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 10월 3일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에 위치한 극락정사에서는 특별한 위령제가 열렸다.
일본 교토시에 있는 조선인이총(朝鮮人耳塚)에 묻힌 영가(靈駕)들을 위한 위령제. 조선인이총은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전리품을 확인하기 위해 목 대신 베어갔던 조선인들의 귀와 코를 묻은 무덤이다. 이 무덤에 묻힌 영혼들을 고국으로 모셔오기 위한 작업을 한 스님이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극락정사의 주지인 무학스님이다.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군에게 조선 백성들을 보는 대로 사살해서 그 수급(首級)을 모아오라고 명령했는데 수급이 너무 무거워서 그 대신 귀와 코를 모으게 되었고 이에 따라 일본군은 조선에서 조선군과 민중들을 죽이고 코를 베어갔습니다. 그때 일본으로 보내진 조선인들의 코와 귀를 묻은 곳입니다. 저는 이국만리에서 고국을 그리워하는 126,000위의 영가(靈駕)들을 고국으로 모셔오기 위해 기도법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가들을 모셔오기 전에 100회의 기도법회를 진행하는데, 이날은 45회 째였다. 이날 법회에는 『삼계망령 십이만육천 조선인 귀 코 유주무주 애혼 고혼 각 열위 열명영가』 라는 문구를 내건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무학스님은 향후 영가들을 모셔놓기 위해 별도의 건물을 지을 계획이며, 그 과정에서 국토해양부와 가평군청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다고 했다. 무학스님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김정안 행복봉사회 회장은 “사실 이런 일은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인데도 불구하고 한 스님이 추진한다는 게 대단하다”고 말하고 “우리 행복봉사회 차원에서도 적극 돕겠다”고 덧붙였다.
무학스님은 평소 사회공헌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탑골공원에서 1990년에 무료급식봉사를 했던 무학스님은 45년에 이르는 수행(修行)의 세월에서 꾸준히 나눔과 봉사를 실천해왔는데, 우리 사회가 소외된 계층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베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학스님은 제주도에서도 무료급식, 무료도시락, 쑥뜸 등 봉사를 했으며 가평에 자리 잡은 뒤로는 극락정사를 중심으로 쌀 기증과 무료급식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무학스님은 특히 천도재(薦度齋)의 권위자로 통하는데, 여기서 나온 수입을 나눔활동에 쓴다.
“불교에서 사용하는 언어 중에 하심(下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마음, 자기 마음의 중심을 낮춘다는 것. 즉 상대방 보다 항상 낮은 자리에 선다는 말입니다. 겸허와 겸손이기도 하며 내 욕심을 버리고 상대를 존경하고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제가 탑골공원에서 무료급식봉사를 하면서 실천했던 게 바로 이 하심이며 보시(布施)의 정신입니다. 참된 자비는 내가 가진 것의 유무를 떠나 때와 장소, 상대를 가리지 않고 행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향후 노인들을 위한 요양시설을 건립해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는 무학스님은 “노인들이 걱정없이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좋은 시설을 세워서 노인복지 실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무학스님은 지난 9월 15일 월간 ❝리더피플❞이 창간 11주년 기념으로 시상한 ‘2021 대한민국리더대상(사회봉사부문)’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