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호텔롯데 최대주주인 L투자회사들의 지분이 밝혀진 가운데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에서 신동빈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이 지난 10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처음으로 한일 롯데 주요 계열사의 관계도가 확인됐다.
자료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 광윤사, L투자회사 등이 호텔롯데를 지배하는 구조다. 호텔롯데의 지분 중 11개 L투자회사가 67.2%를, 롯데홀딩스가 19.1%, 광윤사가 5.5%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L투자회사는 롯데홀딩스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새롭게 알려진 것이 바로 L투자회사들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아니라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L투자회사들은 한국 롯데그릅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의 지분을 최다 보유해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그동안 L투자회사 9곳(L1·2·3·7·8·9·10·11·12)의 대표이사를 맡아온 신 총괄회장이 롯데를 이끌어왔다. 나머지 3곳(L4·5·6)의 대표이사에는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이 맡았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일본 법무성이 발급한 L투자회사 법인등기부등본에는 12곳 모두 대표이사에 신동빈 회장 단독 체제로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신 회장이 지난달 27일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귀국까지 미루고, 지배구조의 핵심고리인 제L투자회사 12곳을 먼저 장악한 것.
여기에 지난달 16일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에도 오르면서, 명실상부 한국과 일본 '롯데의 1인자'의 위용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경영권 분쟁 상대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일본 ㈜롯데, 롯데상사 등 3개 계열사 임원에서 해임된 것을 시작으로 올 1월 롯데홀딩스 임원 해임, 3~6월 롯데건설, 롯데리아, 롯데알리늄 등기이사에서 퇴임했다.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도 지난달 28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에서 해임된 것으로 시작으로 31일 L투자회사 9곳의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재 광윤사의 최대주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신 전 부회장이 주총을 통해 반격할만한 카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의 광윤사 지분 33%와 우리사주 지분 33%를 확보하면 일본 롯데홀딩스를 다시 장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신 총괄회장의 지지와 우리사주의 지지를 동시에 받아야만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 우리사주 조합도 신 전 부회장를 지지할지는 확신할 수 없다.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한국의 롯데그룹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L투자회사를 장악해야 한다는 것이고, 한일 롯데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롯데홀딩스를 장악해야 가능하다.
재계 관계자는 "L투자회사가 일본 롯데홀딩스의 100% 자회사라면 한일 롯데그룹 경영권은 결국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한 사람에게 돌아가게 된다"며 "결국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장악하고, 주총을 강행한 신 회장이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계열사 대표와 일본 이사진의 지지를 받고 있는 신동빈 회장이 우세한 실정"이라며 "L투자회사를 신동빈 회장 측이 장악한 만큼 경영권 다툼에서 우위에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