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이정철(55) 여자배구대표팀 감독은 오는 22일 일본에서 막을 올리는 '2015 여자배구 월드컵' 성적과 관련 "최종 목표는 6위 안에 드는 것이다. 쉽지 않은게 사실"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감독은 이날 충북 진천 선수촌에서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끝까지 포기 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젊은 선수들이 (이번 월드컵에) 대거 합류하면서 김연경, 황연주 등 베테랑과의 신구조화를 통해 세대교체에 나섬과 동시에 세계 강호들과의 대결을 통해 경험과 조직력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다음달 6일까지 일본에서 열리는 '2015 여자배구 월드컵' 대회는 대륙별 상위 2개팀과 주최국 일본, 그리고 지난 세계선수권 우승팀 미국을 포함한 총 12개팀이 참가한다.
대회 최종순위 1, 2위 팀에게는 브라질에서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 출전권이 주어진다.
이번 대회에서 올림픽 진출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한국은 내년 세계예선을 통해 올림픽에 다시 한번 도전해야 한다.
◇ 이정철 감독 일문일답
-정말 빡빡한 일정이다. 선수들의 체력적인 문제, 그리고 부상 등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을 텐데 현재까지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정말 만만치 않다. 16일 동안 11경기를 치러야 한다. 8월 2일에 진천 선수촌에 입소해서 첫 번째 주는 정말 힘들게 훈련을 시켰다. 강도 높은 훈련을 하다 보니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쫓아오지 못했다. 김연경 마저도 힘들어했다. 대회를 치르기 전부터 체력이 바닥나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훈련을 줄였다."
-이 대회에서 2위를 해야만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여자대표팀의 최종 목표는.
"반드시 이겨야할 팀은 이겨야 한다. 31일에 예정된 한일전의 경우 반드시 이기고 싶다. 올해 광복 70주년이다. 일본에게만큼은 질 수 없지 않은가. 최종 목표는 6위 안에 드는 것이다.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상대 팀들의 김연경 선수 집중 마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비책은 무엇인가.
"김연경(27·페네르바체)이 막혔을때 다른 선수들이 활약을 해줘야 한다. 상대 선수들이 김연경에게 집중적으로 서브를 넣을 것이다. 김연경이 리시브 후 공격에 가담할 때 연결 동작이 매끄럽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리시브시 자세가 흐트러지게 된다면 문제가 생긴다. 이럴 때 김희진(24·IBK기업은행), 이재영(19·흥국생명) 등 다른 공격수들의 적극적인 공격가담이 있어야 한다. 이들 뿐만이 아니라 대표팀의 13명 모두가 고른 활약을 해줘야 한다."
-'주장' 김연경 선수에게 특별하게 주문한 것이 있나.
"무엇보다도 이제 (김)연경이가 적은 나이가 아니다. 세계적인 선수임에는 분명하지만 언젠가는 은퇴를 해야 한다. 선수 생활을 더 이어 갈 수 있도록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 고참과 주장이 됐으니 어린 동생들에게 배구 기술 이외에 심리적인 부분에 있어서 주도적으로 쓴소리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희진, 이재영, 이소영(21·GS칼텍스), 박정아(22·IBK기업은행) 등 후배 선수들에게 격려만 해줘서는 안된다. 내가 이야기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 일 수 있다. 연경이가 대표팀에서는 모범이 되어야 한다. 본인만 생각하면 안된다. 배구는 득점의 경기지만 실점을 하지 않는것이 중요하다. 선배로서의 중요한 부분들을 각인시켜달라고 말했다."
-김연경 선수 이외에도 이재영, 이다영(19·현대건설) 쌍둥이 자매에게 거는 기대도 클 법 하다. 특히 이 둘은 김사니, 이효희의 빈자리를 매워야 한다. 여기에 조송화(22·흥국생명)의 상태는 어떤가.
"배구는 세터 놀음이다. 이번 대표팀은 어린 선수들로 구성됐다. 노련미가 떨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부상을 입은 조송화가 대표팀에 첫 승선했다. 다행히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다영이가 (조)송화와 역할을 분담해줘야 한다. 송화는 토스가 안정적 반면 다영이는 빠르고 거칠다. 둘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이)재영이는 탁월한 점프력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공격력도 좋다. 하지만 점프가 높으면 그만큼 몸에 무리가 많이 간다. 차세대 유망주인 것은 사실이지만 몸이 망가지지 말아야 한다. 염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연습하고 실전은 다르다. 어린 세터 둘이 얼마나 부담스럽겠나.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해야 한다. 이들의 경험을 살리는데 초점을 두겠다."
-어린 선수들의 대거 합류로 세대교체가 시작된 것인가.
"이재영이도 부상으로 아시안게임에 뛰지 못했고 런던올림픽에서 막내였던 김희진도 지금은 많이 성장했다. (이)소영이도 대표팀 첫 발탁이다. 그동안 조금씩 이뤄졌던 세대교체가 이번에는 대폭 바뀌었다. 2년 만에 대표팀에 들어온 황연주(29·현대건설)와 김연경을 주축으로 젊은 피가 수혈되면서 팀이 활기차다. 이 힘이 제대로 발휘 된다면 세대교체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하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부진에 빠진다면 이는 본인들이 해쳐나가야 할 몫이다. 나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한 지 연구해야 한다."
-첫 경기가 공교롭게도 미국이다. 미국과는 2005년 이후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미국에 대한 분석은 끝났나?
"최근 영상을 구해서 봤다. 지금 미국은 일본 현지에서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올림픽 출전권 티켓 2장이 걸려있으니 이번 월드컵대회에서 사활을 걸었다. 미국은 세계랭킹 1위 팀이지만 첫 게임이 때문에 의외의 변수가 나올 수 있다. 첫 경기에서 미국이 적응하기 전에 우리가 줄기차게 몰아붙인다면 승산이 있다.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은 50%다. 만약 지더라도 우리가 좋은 경기를 보여준다면 다음경기에서도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
-상대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중국과 홈 팀 일본을 상대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비책이 있는가.
"일본은 특별한 팀이 아니다. 일본 배구의 특징은 범실을 줄이고 조직적인 배구를 한다. 이기고 싶지만 쉽지 않은 상대는 분명하다. 일본을 넘어서야 내년 올림픽 예선전에서도 출전 티켓을 노려볼 수 있다. 반면 중국은 현실적으로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중국을 넘어서기 위해선 우리가 일본 같은 배구를 해야 한다. 물론 일본과 중국 모두 다 이기면 좋지만 가능성 없을 것을 잡기 보다는 가능성 있는 목표를 잡겠다."
-남자배구대표팀의 올림픽 진출 실패로 여자대표팀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만큼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은가.
"남자대표팀의 올림픽 진출 좌절은 아쉽다. 기복이 심한 것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 우리에게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다만 책임감이 더 커졌다. 남자대표팀 몫까지 더해서 리우 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