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4일 2,176명의 8.15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을 발표했다. 명단에는 기업 총수 등 주요 경제인 12명, 기업 임직원 19명, 정치인 및 전직 고위공직자 7명이 이름을 올렸다. 정부는 운전면허 등 행정제재 대상자 총 81만 1,978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를 함께 시행하고 모범수 821명도 가석방했다.
윤석열 정부이후 세 번째 특별사면인 이번 사면의 포인트는 ‘민생과 경제 살리기’로 중소기업인·소상공인·기업임직원 등이 상당수 포함됐고 기업 총수 등 주요 경제인이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사면 대상자 명단을 발표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번 사면은 무엇보다 경기침체의 지속과 물가 상승으로 인해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심각한 상황인 점을 고려하여 경제 살리기에 중점을 두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기업인들이 경영 일선에 복귀해 국민경제 발전에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사면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며 주요 기업인들이 사면·복권을 환영했다.
그러나 이번에 사면 복권된 재계 총수들은 주로 횡령, 배임, 경영비리, 갑질혐의 등으로 실형을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중견그룹 총수들이어서 이들이 마치 경제살리기의 주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정부와 경제단체의 시각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다 정치인과 전직 고위공직자의 경우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이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돼 이번 사면의 의미를 희석시키고 있다.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반에 근무하면서 취득한 비밀을 폭로한 혐의(공무상 비밀 누설)로 지난 5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는데 대법원 판결 3개월만에 특별사면 대상이 되었다.
사면 발표가 나자마자 김 전구청장은 “문재인 정권의 비리를 처음 고발하고, 4년 8개월이 지난 오늘에서야 온전히 명예를 되찾았다”며 “다시 강서로 돌아가겠다. 만약 당과 국민이 허락해 주신다면, 제게 남은 시간을 다시 강서구에서 더욱 의미 있게 쓰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치계에서는 “사면에 윤심이 반영되었다고 본다”며 “강서구청장 복귀보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진단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첫 특별사면은 작년 8·15 특사로 1,693명이 사면·감형·복권 조치되었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기업 총수들이 복권됐다. 정부는 이때도 '경제위기 극복'을 이유로 들었다.
윤석열 정부 두 번째 사면은 2023 신년 특별사면으로 “광복절 사면에 포함 안 된 정치인·주요 공직자를 엄선해 사면함으로써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기회를 부여하고 새 정부 출범 첫해를 마무리하며 범국민적 통합으로 하나 된 대한민국의 저력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1,373명의 사면·감형·복권을 단행했다. 이때 이명박 전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사면되었고 윤 대통령이 기밀반출혐의로 직접 기소했던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대법원에서 벌금300만원 선고유예 유죄가 확정된 뒤 불과 두 달만에 사면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번에도 대법원 유죄판결 세달 만에 사면을 단행하여 사법부를 무시하는 듯한 특별사면을 보면서 떠오른 사자성어들이 있어 사자성어로 이번 사면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윤석열 정부의 지나친 자신감이 불러온 자아도취(自我陶醉)가 안하무인(眼下無人)으로 이어져 김 전구청장의 사면과 같은 불가상성(不可想性=이해할 수 없음)한 특별사면 결정으로 자가당착(自家撞着)아니냐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고 본다.
만약 김 전구청장의 강서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꺾거나 만류하지 못해 김 전구청장이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후보자로 공천을 받게되거나 자진 출마하게 된다면, 결과에 상관없이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그때 가서 후회막급(後悔莫及)이라고 외쳐봐야 이미 만시지탄(晩時之歎)이 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만약 이번 사면에서 대통령과 정부가 과유불급(過猶不及)하지 않고 중용지도(中庸之道)를 지켜 누가 보더라도 공명정대(公明正大)하고 시시비비(是是非非)가 없는 사면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부터라도 마이동풍(馬耳東風), 방약무인(傍若無人=곁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지 말고 진정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해 나아가야 할지 심사숙고(深思熟考)해야 할 때다.
글쓴이=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연세대학교 졸업 행정학 박사
전 파이낸셜뉴스 편집국 국장전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