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4일 오후 6시께 서울 구로구 구로동 고척스카이돔 인근 마트 입구를 나선 사람들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목적지는 한국 프로야구 대표팀과 쿠바 대표팀의 친선경기가 열리는 고척돔구장. 자가용으로 고척스카이돔구장을 찾은 이들은 경기 관람을 위해 직선 거리 450m 가량을 걸어서 이동했다.
고척스카이돔구장 측이 관중들의 구장 내 주차장 이용을 통제한 탓이다. 이날 돔구장 지하주차장 입구 길목에는 안내 요원 두 명이 지키고 있었다.
요원들은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량을 붙잡고 신분을 확인했다. 실내 주차장은 직원과 취재진 등 관계자만 이용할 수 있었다.
친선경기를 인터넷으로 예매한 오모(24)씨는 경기 하루 전날 예매처로부터 '한국 vs 쿠바 경기, 돔구장 주차장은 이용불가하며 외부주차장 확인 후 이용바란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18개월 아들과 돔구장을 찾은 황모(40)씨는 "오류 2동에 거주해 야구장 근처 교통이 혼잡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며 "아이를 유모차로 데리고 다녀야 해 일부러 자동차로 야구장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먼 곳에서 야구장을 방문한 관중들은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인천에서 온 박명호(36)씨는 "실제 걸어보니 외부 주차장에서 야구장까지 거리도 상당히 멀어 생각보다 훨씬 더 불편했다"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고척스카이돔에 야구 경기를 보러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차시설을 갖춘 인근 상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인근 마트 관계자는 "경기장 측으로부터 사전에 주차장 이용 관련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주차장 이용객 중 야구 관중의 수는 많지 않지만 영업점 입장에서 달가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 3층 정도까지만 주차 차량이 찼었는데 오늘은 4층 주차장까지 가득 찼다"고 설명했다.
돔구장 주차장은 지상 1층 35면, 지하 1층 282면, 지하 2층 175면으로 구성됐다.
실제로 살펴본 돔구장 내 주차장에는 여유 공간이 있었다. 만석이었던 지하 1층 주차장에 비해 지하 2층 주차장엔 130여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남았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돔구장 면적 자체가 좁아 주차 공간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며 "구장 주변 교통도 복잡해 일반 관중의 지하 주차장 이용을 사전에 차단했다"고 답변했다.
야구장을 방문할 때보다 집으로 돌아갈 때가 문제다. 이모(46)씨는 "경기가 끝나면 대규모 인파가 한꺼번에 몰릴 수 밖에 없다"며 "대중교통을 통해 집에 가기 위해 지옥철을 타는 것보다 조금 걷는게 낫다"고 말했다.
남편과 동행한 손모(33·여)씨는 "인근 마트에 차를 주차했는데 너무 불편했다"며 "돈을 지불하더라도 주차공간은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주차 측면에서 있어 잠실구장과 너무 비교된다"고 덧붙였다.
아들과 함께 온 이모(44)씨는 "주차가 안된다고 해서 일부러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며 "넥센 팬이라 계속 오긴 올 것이지만 너무 불편하다. 가장 먼저 개선돼야할 것이 주차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달 고척돔에서 열린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콘서트 때도 시설공단 측은 관객들에게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 이용을 독려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설공단 측은 프로야구가 개막하는 내년 3월까지 주차 문제 해결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김지영 시설공단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주차예약제 등을 통해 사전에 자가용 이용이 불가피한 관중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라며 "당분간 주변 민간 주차장을 최대한 활용하고 사전에 대중교통 이용 안내 문자를 보내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서울시 차원에서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캠페인도 벌일 예정이다. 서울 구로구 지하철 1호선 구일역 방면 출구를 만들어 대중교통편과 거리를 좁힌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