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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윤재갑 디렉터, ‘아튠즈’와 함께 그라운드서울 완전체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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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지하, 지상 합 9개층 전시장 완전체 개관
지상 개관전 ‘Move-Sound-Image’, 12월 8일까지
지하 ‘리얼 뱅크시' 전시 10월 20일까지

서울 인사동의 최대 복합문화공간인 '그라운드서울(Ground Seoul)'이 완전체의 기획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해 새 생명을 얻었다. 지하 4층, 지상 5층 5000㎡ 규모로 특히 지하 4층까지 빛이 들어가는 공간인 최대의 복합문화공간이다. 본디 이손건축이 건축한 건물로 이전까지 아라아트센터로 불린 곳이다.

 

그라운드서울의 수장인 윤재갑 디렉터의 경영 방향과 기획전시에 대해 들었다. 현재 그라운드서울은 아트 컴퍼니 ‘아튠즈(Artunes, 대표 최석환)가 운영 주체로 5년간 임대 형식으로 운영된다.

 

제54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를 지낸 윤 디렉터는 중국과 인도 현대미술 전문가로, 12년간 상하이 하우아트뮤지엄 디렉터로 활약하다 올초 서울로 날아왔다. 개관한 기획전시 ‘무브, 사운드, 이미지 Move, Sound, Image’를 4개월만에 준비했다.

윤재갑 디렉터는 “그라운드서울이 작가-기획자-컬렉터들과 함께 문명의 첨예한 가장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미술계의 ‘빈 공간’으로 서울의 지적, 문화적 네트워크 일원이 되기를 열망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기획 전시도 직접할 것인지 묻자 “개관전 준비는 너무 시간이 부족해 직접 나섰지만 이후에는 국내외의 유명 기획자들에게 맡겨서 다채로운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라 말했다. 아울러 “지하 공간에서는 티켓을 판매하는 블록버스터 전시를 열고, 지상에서는 작품을 판매할 무료 기획 전시를 열어 경영상의 균형을 맞출 계획”이라면서 “이를 위해 미술관, 갤러리들과도 협업해나갈 생각”이라 덧붙였다.

 

윤 디렉터는 이번 개관전을 불과 4개월만에 준비해 성사시키면서 국내외 미술계에서 그간 쌓아온 네트워크 파워를 보여주었다. 중국의 웨민쥔, 영국의 윌리암 데럴, 일본의 린타로 하시구치, 인도의 탈루는 물론, 국내 저명 작가인 이강소, 신상호, 김기라 등 국내외 작가 17명의 회화, 조각, 설치, 행위예술 등 다채로운 현대미술 170여 점을 야심차게 펼쳐냈다. 이중 린타로 하시구치는 지난 22일 오프닝에서 먹을 이용한 액션페인팅으로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윤 디렉터는 이날 “‘과학적 이성’과 ‘예술적 상상’의 세계가 일치하는, 21세기 ‘총체 예술’로서의 현대미술을 적극 지지한다”면서 “이름처럼 '그라운드서울'이 한국의 수도 서울의 열린 예술 한마당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윤 디렉터는 그라운드서울의 1층 아트리움을 저녁 시간에도 개방해 서울의 지적-문화적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도록 힘쓸 계획이다. 기존의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오후 6시 이후면 문을 닫는 것이 늘 아쉬웠다 한다.

 

하여 앞으로 그라운드서울은 자체 기획 행사를 밤늦게까지 펼치기도 하고, 때론 주변 인사동 분위기와 어우러질 수 있도록 능동적이고 개방적으로 운영될 듯하다. 필요시 뜻있는 모임에 대여도 가능하다고 한다.

 

<지상 개관전 ‘무브-사운드-이미지 Move-Sound-Image’전>

 

‘무브-사운드-이미지’전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우주 생성의 순간, 또 예술 작품의 창조적 순간도 모두 움직임과 소리, 이미지와 연결되고 결합되어 생성된다는 점에 주목해 기획되었다.

 

이 전시는 그라운드서울 지하 4개층(지하1층~4층)에서 진행 중인 ‘리얼 뱅크시(REAL BANKSY)’와 더불어 운영되어, ‘그라운드서울’ 완전체로서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또 전시 공간의 존재 이유와 앞으로의 전시 방향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상 1층부터 4층의 전시장에는 특별한 사운드들이 들리는 가운데 동영상과 2차원의 이미지, 조각과 설치 작품이 서로 호응하고 있다. 이 전시에서는 한국현대미술사에 남을 작품들이 재현되어있다.

 

1층 전시장에서 만나게 되는 이동기는 한국 팝 아트 1세대 작가. 일본의 아톰(Atom)과 미국의 미키마우스(Mickey Mouse)를 섞어 놓은 캐릭터 아토마우스 (Atomaus)로 다양한 작품들을 내걸어 눈길을 끈다.

