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기 기자] K-컬쳐가 세계에 뻗어간다. BTS의 음악과 오징어게임의 ‘스토리’가 주목 받으며 ‘한국문화 따라잡기’가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 잡아간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국문화 뿌리에는 전통공예가 함께 한다. 옛부터 우리 주변에서 실생활에 사용해왔던 많은 공예품들. 작은 조각보에서 화려함을 뽐내는 자개장까지 우리들은 멋을 ‘만끽’하는 끼의 민족이었다.
그럼에도 전통공예는 예술과 실용 그 중간에 자리하며, 지금까지 눈에 띄지않는 차별을 받아온 것이 사실. 많은 장인들은 예술가로써 눈높이가 아닌 생활품을 만드는 공인(工人)으로 대접받아 왔다. 그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이 저작권 문제.
우리 눈에 똑같아 보이는 자개장 하나하나에도 작가 고유의 시그니쳐와 아이디어가 담겨있음을 인정받기 어려웠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문제가 되었던 ‘모 특급호텔 디저트함’ 논란도 그 시작은 전통공예를 예술적 관점이 아닌 ‘공장에 납품 의뢰하듯’ 여기는 풍토에서 출발한다.
문제가 된 ‘흰색 모란 디저트함’을 창작했음에도 디자인을 도용당했다는 ‘A공방’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며 작가들 사이에
‘저작권’에 대한 공분이 있었다. 어떤 일이 있었나?
모 호텔에서 고객들에게 디저트를 서빙하며 ‘흰색 모란디저트함’을 사용했다. 그 작품은 지난 해 10월 경 B크래프트라는 공예품전문 유통업체에서 제작 의뢰를 했던 작품이다.
우리 공방의 기존 흰색 ‘모란 보석함’을 기본으로 해서 의뢰받은 사이즈를 참조하여 ‘특유의 백골(나무틀) 형태’를 잡고 흰색 바탕칠 색상과 ▲염색된 자개를 적절히 배열 ▲금색의 장석과 손잡이 등을 연결해 샘플을 완성했었다.
그럼에도 (샘플)제작과정에서 B업체의 수정작업 요청이 다른 업무에 방해가 될 정도로 과도하게 많았다. 또한 요구한 금액이 생산단가와도 맞지 않아 해당 발주건을 우리 공방에서 고사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예전 B업체가 디저트함 이전에 포도문 필함과 명함집 등 작품을 샘플만 의뢰하고 적절한 대가 지급이나 사용 허락없이 타 업체에서 양산한 경력이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샘플 작업 후 B업체에 완성된 샘플제품을 전달하며 “다른 곳을 알아보라”고 했다. 이 이야기는 우리는 작업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지 우리 디자인으로 양산을 허락하거나, 저작권을 넘긴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결국 B업체는 우리 허락없이 제품을 양산했고 이것을 특급호텔에 납품했다.
B업체에 항의는 했나? 현재 어떤 상황인가?
이 사건을 알게 된 것은 작년 9~10월 경 고객들이 우리 공방의 작품과 유사한 제품이 특급호텔에 서빙된다고 이야기를 해주어서다.
확인해보니 우리가 B 업체에 샘플링해준 것과 거의 흡사(99% 정도)한 작품으로 확인되었다. 작품 소개도 다른 작가와 업체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이후 우리 공방 홍보담당자가 이 사연을 2021년 12월 9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B업체는 글 제재 후 ‘당장 게시글을 내리지 않으면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작품을 사용한 호텔 측 홍보담당자도 우리 공방으로 연락해 SNS 게시글이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으며 호텔의 입장은 ▲실질적으로 작품을 제작한 원작자의 이름은 누구라도 상관이 없으므로 기존에 고지했던 정보의 수정이나 변경은 불가 ▲B업체와 최대한 빠르게 합의해서 게시물을 내리라는 종용이었다.
그 후 부랴부랴 나타난 B업체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살려달라’ 읍소를 했다. 그뒤 13차에 이르는 협의문 작성이 있었고 일상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협의를 종용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B업체의 일방적인 연락두절로 협상이 결렬되었다. 이런 명확한 사실이 있음에도 얼마전에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마저 왜곡한 내용의 내용증명을 보내더니 이제는 우리 공방이 ‘저작권 위반’이라며 형사고소까지 진행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런 일이 공예계에서 자주 발생한다고 들었다.
꼭 바꾸어야 하는 관행이 있다면?
제대로 된 댓가가 지불되지 않는 디자인 도용과 지식재산권의 편취는 작가에게도 피해지만, 크게보면 잘못된 정보와 문제소지가 있는 제품을 소비하게 되는 소비자나 기업 등에게도 피해가 간다.
결국엔 전통 공예 생태계 자체를 좀먹고, 나아가 자칫 소멸까지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심각한 사건들이 되풀이 되고 있다.
나전칠기를 비롯한 공예계 연세 지긋하신 장인들 대부분 이러한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거나 심지어 피해 상황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시는 경우가 종종 벌어지고 있다.
이번 기회에 공예계 전반에 대한 지식재산권 문제를 공론화 할 필요가 있다.
최근 K-컬쳐로 이름붙는 많은 분야들이 전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는 기록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나며 한국의 전통 공예, 그 중에서도 현대화의 가능성이 높고 실생활에 녹아들어 실용성과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는 나전칠기 분야 역시도 큰 저력과 가능성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나전칠기를 비롯한 전통 공예의 분야는 그 고유성과 독창성을 인정받기 쉽지 않은 면면이 있어 역으로 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만큼 공예계에서도 지식재산권이 제대로 보호받고 더 큰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돕는 제도적 장치와 지지가 필요하다.
A공방의 이 모 작가는 1978년 하던 일을 정리하고 나전칠기 작가로 활동해왔다. 40년 이상의 긴 시간 동안 나전칠기의 새로운 기법들을 개발하고, 젊은 세대에게까지 설득력이 있는 새로운 색감과 문양을 연구 현대적인 나전칠기의 개척자로써 공예업계에서 명망을 떨치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해 B업체는 “형사고소를 한 만큼 수사기관에서 진실을 밝히겠다” 입장을 밝혔다.
[편집자 주 : 인터뷰에 응해주신 A공방은 피해자로 신원이 보호되야한다는 취지로 익명으로 기사화 했음을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