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개막 한 달 반을 지난 2014시즌 프로야구는 '타고투저'라고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을 만큼 타자와 투수의 불균형이 심각하다.
16일 현재 162경기를 소화한 2014시즌 프로야구에서는 벌써 292개의 대포가 터졌다. 지난해 같은 경기수에서 나온 홈런수(182개)와 비교하면 무려 110개나 많다. 무려 60%가 증가했다.
득점 역시 지난해 같은 같은 기간 1539개에서 200점 가량 늘어난 1736개다. 경기당 평균득점은 10.716점이나 된다. 타율 역시 0.279로 같은 지난해와 비교해 1푼(0.269)이 상승했다.
방망이가 뜨겁게 달아오른 사이 리그 투수들의 평균자책점도 4.85로 치솟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4.35였던 것과 비교하면 0.5나 높다.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투수 중 2점대 방어율을 기록 중인 선수는 양현종과 데니스 홀튼(이상 KIA)와 유희관(두산) 등 3명뿐이다.
투타 불균형이 계속되는 사이 이른바 '핸드볼 스코어'가 속출했다.
한 팀이 10점 이상을 낸 경기가 약 20%에 달하는 32경기나 된다. 시즌에 한 번도 보기 어려운 한 팀 20득점 경기도 벌써 3차례나 나왔다.
극심한 타고투저는 쟁쟁한 9명의 외국인 타자의 가세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16일 현재 9개 구단의 외국인 타자가 때려낸 홈런은 57개로 전체 홈런수(292개)의 약 20%에 해당한다. 홈런 10위 내에 외국인 선수가 무려 5명이나 포진했다.
단순히 파워만 갖춘 것이 아니라 정확성도 뛰어나다.
루이스 히메네스(0.376·롯데)을 필두로 3할대 외국인 타자가 7명이나 된다. 규정타석을 채우진 못한 루크 스캇(SK)까지 더하면 9명 중 8명이 3할 타율을 자랑하고 있다.
하일성 KBS N 해설위원은 "어느 해보다 뛰어난 외국인 타자들이 가세했다. 이들은 경력이 화려할 뿐만 아니라 프로야구에 대한 준비도 많이 하고 온 느낌"이라며 "분석이 끝나면 다소 주춤할 수 있겠지만 시즌 내내 외국인 타자의 활약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외에도 오승환(한신)과 윤석민(볼티모어) 등 에이스급 투수들의 해외진출, 더욱 좁아졌다는 평가를 받는 스트라이크존, 그리고 일부 현장에서 제기되는 공인구의 반발력 상승 등도 타고투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흥미를 반감시키는 극심한 타고투저를 진정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는 '스트라이크존 확대'가 힘을 얻는 분위기다.
최근 삼성 류중일 감독은 타고투저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 "스트라이크존을 넓혀야 한다"며 "예전엔 위로 공이 2개 정도 위로 올라왔는데 요즘은 다시 밑으로 내려갔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다른 야구인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보다 스트라이크존이 더욱 좁아져 스트라이크존 선상에 걸치는 이른바 '보더라인 스트라이크'가 대부분 볼 판정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투수로서는 타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보더라인 스트라이크(Borderline Strike)'가 볼판정을 받게 되면 공을 가운데로 밀어 넣을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안타를 맞을 확률도 커진다.
반면 타자는 느긋하게 투수의 실투나 구미에 맞는 공을 기다리기가 더욱 유리해졌다.
민훈기 XTM 해설위원은 "판정이 계속 구설에 오르면서 심판들이 위축됐고 결국 조금이라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스트라이크는 거의 볼로 선언되는 분위기"라며 "규정에 따르면 타자의 가슴선 정도가 스트라이크인데 지금은 벨트 정도로 내려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수들은 (선상에 걸치는 공을)스트라이크 선언을 안 해주니 가운데로 밀어 넣게 되고 그러다가 안타를 맞는다"며 "투구수는 계속 늘어나고 체력은 떨어지고 다시 안타를 맞는 악순환의 반복된다"고 덧붙였다.
프로야구는 16일 2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역대 4번째로 빨리 200만 고지를 밟았고 지난해와 비교하면 지난해보다 12경기나 빠르다. 관중들의 사랑이 뜨겁다.
핸드볼이 아닌 야구를 보기위해 가득 메운 관중에게 '흥미진진한 야구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곰곰이 고민해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