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세권 기자]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로 새누리당 원유철,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5일 회동을 갖고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으나 합의에는 일단 실패했다. 하지만 여야 원내대표는 오는 6일 여야 수석원내대표간 회동을 열어 입장차를 좁혀나가기로 해 국회 정상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의화 의장과 원유철,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4시30분 국회 의장 집무실에서 만나 한 시간 동안 역사 교과서 국정화 후폭풍으로 '올스톱' 된 국회 운영방안을 논의했다.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에서는 냉기가 풀풀 날렸지만, 비공개 회동이 끝나고 난 후에는 약간의 온기가 감돌았다.
이 원내대표는 회동이 끝난 후 "기자들이 원내대표 회동이 가능한가"라고 묻자 "글쎄, 안할 수도 없고…"라며 "좀 해보려고 그러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1시간 동안의 회동이 끝난 후 새누리당 유의동 원내대변인은 "오늘 오전 양당 원내수석간의 논의를 바탕으로 많은 주제를 일일이 점검했다"며 "내일 오전 중에 양당 수석의 논의가 다시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도 "오전 중 양당 수석이 통화해 약속을 잡을 것"이라며 "유 원내대변인이 말한 것이 대변인이 말할 수 있는 전부"라고 설명했다.
다만 박 원내대변인은 "수석회동이 재개되면 결과에 따라 최종적으로 원내대표간 회동이 이뤄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그 과정을 거치면 (국회)의사일정이 결정될 수 있다"고 말해, 국회 정상화의 여지를 남겼다.
그는 "내일 원내수석간 회동을 기대해달라"며 "수석회동에서 입장차이가 분명하게 확인됐다면 지금은 서로 입장을 좀 더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내일 회동에서 서로의 중점 법안들을 어떻게 할 지 논의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의동 원내대변인도 "오전에 있었던 여야 원내수석간 회동에서 입장차가 존재했고 이를 좁혀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유 원내대변인은 "내일 (본회의는) 불가능하겠지만 그렇게 (교착상황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며 "일몰법안 등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법안들이 있고, 무한정 뒤로 미룰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정 의장은 회동 모두발언에서 "가능하면 교과서 문제는 교과서 문제로, 국정은 또 국정이니까 여야가 정해져 있는 일정에 따라 국회가 더 이상 공전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의사일정을 보이콧 중인 새정치민주연합에 국정화 투쟁과 국회 정상화의 '투트랙' 전환을 당부한 것이다.
정 의장은 또 "오늘 여야 합의하에 본회의를 하도록 돼 있는데 지금 교과서 문제로 본회의가 계속 열리지 않는 것에 대해 의장으로서 걱정이 안될 수 없다"며 "특히 예산안도 지난해와 같이 12월2일에 법정시일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19대 국회의 마무리가 잘 되도록 여야 대표가 잘 협조해달라"며 "원내대표들간 논의를 잘 해서 빠른 시일 내에 본회의가 열릴 수 있도록, 국민이 보는 정치를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역사교과서에 대해서는 정부 고시가 됐으니 국사편찬위원회나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여야 정치권과 국회는 민생을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노동개혁 5법이나 경제활성화 관련 법 등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 만들려는 많은 법안들이 하루빨리 국회를 통과해 국민의 열망에 국회가 부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가 이제 5개월 남았는데, 오는 13일까지 선거구획정위의 제출안을 국회에서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줘야 한다"며 "정개특위 활동 연장 등 깊이 있고 실질적인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다. 의장이 만들어 준 자리가 국회 정상화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에둘러 새정치연합을 압박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론을 분열시켜 국회가 정상적으로 가지 못하게 되는 예기치 않은 일들을 일으킨 원인은 전적으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예정 돼 있는 국회를 제대로 진행할 수는 없다"고 국회 보이콧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말씀하신 경제활성화 3법을 걱정한다고 저희들이 분명히 말씀드렸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우리가 걱정하는 점을 한 두 개 받아들여서 해소하려는 노력도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늘 이렇게 회담 중재를 위한 대표 간 만남이 썩 편하게 되지 못한 점이 있고, 또 정상적인 원내대표 간의 만남이 되기 어려운 그런 점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