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요르단강 서안 지구와 동예루살렘 등 이스라엘 점령지에 세운 유대인 정착촌 거주민 숫자가 42년 만에 57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현지시각) 시민단체 피스나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스라엘 점령지의 유대인 정착촌에는 모두 57만700여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안 지구 유대인 정착촌에 37만700여 명, 동예루살렘 유대인 정착촌에 20만여 명이 사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대인 정착촌은 서안 지구 꼭대기에 위치한 임시 전초 기지에서부터 완전히 개발된 도시까지 모두 포함한다. 도시에는 거주민들의 집은 물론 쇼핑몰과 학교가 들어서 있다. 상당수의 유대인들이 경제적 이유 등으로 서안지구 정착촌에서 살고 싶어한다.
이스라엘 점령 지역에 세운 유대인 정착촌 거주민 숫자는 지난 42년 동안 꾸준히 늘었다.
1972년에는 유대인 정착촌 거주민 숫자가 1만여 명에 불과했다. 서안 지구에 1500여 명, 동예루살렘에 8500여 명이 살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오슬로 협정을 맺기 직전인 1992년 이스라엘 점령지에 거주하는 유대인 숫자는 23만1200여 명으로 크게 늘었다. 서안 지구에 10만5400여 명, 동예루살렘에 12만5800여 명이다.
2000년대 말에는 유대인 36만5000여 명이 이스라엘 점령지에 거주했다. 지역별로는 서안 지구에 19만8000여 명, 동예루살렘에 16만7000여 명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취임 1년 전인 2008년에는 이 숫자가 47만4000명으로 늘었다. 서안 지구와 동예루살렘에 각각 28만1000여 명, 19만3000여 명이 살았다.
반면 현재 서안 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모두 220만 명으로 집계됐다. 동예루살렘에는 30만 명이 살고 있다.
팔레스타인 측은 서안 지구와 동예루살렘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이 늘어나 양 측간 폭력 사태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팔레스타인이 국가를 세우려는 지역에 유대인들이 정착하면서 '두 국가 해결안(two-state solution)' 실현을 방해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이와 같은 입장으로, 이스라엘 점령지에 유대인 정착촌을 세우는 것이 불법이라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 같은 비판을 오랫동안 무시해왔다. 정착촌을 확대한 서안 지구나 동예루살렘의 영토 분쟁은 추후 평화 회담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많은 유대인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1967년 중동전쟁을 통해 점령한 서안 지구와 동예루살렘을 차지하고 싶어 한다.
한편 11일 유럽연합(EU)은 이스라엘 점령지인 요르단강 서안 유대인 정착촌에서 만든 모든 상품에 생산지를 알리는 라벨을 부착하라는 지침을 승인했다. 이스라엘은 EU의 이 같은 특별 라벨 지침이 불공평한 차별이며 '반유대주의'이고, 이스라엘 제품에 대한 보이콧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