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시네마돋보기】 가족사 통해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 고찰한 <수프와 이데올로기>

URL복사

이념 달라도 같이 밥 먹으며 살자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평생 이해하기 힘들었던 다른 사상과 성격을 가진 어머니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가족이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디어 평양>, <굿바이, 평양>, <가족의 나라>의 양영희 감독의 차기작으로 감독의 어머니이자 제주 4.3의 피해자인 고(故) 강정희 여사의 고백을 시작으로 가족사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고찰로 이야기를 확장한다. 

 

 

제주 4.3의 피해자였던 어머니


딸과 어머니, 둘뿐인 가족에 아라이 카오루가 새로운 식구로 합류하게 된다. 어머니는 처음으로 인사오는 일본인 예비 사위를 위해 마늘과 인삼을 가득 넣은 백숙을 대접한다. 국적과 사상, 성격 모두 다른 사람들이지만 따뜻한 백숙을 먹으며 웃을 수 있게 된다. 어머니는 70년을 숨겨온 고향에 대한 가슴 아픈 옛 기억을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제주 4.3의 피해자였던 어머니가 들려주는 당시의 상황은 충격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알츠하이머로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 어머니의 기억 여정을 함께 더듬 더듬 찾아가면서 점차 어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양영희 감독의 가족사 다큐멘터리 최종편이다. 양 감독은 조총련계 재일교포 2세라는 특별한 가족사와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내왔다. 소수자로 살아야 했던 정체성 때문에 방황했던 양 감독은 가족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학 생활을 했지만 결국 ‘직면을 통한 해방’을 결심하고 직접 카메라를 들고 가족에게 포커스를 맞추면서 영화를 시작했다. 10년에 걸쳐 아버지를 카메라에 담으며 일본에 생활하는 재일 교포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디어 평양>으로 데뷔해 제22회 선댄스영화제와 제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을 거머쥐었다. 해당 작품으로 북한으로부터 입국이 불허돼 평양에 거주하는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게 되는 고초를 겪었지만 굴하지 않고 또 한 번 북한에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굿바이, 평양>을 선보이며 다큐멘터리계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평양에 살고 있는 오빠들과 조카 선화를 위해 평양을 찾을 때마다 선화의 성장 과정을 13년간 기록한 작품 <굿바이, 평양>은 재일동포의 슬픈 역사와 아픔을 녹아낸 다큐로 <디어 평양>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담았다. 첫 극영화 <가족의 나라>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25년만에 북한에서 일본으로 잠시 들어온 남자와 그의 가족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다시 한번 제 6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다.

 

 

가족들을 알아가는 과정


양영희 감독은 재일 조선인, 북송 사업 등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조명하며 이를 통해 이해하지 못했던 가족들을 알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매 작품마다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수프와 이데올로기> 또한 가족사에 담긴 한국의 역사와 기억, 기억의 상실을 통해 우리가 타인, 타 국가, 다른 시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공존하고 용서와 반성, 화해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양영희 감독은 <수프와 이데올로기>를 통해 어머니 강정희 여사의 삶을 돌아보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같이 살았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었다.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깊은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다”며, “어머니의 이데올로기,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얼마나 조국을 가지고 싶어 하셨는지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 영화의 제목에도 등장하는 ‘수프’인 닭백숙은 이 영화의 중요한 상징이다. 처음 사위를 만날 때 어머니가 만든 음식인 백숙은 나중에 사위와 딸이 함께 만들고, 그리고 사위가 장모님을 위해서 직접 만든다. 여러 재료가 어우러지는 음식이자 한국 음식이기도 한 백숙은 감독의 정체성을 의미하기도 하고 같이 밥을 먹는 존재라는 뜻의 ‘식구’를 만드는 매개기도 하다. 일본인 사위가 장모가 처음 만들어준 한국 음식을 이후에 장모를 위해 배워서 만들어주는 대목은 다름에 대한 탐구와 이해를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적도, 사상, 종교도 다르지만, 서로 미워하지 말고 상대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사이좋게 밥 먹으며 살아가자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그 의미가 모든 타자와의 관계에 확장 적용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與 차기 원내대표 주자들 발걸음 시동...이철규 출마 최대 관심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경선 일정이 다음 달 초로 확정되면서 자천타천 거론되는 주자들 발걸음에도 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차기 원내대표는 22대 국회 첫 원내사령탑으로서 192석의 거야를 상대하며 윤석열 정부의 후반기 안정적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 막중한 역할이 요구되는 자리다. 아직 출마 의사를 직접 밝힌 의원은 없지만 당내에서는 벌써 서너명의 이름이 압축적으로 거론된다.최대 관심은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의원의 출마 여부다. 이와 관련해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개인의 명예나 이익을 위해 뛰는 사람보다는 당을 잘 되게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아직 출마 여부에 관해 말을 아끼는 분위지만, 주변에서는 차기 지도부로 역할을 염두에 둔 '몸풀기'라는 시각이 많다. 이 의원은 강원일보와 인터뷰에서 "주변에서 역할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아직 깊이 고민해 보지 않았다"며 "지금은 당선자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도록 아우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4선 반열에 오른 김도읍(부산 강서) 의원도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된다. 법제사법위원장 등 원내 경험이 탄

