조됐으나, 여전히 자금부족을 겪고 있으며, 일손이 부족하다”며 “개혁을 추진하는 중이나 4~5년 내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