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기연기자] '현대의 베토벤'으로 통하는 일본의 청각장애 작곡가 사무라고치 마모루(51·佐村 河內守)가 대리 작곡가를 써왔다고 고백했다.
사무라고치는 5일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그간 발표한 곡들은 다른 사람이 작곡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팬들을 속인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사죄했다.
그러나 실제 작곡가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도 나서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만 언급했다.
특히 그의 대표작 '교향곡 제1번 히로시마'가 포함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의 피겨스타 다카하시 다이스케(28)가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사용할 예정인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도 대리작곡가가 만든 곡으로 확인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히로시마 출신인 사무라고치는 1963년 원폭 피해자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피아노를 배우던 10세부터 작곡을 했다. 17세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청각장애가 날로 악화, 37세에 청각을 완전히 잃었다. 그러나 불굴의 의지로 작곡을 계속, 2003년 '교향곡 제1번 히로시마'를 완성하며 '현대의 베토벤'으로 불리게 됐다.
비핵화의 희망을 담은 '히로시마'는 2008년 초연, 2011년 일본 콜롬비아 레코드의 음반으로 발매돼 2년간 20만장이나 판매됐다. 지난해 발표한 음반은 오리콘 종합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지난해 피아니스트 손열음(27)이 사무라고치의 피아노 소나타 제1번과 2번을 세계 초연했다. 지난해 9월 요코하마 미나토 미라이홀을 시작으로 펼친 현지 3차례 공연에서 이 곡을 연주했다. 피아노소나타 제2번은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 희생자를 위로하는 진혼곡이다. 사무라고치는 손열음의 연주를 접한 뒤 이 곡의 초연을 그녀에게 부탁했다.
한편, 그간 사무라고치를 부각시켜온 NHK 방송사는 이날 이에 대해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