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한국편집기자 협회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국내외 전문가들을 초청해 급변하는 글로벌 뉴스시장에서 우리 신문산업의 미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
한국편집기자협회는 29일 웨스틴조선서울호텔에서 '미디어의 디지털 변환과 미래의 저널리즘'을 주제로 창립 50주년 기념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따라 종이신문사가 당면한 현실과 문제를 진단, 편집기자들의 포지셔닝 전략과 미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미래 저널리즘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기조연설에서는 제임스 로빈슨 뉴욕타임스 뉴스분석 에디터, 마크 존슨 전 이코노미스트 커뮤니티 에디터, 팀 그릭스 텍사스 트리뷴 발행인이 나섰다.
제임스는 '뉴욕타임스의 뉴스룸 도입과 혁신'을, 존슨은 '이코노미스트의 혁신적인 수익 모델 및 커뮤니티 증진을 위한 뉴스룸 플랫폼'을, 그릭스는 '텍사스 트리뷴의 지속성 추구 방법'을 주제로 각각 연설했다.
이어 심재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의 사회로 안덕기 조선일보 편집부장, 안충기 중앙일보 편집부장과 기조연설자 3명이 ‘종이신문의 5년 후 미래’ 등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유엔 미래보고서’는 2030년까지 사라질 10가지 중 하나로 종이신문을 꼽았다. 미국의 구인구직 정보업체 커리어캐스트는 '10대 사양 직종' 중 4위로 신문기자를 선정하기도 했다.
안덕기 부장은 “종이신문이 일주일에 2~3일마다 발행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있다. 5년 후에도 종이신문이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라며 화두를 던졌다.
이에 제임스는 “신문은 많은 독자들이 좋아하는 즐거운 체험의 장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일요일에 뉴욕타임스를 읽는다. 곧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릭스는 “분명 미국 일부 주에서는 종이신문 발행빈도를 줄여가고 있다. 다만 미디어시장과 언론사마다 다를 것”이라며“앞서 라디오와 텔레비젼,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처럼 미디어시장은 매번 변화한다. 하지만 각자 설 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은 “종이신문은 분명히 사라지고 있다. 문제는 얼마나 빨리 사라지는지다. 50년 후에는 아마 사라질 것”이라며 “특히 일간지의 경우에는 일주일에 2~3번 내지 주간지로 전환돼 단순보도 보다는 분석쪽으로 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그는 “이코노미스트의 경우 대부분의 독자들은 종이와 디지털 모두 구독하는 것을 택한다. 아직도 종이신문을 원한다는 것”이라며 “한 동안은 혼합형태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점쳤다.
안충기 부장은 “오늘 출근길 지하철에서 대학생들이 나를 보고 아직도 신문을 읽는 사람이 있다고 수근거리더라”며“한국언론재단이 작년에 조사한 자료를 보니 매일 종이신문을 본다고 답한 20대가 2%, 30대가 5%에 불과하더라. 이는 장년층도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종이신문은 대도시의 구매력있는 오피니언 리더들을 독자로 삼아 깊이 있는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는 고급매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온라인뉴스 시장의 독특한 구조에 대한 토론도 오갔다.
안충기 부장은 “한국 온라인뉴스 시장은 미국·영국 등 해외와 달리 독특하다. 포털사이트가 장악하고 있다. 그 이유는 출발할 당시 언론이 공짜로 포털에 뉴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에 포털은 단시간에 공룡처럼 커졌다”며 “현재 370여개 언론사가 공짜로 기사를 제공하고 있다. 한 포털의 경우 연매출이 보통 언론사의 10배”라고 말했다.
그는 “독자 70~80%는 포털을 통해 언론사 홈페이지로 들어온다. 만약 독자들에게 해외처럼 돈을 내고 뉴스를 보라고 한다면 회의적일 것"이라며 한국 언론이 포털에서 독립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 의견을 구했다.
제임스는 “미국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것 같다”고 말한 뒤 “모든 언론사들이 결합해서 빠져나오기로 결정한다면 법적 문제의 소지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안충기 부장은“신문이나 방송마다 개별상황이 있기에 전체가 같은 목소리를 내긴 힘들다. 또 포털들이 신문이나 방송에 제공하는 광고 등 대가도 만만치 않다. 특히 작은 신문사일 경우 더욱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자 그릭스는“미국에서는 뉴욕타임스가 페이모델로 전환한 첫 매체였다. 한국에도 선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콘퍼런스에는 정홍원 국무총리, 김병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송희영 한국신문방송 편집인협회장 및 국내외 편집기자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정 총리는 이날 축사를 통해 “더이상 과거의 시스템, 관행, 의식에 안주해서는 사회적 현안을 풀어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보다 나은 미래도 기약하기 어렵다”며“지금은 변화와 혁신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국가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생각과 의지를 반영해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국민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언론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부터 환골탈태해 안전하고 깨끗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