 

한국 실험미술 선구자 이강소가 1975년 파리청년비엔날레에서 말뚝에 줄로 묶은 닭이 멍석 주변을 돌면서 주변에 뿌려진 흰가루를 밟아서 흰 발자국으로 남긴 대표작 ‘무제75031’이 재현될 뻔했다. 아쉽게도 동물애호협회의 반대로 닭을 등장시키지 못해 현장에는 닭을 뺀 설치물과 1975년 당시 사진이 있다. 더불어 작가 특유의 행위성, 우연성을 보여주는 도자 작품, 최근작인 ‘바람이 분다’ 회화 시리즈를 소개한다.

 

이상호는 전통 도예 기법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조형미를 보인 작품들, 도자·회화·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든 실험적인 작품, 아프리카 미술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육근병이 1992년 카셀 도큐멘타에 출품했던 ‘풍경의 소리+터를 위한 눈’를 다시 제작한 동명의 작품(2024)을 다시 보는 것도 반갑다. 30여년간 수차례 다시 제작된 이 작품은 많은 전시에서 새롭게 재현되곤 하는 작품이다.

또 이 전시에서 가장 돋보이는 작품 중 하나로 5분여 길이의 김기라의 동영상 ‘세상의 저편_표준화 된 시점’(Beyond the World_Standardized Point of View)’(2018)을 꼽을 수 있다. 세종이 ‘백성과 함께 즐기고’ 싶은 마음을 담아 작곡했다는 정악 ‘여민락(與民樂)’의 느린 속도처럼 아주 느리게 진행되는 동영상 속에는 비바람 속에서 두 오누이가 누나가 쓰러진 남동생을 업고 어딘지 알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힘겹게 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작가의 어린 시절 체험을 바탕으로 했다는 이 작품은 현존하는 냉전과 분단 국가, 난민, 문화의 다양성과 정체성의 혼돈 등 ‘재난 극복’이 필요한 사회적 이슈를 은유적으로 담고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윌리암 데럴은 키네틱 아티스트로, 꽃과 자연의 움직임을 모티브로 한 역동적인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팬데믹 기간 중 경험했던 자가격리 체험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오프닝에서 멋진 퍼포먼스를 펼친 일본 작가 린타로 하시구치는 문자와 이미지의 결합을 수묵으로 보여준다. 아방가르드 미술의 영향을 받은 이 작가는 타올에 먹을 묻혀 종이에 내려치듯이 도구로 사용해 재빠르게 글을 써 내려간다. 작가는 마치 문자와 단어가 영혼을 지니고‘살아 있는 생물처럼 공기 중에 부풀어 오르고 진동한다’고 믿는다. 펑크 록, 부토 무용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영감을 얻어 독창적인 서체를 개발하는 작가이다.

 

중국작가 유에민쥔의 웃는 얼굴이 최지만의 도자기 조각으로 탄생했다. 또 최지만의 도자 작품 안팎에 유에민쥔의 해골 그림과 웃는 남자 작품이 함께 하며, 한 시대를 관통하는 고통과 해학을 보여준다.

 

인도 작가 탈루는 황궁에서 쓰이는 전통적인 장인 정신과 현대적인 주제를 결합해 조각과 설치 작품을 제작했다. 기술과 문화의 교차점을 탐구하며 사회적, 철학적 이슈를 제기한다.

 

미디어아티스트 이용백은 제54회 베니스비엔날레(2011년) 한국관 전시에서 선보인 ‘깨진 거울 Broken Mirror’(2011)와 ‘플라스틱 피쉬 Plastic Fish’(2009) 작품을 내보인다. 강한 이미지를 남기는 ‘깨진 거울’은 귀청이 찢어질 듯한 총소리와 함께 깨지는 거울을 보여주며 존재에 대해 말한다. ‘플라스틱 피쉬’는 ‘진짜’와 ‘허구’ 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박종규는 소리와 ‘노이즈’라는 개념을 통해 현대 사회의 복잡한 시스템과 인간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회화와 설치작품을 내놓았다. 수이 박은 3차원의 유기적 형태와 생체적 분위기를 창조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한 작품을 출품했다.

 

장재록은 수묵화의 현대적 해석, 동양화의 전통적인 기법과 서양 미술의 현대적인 표현 기법을 결합한 작품을 선보였고, 정성윤은 기계 장치를 활용해 인간의 욕망과 믿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또 한국계 미국 작가인 미디어아티스트 새미 리(Sammy Lee)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가상 세계를 구축해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윤재갑 디렉터는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를 역임하는 등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 온 아시아미술 전문 전시기획자다. 대안공간루프 공동 디렉터를 거쳐 2000년부터 현재까지 약 200여 회의 국내외 전시를 기획했다. 아라리오갤러리 총괄 디렉터(2005~10)를 역임했고 2012년 한국인 최초로 중국 원저우와 상하이에 위치한 하우아트뮤지엄의 디렉터로 선임돼 아시아미술의 위상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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