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은 이미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토록 세계적인 아리랑이 국내에서는 무관심 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현실이다. 아리랑은 민족의 잠재된 정서지만, 국가적으로 아리랑의 가치를 파악하고 이용하려는 노력은 부재하다. 재외한인 예술가들은 “세계인에게 확실히 각인 되어 있는 아리랑을 왜 브랜드화 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아리랑을 세계로 상품화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시행착오가 많은 초급 단계다. 무엇보다도 ‘아리랑 사업’이 대체로 아리랑에 애정을 가진 개인이나 소규모 단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기업적인 전략이 부족해, 재정난이나 구조적 한계에 자주 부딪치는 것이다.
아리랑을 상품화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분야는 역시 문화상품이다. 아리랑의 문화상품화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가 리틀엔젤스다. 리틀엔젤스는 80년대부터 딱히 아리랑이라기보다는, 전통문화를 소재로 각국을 돌며 공연을 해왔다.
이외에도 김경원씨의 퍼포먼스 ‘정신대 아리랑’, 최동국씨의 아리랑 대중가요, 내셔날심포니오케스트라의 관현악곡 아리랑 등이 일본에서 성황리에 공연됐다. 최동국씨는 “왕복 교통비와 공연료를 받고, 현지에서 CD도 꽤 팔았다”며, 일본 진출 성과에 만족했다. 또한, 행위예술가 무세중씨는 퍼포먼스 ‘통일아리랑’으로 일본은 물론, 미국, 캐나다, 인도, 티벳 등지에서 극찬을 받았다. 아리랑과 재즈를 접목한 박창수씨의 ‘퓨리뮤지션’도 각국에서 공연됐다.
보다 직접적으로 브랜드화 하려는 시도는 한민족아리랑연합회와 벤처아리랑을 통해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아리랑 음반, 아리랑 전통예복, 아리랑 김치, 아리랑 티셔츠 등 지금까지 만든 상품도 다양하다. 반응은 좋지만,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아리랑을 로고화 한 전각 하나 만드는 데에는 자금이 많이 들지만, 이 전각을 찍어 만든 티셔츠는 소액에 팔린다. 더 큰 문제는 티셔츠는 대부분 관련인들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수익을 목표로 한 단체가 아닌 만큼 세계적인 판로를 개척하기는 무리가 많다.
전통문화를 상품화하는데 발빠른 선진국에 비해, 아리랑은 브랜드화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는 셈이다. 관련자들은 전통문화에 대한 자체적인 무관심을 첫째 요인으로 꼽았다. “국내에서 정리가 안됐는데, 해외로 나갈 수 있겠나”는 것이다. 특히 지역별로 퍼져있는 아리랑을 한데 뭉치지 못해 정리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소모됐다. 워낙 정신적인 영역이다 보니, 상품화를 죄악시하는 풍조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아리랑 악보나 관련 서적 중 영어로 표기된 것이 희귀하다는 것도 문제다. 아리랑의 브랜드화는 재정적인 수익은 물론, 관심을 끌고 이미지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기대효과가 높다. 이미 세계화되어 있는 아리랑을 브랜드로 만들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국가 차원의 지원이 뒤따르고, 기업이 뛰어들기만 한다면 아리랑이 세계적 브랜드가 될 날은 멀지 않다. 아리랑의 브랜드화에 대해 하나같이 ‘화창한 미래’를 내다보는 것도 아리랑의 잠재력에 대한 강한 믿음이 바탕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