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개혁안이 마무리 됐다. 정부는 10일 3차에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해 108개 기관에 대한 '선진화' 청사진 그리기를 마쳤다. 그러나 공기업 개혁방안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을 전후해 '신이 내린 직장'으로 통하는 공기업을 향해 칼을 높이 빼들었던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미국발 금융불안에 따라 경제 전반이 흔들리고, 해당 기관의 반발도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어 향후 집행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환경이 악화되어 민영화 일정이 늦춰지고 대상기관의 헐값 매각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지난 8월 11일과 26일 1~2차 발표에 이어 이번 3차발표로 14개 공적자금투입기관을 포함한 319개 공공기관 가운데 민영화, 통폐합, 기능조정 등 개혁 대상기관은 모두 108개가 됐다.
민영화 대상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7개 금융공기업, 14개 공적자금투입기관, 대한주택보증 등 38개 기관이다. 다만 38개에 포함된 지역난방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한전기술, 한전KPS 등 5곳은 지분 일부를 상장 등을 통해 매각한다는 점에서 민영화로 보기는 힘들다.
배국환 기획재정부 2차관은 이에 대해 "지분 매각도 민영화의 과정으로 봤다"며 한전기술과 한전KPS의 경우 시장 성숙도를 봐가며 중장기적으로 민영화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 대상은 주택공사-토지공사과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이 핵심이고 정부 산하의 각종 연구개발(R&D)기관, 진흥원 등 모두 38개 기관이며 통합작업을 거쳐 17개로 줄어든다. 여기에는 2개로 묶이는 철도공사 자회사 5곳도 들어갔다.
애초 선진화의 4개 카테고리에는 없었지만 경쟁 도입도 포함됐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경우 경쟁체제를 도입해 진입 장벽을 허문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민영화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한국관광공사,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20개 기관에서는 기능조정이 이뤄진다. 필요 없는 기능은 다른 기관으로 넘기거나 아예 없애는 게 주된 방향이다. 다만 석유공사와 광업진흥공사는 에너지자원 확보를 오히려 기능이 강화된다.
나머지 기관들은 경영효율화 대상이다. 이번에 먼저 발표된 한국전력의 경우 지점광역화를 통한 인력을 줄이기로 했고 철도공사에 대해서는 2010년까지 영업적자를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도록 노력하되, 이에 실패할 경우 민영화하기로 했다.
배 차관은 "민영화와 폐지, 통합을 통해 현재 305개인 공공기관에서 45개 기관이 감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개혁안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개혁의 배경에는 민간 경제를 활성화하고 경쟁 환경을 조성한다는 측면도 있었지만 감사원 조사 등을 통해 드러난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직원 비리, 일부 공기업의 낮은 생산성과 고임금 구조 등이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실제 대형 35개 공공기관의 2002-2007년 1인당 부가가치는 연평균 1.8% 늘었지만 인건비는 6.6%나 증가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공공기관의 올해 예산만 338조원이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이 일찌감치 공기업의 방만경영을 개혁대상으로 정조준하면서 기대치를 높였지만 개혁의 키워드는 지난 6월 '민영화'에서 '선진화'로 퇴색되고 7월에는 개혁 주체가 청와대에서 소관부처로 내려오면서 힘도 빠졌다. 실례로 한국가스공사 등 대형 공기업이 민영화 대상에서 빠지면서 애초 60개 안팎으로 알려졌던 민영화기관은 38개로 줄었다.
더욱이 여기에는 당연히 민영화해야 할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 등 공적자금투입기관 14개와 이미 민영화 방침이 정해졌던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이 포함돼 있다. 허수가 많은 셈이다. 결국 이들을 제외하고 지분매각 대상 5개 기관까지 빼면 순수하게 민영화 대상으로 새롭게 선정된 기관은 15개도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또 기보와 신보도 정부 안에는 통합 쪽으로 집어넣었지만 정치권이 최근 금융불안 상황을 들어 반대하면서 토론회 등을 거쳐 연말에 결정하기로 한 것은 통합이 이미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앞으로의 과정은 더 험난해 보인다. 금융시장의 침체, 해당기관 노조나 지방의 반발 등 암초가 곳곳에 널려 있어 추진동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해당 기관과 밀접한 관계인 소관부처가 책임을 지고 통합 및 기능조정을 추진하기 때문에 애초의 취지가 퇴색할 우려도 없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민영화의 경우 시장 상황이 문제다.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덩치가 작아져 오히려 팔기가 쉬워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해당 기관이 국민 세금을 먹고 자란 공기업이라는 점은 헐값 매각 논란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세계적으로 자금사정이 경색되면서 임자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의 경우 벌써부터 민영화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날 발표에서 한전기술, 한전KPS, 한국기업데이터 등 민영화 대상 기업의 지분 매각 시기를 2012년까지로 길게 잡아놓은 것도 이같은 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공공기관 매물이 동시에 몰리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통합 대상 기관에서는 조직적인 반발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특히 주공과 토공, 기보와 신보 등의 경우 이미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셌던 만큼 정부가 추진력을 갖고 설득하지 못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통합과 기능조정을 통한 슬림화로 인력조정이 불가피하고 민영화 과정에서 고용 불안이 우려된다는 점도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명예.희망퇴직제와 전환배치, 전직 등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감원 없이는 애초의 개혁 취지를 살리기 어려워 보인다.
주공과 토공처럼 각각 지방이전이 확정된 기관의 경우 통합법인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을 낳을 수도 있다. 정부는 이번 개혁안에 따라 44개 법률의 제.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하고 10월말까지 법안을 제출하는 한편 나머지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효율을 10%이상 높이는 것을 목표로 경영효율화 대책을 만들어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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