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한국노총과 정책협약을 맺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눙 다시 꺼내 들었다.
이재명 대선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두 차례 거부권 행사로 입법이 무산된 '노란봉투법' 재추진을 약속했다.
하청업체 노조와 직접 교섭이 가능한 사용자 범위 확대와 과도한 손해배상 제한 조항을 두고 노사가 가장 격렬하게 맞섰던 법안인 만큼, 실제 법제화까지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6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이 후보는 지난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정책협약을 맺고 '노조할 권리보장 및 사회연대 교섭체계 확립'에 뜻을 모으기로 했다.
'노조할 권리' 보장은 노란봉투법 재추진을 의미한다. 이 후보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조법 제2·3조를 개정해 교섭권을 강화하고,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로 인한 고통을 줄이겠다"며 "노동법원 설립을 추진해 권리 구제는 신속하게, 노동분쟁 해결은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계의 숙원이다.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이후 2014년 법원이 노조에 47억원이라는 거액의 손해배상 가압류 판결을 내리자, 시민단체가 노란봉투에 성금을 모아 전달한 것에서 유래했다.
법안의 핵심은 노조의 교섭 대상이 되는 사용자 범위의 확대다. 현행 법상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직접 교섭이 불가능하지만,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 또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로 넓혀 직접 교섭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파업 요건을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단체협약의 불이행 등과 같은 '근로조건' 같은 권리분쟁까지 확대하는 내용도 있다.
또 법원이 파업으로 인한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더라도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종전에는 파업에 참여한 모두가 공동책임을 졌다면, 법 시행 이후에는 각자 가담 정도에 따라 개별 산정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국회에 발의된 안에는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는 특수고용직과 플랫폼근로자들의 노조 가입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동안 노란봉투법은 숱한 논란의 중심에 섰다. 21대 국회와 22대 국회에서 두 차례 본회의 문턱을 넘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법제화에 실패했다.
국회는 각계 의견 수렴을 위해 지난해 이틀간 공청회와 입법청문회까지 열었으나, 노사정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끝났다.
정부와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불법파업'을 조장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달 9일 '불법쟁의행위 손해배상 판결의 문제점' 토론회를 열고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법"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해당 토론회는 2012년 현대차 비정규직지회가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울산공장 일부를 점거한 것과 관련한 판결을 짚어보기 위해 열렸다.
1심과 2심은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 일부를 인정했으나, 2023년 대법원은 손해배상 책임을 조합원별로 따져야 한다며 파기환송했다. 사실상 노란봉투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사건을 다시 들여다본 부산고법은 "위법한 쟁의행위가 종료된 이후 부족 생산량의 전부 또는 일부가 만회됐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업 중단으로 인한 매출 감소 및 그에 따른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노조 측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극단적인 불법쟁의행위에 대해서도 생산 차질에 대한 책임을 묻지 못한다면 노조의 불법쟁의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이라며, "정치권에서 노란봉투법 개정 논의가 재연되고 있는데 이러한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기보다 그 주요 원인인 사업장 점거 같은 극단적인 불법행위 관행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개정안은 헌법과 민법의 기본원칙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노조 파업범위는 확대하고 불법행위는 면책해 산업현장의 갈등과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법안"이라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자영업자 등 근로자가 아닌 사람도 노조에 가입해 노조법의 특별한 보호를 받게 되고, 노조의 본질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특히 노란봉투법은 대선 후보별로도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사안으로, 대선 과정에서 이를 둘러싸고 격렬한 토론이 예고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고용부 장관을 지낸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사퇴 전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도 책임지라는 게 핵심 아니냐. 그럼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계약한 사람이 계약 상 책임을 지라고 하거나 계약은 안 했지만 이 정도까지는 책임질 수 있지 않느냐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기업의 리스크를 너무 많이 늘리면 결국 기업이 탈출하고 노동자들도 불리해진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를 직접 건의한 바 있다.
그는 노란봉투법의 첫 본회의 통과 이후 "강한 노사관계를 크게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에 막대한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불명확한 사용자 개념으로 인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고, 유독 노조에만 민법상 손해배상책임 원칙에 예외를 두는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며 "기업이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손해를 입어도 상응하는 책임을 묻기 어렵게 만들어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