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이 1.2%로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 5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내수가 살아난 영향이다. 수출 부진이 여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여파로 급격히 위축됐던 민간소비가 증가세로 전환됐고, 정부의 추경예산 집행으로 건설투자가 호황을 이루면서 성장을 이끌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15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3분기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2%로 지난해 1분기 이후 6분기 만에 1%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0년 2분기 기록한 1.7% 성장률 이후 5년3개월만에 최고치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로 타격을 입은 뒤 경기가 다소 회복된 3분기에도 성장률(0.8%)이 1%대를 뛰어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올 3분기 성장은 더욱 두드러진다.
◆메르스 딛고 소비 회복…건설투자도 호조
무엇보다 3분기 성장률이 1%대를 돌파한 것은 내수가 회복된 영향이 크다.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지난 2분기 0.6%에서 3분기 1.9%로 증가하면서 전체 성장률을 이끌었다.
메르스의 여파로 움츠러들었던 민간소비가 2분기 -0.2%에서 1.1% 증가로 돌아서며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정부의 8월 임시공휴일 지정, 개별소비세 인하 등 소비 활성화 조치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소비도 2분기 0.8%에서 3분기 1.9%로 높아졌다.
전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3분기에 메르스 사태의 부정적인 영향이 축소되고, 정부의 임시공휴일 지정,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소비 진작 정책이 민간소비 회복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건설투자도 4.5% 증가를 기록하며 성장률 견인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건물 건설이 늘어난 데다 정부의 추경예산집행에 따라 도로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증가한 영향이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의 경우 1.0% 성장했고 도소매·음식·숙박업(1.0%), 운수·보관업(2.4%), 정보통신업(4.2%) 등이 모두 증가했다. 2분기 가뭄의 피해가 컸던 농림어업도 전기대비 6.5% 증가하며 큰 회복세를 보였다. 건설업은 건물 건설을 중심으로 5.3% 증가했고, 전기가스수도사업은 여름철 전력판매량이 늘면서 7.9% 증가했다. 다만 제조업은 0.1% 증가에 그쳤다.
◆'반사 효과'로 끝날까 우려…2.7% 달성 가능할까?
한은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 2.7%를 달성하려면 4분기 성장률은 최소 0.9%가 나와야 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3분기 회복된 성장세가 4분기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에는 2분기 경기 악화에 따른 반사효과와 정부의 경기부양책 약발이 크게 작용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 효과는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부진한 수출은 여전히 성장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4분기 0.4%, 올 1분기 0.1%, 2분기 0.3%로 간신히 0%대를 유지한 수출은 3분기 -0.2%로 후퇴했다.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도 -0.7%로 지난해 3분기부터 5분기째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전체 성장률을 깎아먹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와 신흥국의 경제 리스크, 미국의 금리인상 등 대외 악재가 겹겹이 쌓여있어 수출 부진에서 벗어나는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성장률의 반등을 이끌어낸 소비와 건설투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경기를 이끌 것"이라면서도 "대외 경기 상황이 여의치 않고 순수출의 성장기여도가 플러스로 전환되기에 어려워 보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2.7% 달성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