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지구 반대편 칠레에서 순항을 이어가고 있는 최진철호가 '축구 종가' 잉글랜드와 일전을 앞두고 있다.
최진철 감독이 이끄는 U-17(17세 이하) 축구대표팀은 오는 24일 오전 5시(한국시간) 코킴보에서 열리는 2015국제축구연맹(FIFA) U-17(17세 이하) 칠레월드컵 B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잉글랜드와 맞붙는다.
앞서 2연승을 달린 최진철호는 일찌감치 대회 16강행을 결정지은 상태다. 한국은 1차전에서 우승후보로 꼽히던 브라질을 1-0으로 격파하고 2차전에서 '아프리카 복병' 기니까지 1-0으로 눌렀다.
FIFA 주관대회에서 거둔 유래없는 성과에 잉글랜드전을 맞는 분위기도 달라졌다. 과거 한국이 국제대회에서 그랬던 것처럼 반드시 승리에만 목을 메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잉글랜드전은 이기는 것보다 오히려 지는 것이 득이 될 수도 있다. 첫 번째 관전포인트는 잉글랜드전에 나서는 최 감독의 선택이다.
현재 한국은 2승(승점 6)으로 브라질(승점 3), 잉그랜드, 기니(이상 승점 1) 등을 제치고 B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잉글랜드를 상대로 최소 무승부만 기록해도 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할 수 있다.
1위로 통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1위를 차지하면 16강에서 A, C, D조 3위 팀 중 한 팀을 상대한다. 약팀을 만날 가능성이 크지만 운이 나쁘면 개최국인 칠레나 미국, 멕시코, 벨기에 등을 만날 수도 있다.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F조 2위와 맞붙는다. F조에서는 현재 프랑스가 2연승으로 1위를 달리고 있고, 파라과이, 시리아, 뉴질랜드 등이 2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월드컵은 단기간에 치러지는 대회인 만큼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경우의 수 만큼이나 팀의 기세도 중요하다. 성인 선수들에 비해 경험이 적은 U-17 선수들이기에 분위기가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
결국 최 감독은 경우의 수와 팀 분위기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잉글랜드전 두 번째 관전포인트는 공격수 이승우(17)의 골 사냥이다.
지난 2011년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으로 꼽히는 FC바르셀로나의 유소년팀에 입단한 이승우는 일찍이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재목으로 꼽혔다.
지난해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에서는 5골을 뽑아내며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었고,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꼽히기도 했다.
그는 승승장구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들어 득점이 없다. 지난달 2015수원컨티넨탈컵 U-17 국제청소년대회 2차전에서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2골을 뽑아낸 것이 1년여만의 공식 경기 득점이었다.
이승우는 칠레에서도 최진철호의 최전방을 맡았지만 아직까지 득점포를 신고하지 못한 상태다.
그럼에도 그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이전에 비해 수비가담과 동료들과의 연계 플레이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성숙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승우는 기니전이 끝난 뒤, "통과가 확정돼 심리적으로 편해졌다"면서 "잘 준비해서 3승으로 올라가고 싶다"고 잉글랜드전 포부를 전했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상대로 이승우가 득점포를 가동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마지막 포인트는 최진철호의 로테이션 가동 여부다.
최 감독은 기니와의 2차전을 브라질전과 거의 똑같은 멤버들로 치르게 했다.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이탈한 수비수 최재영(17·포항제철고)을 제외하면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16강행을 확정한 상태에서 치르는 잉글랜드전에서는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주축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서라도 최 감독이 다양한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특히 2경기 연속 교체 출전했던 이상헌(17), 오세훈(16·이상 울산현대고)이 이번에는 선발로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상헌은 브라질전 투입 1분 만에 장재원의 결승골을 도왔고, 오세훈은 기니전 투입 1분 만에 직접 결승골을 터뜨린 만큼 최 감독의 눈도장도 확실히 받은 상태다.
이 밖에 아직 칠레 무대를 밟지 않았던 선수들이 등장할 수도 있다.
새로운 얼굴들이 나타나 활약을 이어간다면 칠레월드컵 8강 이상을 바라보는 최진철호의 목표가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