경제

더보기
[특징주] 소프트캠프, 日 최대 IT 전시회 '재팬 IT 위크' 참가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소프트캠프는 전날부터 오는 26일까지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리는 일본 최대IT전시회 '재팬 IT 위크(Japan IT Week Spring)'에 참가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재팬 IT 위크는 일본 IT를 선도하는 기업과 전문가들이 참여해 클라우드 보안과 정보보안 등에 관련한 다양한 솔루션·서비스를 소개하고 최신 보안 이슈와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자리다. 소프트캠프는 클라우드 섹션에 '제로 트러스트 텔레워크 보안 대책'을 주제로 참가한다. 제로 트러스트 기반의 웹 격리 보안 서비스 실드게이트(SHIELDGate)를 주력 서비스로 내세운다. 실드게이트는 일본 지자체 업무 단말에서 클라우드 서비스에 사용하는 데 있어 정보보호가이드라인이 요구하는 보안 조치를 충실히 준수한다. 리모트 브라우저 격리 기술은 내부망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사용을 안전하게 돕는다. 격리된 웹 브라우저를 통해 사용 편의성과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키면서 동시에 망분리와 동일한 외부 위협 차단 효과도 제공한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 중심으로 권고하는 텔레워크도 제로 트러스트 기반으로 구현 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사용자는 마이크로소프트 팀즈(Mi

사회

더보기
의대 교수들 오늘부터 사직...정부 “사직 효력 없을 것”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전국 의대 교수들이 예정대로 25일부터 병원과 진료과정에 따라 사직을 시작한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는 의대 교수들이 법적으로 사직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에 따르면 전국 의대 교수들 가운데 일부는 이날부터 사직에 들어간다. 의대 교수들은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대해 지난달 25일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이날로 1개월이 지나 민법상 사직서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23일 온라인 총회 후 "예정대로 4월 25일부터 사직이 시작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정부의 사직서 수리 정책과 관계없이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는 국립대 전임교수의 경우 '공무원' 신분이어서 임용권자의 사표 수리가 있어야만 사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대학 총장 등 임용권자가 승인하지 않으면 사직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제출된 사직서라도 형식상 요건과 절차를 갖춰야 수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 "

문화

더보기
한 산림과학자의 집념과 끈기가 밝혀낸 아픈 역사의 민낯 <전나무 노거수는 일제의 신목이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우리 땅에 있는 전나무 노거수(老巨樹)들의 대부분이 일제에 의해 심어졌다고 주장하는 책이 출간됐다. 북랩은 국립산림과학원 출신의 산림과학자가 전국 곳곳에 있는 전나무 노거수들이 일제의 잔재임을 고찰한 ‘전나무 노거수는 일제의 신목이다’를 펴냈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의 환경은 전나무가 자생할 만한 생육조건과는 거리가 멀다. 1980년부터 약 40여 년간 산림과학을 연구하고 강의해온 저자는 우리 남부지방 곳곳의 사찰에 전나무 노거수들이 있는 것을 보고 호기심이 일었다. 이에 대한불교 조계종 24개 교구 본사와 조선 왕릉, 대관령 산신당, 이순신 장군의 사당인 통영 충렬사, 권율 장군의 묘소 및 각지의 공공시설을 답사하며 조사했다. 전나무가 가슴높이 직경 60~100cm 정도로 자라는 데는 80년에서 100년 이상이 걸린다. 저자가 답사한 각지의 전나무들 대다수의 크기가 이 가슴높이 직경에 해당했다. 즉, 이 전나무들이 사람에 의해 심어진 것이라면 1800년대 말에서 1900년대 중반까지 일제가 심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가슴높이 직경 60~69cm급의 나무가 월등히 많은 것으로 보아 일제강점기 중의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전나무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진정한 리더는 용장 지장 아닌 소통 능력 갖춘 덕장이어야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오전 용산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한 4·10 총선 결과에 대해 “취임 후 2년 동안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미흡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총선 참패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고, 192석을 차지한 야당을 향한 대화나 회담 제안 등이 없어 야당으로부터 대통령은 하나도 변한 게 없고 불통대통령이라는 이미지만 강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여당의 총선 참패는 한마디로 소통부재(疏通不在)와 용장 지장 스타일의 통치방식에서 비롯된 참사라고 평가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윤석열정부는 출범 2개월만인 2022년 7월부터 각종 여론조사기관 조사결과 윤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가 40%이하였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적 평가가 40%이하로 떨어진 시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약 3개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년 10개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년 5개월이었던데 비해 윤대통령은 2개월로 가장 짧았다. 윤정부 출범하자마자 특별히 이슈가 될 만한 대형사건들이 없는데도 역대 가장 빠른 민심 이탈의 이유는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