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12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이 회원국 각국 중앙은행의 출자 비율에 따라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의 양적완화(QE)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BC에 따르면 ECB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한 소식통은 "ECB 회원국별 납입자본금 비율에 따라 해당국 국채를 매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확정된 부분은 없다고 전했다.
출자 비율에 따라 회원국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은 여러 차례 가능성이 제기돼 온 프로그램 중 하나로 자본금을 낸 금액이 큰 회원국의 국채를 더 많이 사들이겠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ECB에 가장 많은 자본금을 낸 독일(17.9%)에 이어 프랑스(14.2%), 이탈리아(12.3%), 스페인(8.8%) 등 주요국의 국채가 주된 매입 대상이 된다. 키프로스는 0.15%를 부담하고 있다.
ECB는 오는 22일 올해 첫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있고 5000억 유로(약 643조9650억원) 규모의 추가 양적완화(QE) 프로그램 채택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의 요구한 한 ECB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는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면서도 "구체적으로 국가신용등급이 'BBB-/Baa3' 이상으로 투자적격등급인 국가가 발행한 국채를 매입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밝혔다.
이는 정크(투기) 등급 한 단계 위인 최하위 투자적격등급으로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는 'BBB-', 무디스는 'Baa3'로 표시하고 있다.
즉, ECB는 부실한 국가 국채를 매입하는데 따른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투기등급에 대한 자금 투입을 피하려는 방안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유로존 탈퇴 우려가 일고 있는 그리스는 채권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5000억 유로는 유로존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악순환을 막기 위해 세운 대차대조표 확대 목표의 절반 정도를 채우는 수준이지만 ECB는 이밖에도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커버드본드를 사들이는 방안으로 매입 자산을 늘리고 있다.
얀 해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시행한 2차 QE 프로그램 규모가 6000억 달러(약 648조9600억원)였던 점을 감안하면 5000억 유로(640조8700억원) 규모는 켤코 작은 프로그램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ECB는 훨씬 일찍 공격적 완화에 나섰어야 했다"며 "다른 중앙은행들보다 뒤늦게 전면적 QE를 시행하는 만큼 규모가 클수록 (경제 부양에)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