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을 후계자로 만드는 것이 진심일까. 아니면 자신이 한일 롯데 그룹의 경영권 최고 자리에 오르기를 원할까. 신동빈의 롯데가 어려움을 겪기를 바라는 것일까. 이 같은 의문을 두고 유통가가 뒤숭숭하다.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난 16일 롯데쇼핑 등 7개 계열사 대표이사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이날 SDJ코퍼레이션과 법무법인 두우에 따르면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을 받은 법무법인 두우는 지난 12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검에 7개 계열사 대표이사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한 계열사는 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물산, 롯데제과, 롯데알미늄, 롯데건설, 롯데칠성음료다.
신 총괄회장이 계열사 대표들을 고소한 까닭은 7개 계열사 대표이사들 지난달 20일부터 현재까지 총괄회장의 거듭된 서면 및 구두 지시에도 불구하고 업무보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은 이들 대표들의 집단적 실력행사로 인해 그룹 및 계열사 중요사항에 대해 의견 표명을 할 기회조차 봉쇄당했기 때문에 고소를 하게 이르렀다고 법무법인 두우를 통해 밝혔다.
신 총괄회장은 앞서 신동주 회장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즉각적인 복귀와 명예회복을 위해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키도 했다.
문제는 롯데 창업자로서 롯데가 잘못되기를 바라는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롯데에서 발생한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롯데는 알짜배기 면세점 특허권 하나를 다른 기업에 내줬다.
경영권 분쟁이 면세점 특허권 심사에 영향을 100% 줬다고 볼 수는 없지만 심사위원들의 판단에 어느정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결국 신 총괄회장이 신동주 회장을 앞세워 경영권 분쟁을 더욱 키울 경우 롯데는 또 다른 손실을 입게 될 지도 모른다.
특히 롯데그룹 계열사 대표들과의 고소전이 본격화될 경우 롯데그룹의 각 계열사 업무에도 큰 지장을 줄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신 총괄회장은 왜 롯데그룹 계열사 대표와 SDJ코퍼레이션 측과의 중재를 통한 방법을 찾지 않는 지 여부도 의문이다.
현재 롯데 그룹측은 총괄회장의 업무보고 통보서 하달과 관련해 "현재 롯데의 계열사 대표들은 언제든지 총괄회장께 보고할 준비가 돼있다"고 입장을 여러번 밝혔다. 하지만 현재 34층을 공동관리하는 상황에서는 업무보고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유는 바로 공시위반과 영업비밀 제공 등 불법성 등 때문이다.
현재 34층에는 롯데그룹과 관계가 없는 인력(SDJ측)이 있는 상황이며, 회사 관계자가 업무보고 시 배석할 경우 제3자에게 유출돼 이사의 비밀유지 의무 위반 등의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것.
계열사 대표들을 고소할 정도로 업무 보고를 받아야만 했다면 신 총괄회장은 SDJ 측 인사들이 업무보고를 듣지 못하도록 집무실에서 잠시 나가있으라고 지시하면 된다.
결국 신 총괄회장은 SDJ 측 인사들과 함께 롯데그룹의 업무보고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으로 정리되지만 이 또한 쉽게 납득은 가지 않는다.
신동주 회장은 현 상황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소송전에 전면에 나선 인물이고, 롯데그룹에 마땅한 지위가 없는 상태다. 다른 SDJ 코퍼레이션 인사들은 더욱 더 롯데그룹과는 관계가 없다.
그동안의 업무보고를 다른 사람과 받아왔다면 신 총괄회장이 SDJ 측 인사들과 함께 업무보고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은 그동안에도 계열사 대표들과 일대일 또는 일대 다수로 업무보고를 진행해왔다.
그렇다면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은 정상이라고 믿을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그동안 신동주 회장측에서는 “아버지의 판단력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롯데그룹 측은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신 총괄회장을 수단으로 내세우는 상황은 도를 넘은 행위"라며 "소송 참여가 신 총괄회장의 진정한 의사에 따른 것인지 의심된다"고 맞서기도 했다.
특히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 측 고위인사들은 그동안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얘기를 계속 흘렸다.
현재로서는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이 거의 정상이라는 데 많은 이들이 동의를 하고 있는 상태다. 신 총괄회장이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에 나와 판단력이 흐려진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 총괄회장의 이번 소송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유통가에서의 대체적인 견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 그룹이 면세점을 잃고 큰 타격을 받은 시점에 SDJ측에서 신 총괄회장을 앞세워 소송을 벌이는 것은 마치 롯데가 망하길 바라고 행동하는 것으로 느껴진다"며 "창업주인 총괄회장이 그룹이 어려워지는 것을 바라면서 이런 일을 주도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 총괄회장이 업무보고를 받는 시간동안 SDJ측 인사를 내보냈다면 업무보고가 이뤄지지 않았을 리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