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하여 신동주 전 회장이 우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재계일각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후계 다툼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표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와 관련 형 신동주 전 부회장과, 동생 신동빈 회장 모두 자신의 우호지분이 더 많다고 주장한다. 지난 29일 신동빈 회장은 한국·일본 롯데 지배 고리의 핵심인 일본롯데홀딩스의 과반 지분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신동주 전 부회장이 30일 3분의 2 지분이 본인의 우호세력이라며 이사회 교체를 제안하겠다고 반격에 나섰다.
◆아버지를 내친 패륜인가?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난 27일 친족 5명과 함께 일본 일본홀딩스에 나타나 자신을 제외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했다. 이날 해임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는 신동빈·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대표이사 부회장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즉각 반격으로 28일 오전 일본 롯데 홀딩스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표이사 부회장에서 전격 해임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난 1948년 롯데를 설립한 이래 아들에 의해 대표권을 내려놓게 됐다.
또한 신격호 회장으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은 이사 6명에 대해서는 정식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을 해임한 것은 신동빈 회장이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 창업주인 아버지가 건재하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친부를 내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전격 해임되었을 때 부친의 뜻에 따라 조용히 물러났다는 점에서 대조된다.
이와 관련 신동빈회장 측에서는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해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그룹 부회장과 친인척들에게 이용당하고 있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피력한다.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 측에서는 오히려 아버지의 눈과 귀를 막은 것은 신동빈 회장 측이라고 주장한다.
◆신동주 전 부회장 모친 입국 - 장남 챙기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일본인 부인이자,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의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88) 씨가 30일 오후 2시 28분께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츠코씨는 이날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왜 입국했느냐", "히로유키(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일본 이름)와 아키오(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의 일본 이름) 중 어느 쪽이냐"는 질문을 받았으나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당초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운명을 가를 열쇠는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나 일본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光潤社·고준샤) 지분 확보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사흘 전 신 전 부회장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갔던 이복누나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은 신 총괄회장의 의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으로 꼽혔던 까닭에 언론과 롯데그룹 주변에서는 신 이사장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런 상황에 모친인 하츠코씨까지 한국을 찾자 이번에는 부친을 설득할 수 있는 '모친의 의중'은 어디 있는가에 두고 다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해임된 직후인 올해 1월 일본 롯데홀딩스의 한 관계자는 "하츠코씨 역시 보유 지분이 있을테니 그의 행보도 주목해야 한다"면서 "어머니 입장에서는 장남을 챙기려 할 수도 있다"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 지시서 공개
신동주 전 부회장측은 자신을 다시 롯데홀딩스 사장에 임명한다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서명 지시서를 지난 30일 공개했다. 특히 신 전부회장은 해임 지시서를 내보이며 “쿠데타라는 표현을 이해할 수 없다. 아버지가 자신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이 이날 공개한 지시서는 모두 2장으로 한 장에는 신 전 부회장을 “집행이사 사장에 임명하고 롯데그룹 경영의 전반과 재무관리 담당을 맡긴다”는 내용과 또 다른 3명을 전무급 임원으로 임명한다는 내용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서명과 함께 들어 있다.
또 다른 한 장에는 신 부회장을 롯데홀딩스의 모든 모든 업무에서 배제하고 그를 포함해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과 고바야시 마사모토 전무 등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직위해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신 총괄회장이 이 지시서로 이사들을 해임시키려 했으나 이사들이 불복하자 직접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게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은 롯데홀딩스 임원 인사의 경우 이사회 의결 등 상법상 절차가 필요한 만큼 신 총괄회장의 해임 및 임명 지시서들은 모두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무효라고 규정했다.
또한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고령으로 판단이 흐려진 상태"라고 공개했다. 신 총괄회장이 현재 자신의 의사를 밝히기도 어려운 상태라는 뉘앙스까지 풍겼다.
신 총괄회장이 심신이 쇠약한 상태에서 신 전 부회장 등의 부추김에 의해 해임 지시를 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롯데그룹은 평소 문서에 서명 대신 도장을 찍던 신 총괄회장이 해임 및 임명 지시서에는 서명을 한 사실만 봐도 그가 뚜렷한 판단능력으로 행한 인사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향후 승자는 누구?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서로 “과반 이상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일 양국에 걸친 롯데그룹 전체 경영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기업으로 롯데홀딩스 지분구조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28%, 광윤사가 27.65%,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이 각각 20% 안팎을 가진 것으로 추정됐다. 롯데그룹은 이 같은 추정을 근거로 “신 회장이 이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의 과반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다. 신 회장이 자신의 지분(약 20%) 외에도 우리사주 지분 12%, 광윤사 지분 27.65%를 대표하는 이사들을 우호세력으로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은 3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롯데홀딩스 지분과 관련, 신 총괄회장이 대표로 있는 자산관리회사(광윤사)가 33%, 자신이 2% 미만을 가지고 있으며, 32%가 넘는 종업원 주식지분을 합하면 롯데홀딩스 지분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이어 롯데홀딩스나 광윤사에서 신 회장의 우호지분이 자신보다 적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 신동주 전 부회장 등 가족들이 모두 한국에 온 상태에서 신동빈 회장 본인만 귀국을 늦춰온 것에 대해 지분확보가 생각처럼 안돼서 그런거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