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힘들지 않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두산 베어스의 '믿을맨' 이현승(32)이 완벽한 국가대표 마무리투수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현승은 16일 대만 타이중시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열린 2015 프리미어12 쿠바와의 8강전에서 9회 1사에 등판해 안정적으로 7-2 승리를 지켜냈다.
5점차 리드 상황이었지만 김인식 감독은 4강으로 향하기 위해 가장 믿고 있는 '이현승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이현승은 이번 대회에서 2⅓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1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8강까지 대표팀이 치른 6경기 중 4경기에 등판했다. 시종일관 끌려다니던 일본전과 콜드게임 압승을 거둔 베네수엘라전을 제외하고 모든 경기에 이현승이 나섰다.
32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전성기를 맞았다.
이현승은 올 시즌 계투조로 활약하다가 시즌 중반 이후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의 신임을 받아 마무리로 뛰었다. 올 시즌 41경기에 나와 3승1패 18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89를 기록했다. 마무리 부재로 앓던 두산의 고질병을 말끔히 해결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강했다. 조기투입은 물론 연투까지 마다하지 않는 완벽한 '믿을맨'이 돼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최고의 시즌을 마치자마자 이현승은 첫 태극마크를 달고 행복한 11월을 보내고 있다. 그는 "태극마크를 달아 영광이다. 나라를 대표해서 나왔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마운드에 오른다"고 소감을 말했다.
투수들 중에 가장 힘든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첫 태극마크의 기쁨에 피로도 잊었다. 그는 "체력적인 부담은 없다.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다시 한 번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며 힘주어 말했다.
이현승은 두산의 뒷문 걱정을 지웠듯이 안지만과 임창용(이상 삼성)이 빠진 대표팀의 마무리 자리도 완벽히 메우고 있다. 어깨가 빨리 풀리고 연투에 능하다. 특히 배짱이 두둑하다.
그는 "국민들이 응원해주시기 때문에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오른다"고 밝혔다. 중요한 상황에서 등판할수록 부담을 느끼는 대신 힘을 얻는 '마무리 체질'이다.
이현승의 마음은 벌써 일본에 가 있다. 그는 "마음은 이미 일본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승리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하겠다. 일본을 상대로 더 강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자신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떠올리게 하는 발언이다. 그는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는 "NC타선에 많이 당하기는 했지만 이제 더 이상 약한 투수가 아니다"고 큰 소리를 쳤고 그 말을 지켰다. 2경기에서 5이닝 동안 1점도 잃지 않았다.
이현승은 지난 8일 한일 개막전에서 등판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때보다 훨씬 더 중요한 19일 4강전에서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