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자국 육상선수들의 도핑(금지약물복용)의혹에 대한 조사에 협력하겠지만,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러시아 선수들까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계반도핑기구(WADA) 산하 독립위원회가 지난 9일 러시아 정부가 사실상 육상선수들의 도핑을 조장 및 후원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소치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비탈리 무트코 체육장관과 스포츠분야와 연관된 모든 사람들에게 도핑 문제의 심각성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하면서, WADA의 조사에 적극 협력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푸틴 대통령은 "불행하게도 스포츠 분야에서 도핑과의 투쟁은 여전히 긴급한 이슈"라며 "따라서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푸틴대통령은 WADA 산하 독립조사위원회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 촉구한 '러시아의 전 육상선수 경기출전 금지'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 도핑하지 않은 선수들까지 책임져서는 안된다는 점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오는 13일 열리는 IAAF회의에서 자국 육상선수들의 도핑 실태에 대한 명확한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러시아 육상선수들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물론 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무트코 체육부 장관은 11일 "만약 필요하다면 러시아 도핑실험실 책임자로 외국 전문가를 초빙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리 로드첸코프 실험실 소장은 고의로 혈액샘플들을 대량폐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난 10일 사실상 경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