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봤을 땐 얼굴 안에 박명수가 있었다.
말문을 열자 펭수 목소리가 나왔다.
거침없는 입담과 할 말은 해야하는, ‘여당 속 야당’을 자처하는 쿨내 풀풀 나는 시의원.
주민들에게 웃음을 줄 땐 박명수, 시장에게 호통을 칠 땐 펭수가 보이는 문장길 의원.
서울시 행정의 문제점을 얄미울 만큼 꼬집어 대안까지 제시하는, 현장에서 어느 의원(심지어 야당의원)보다 빛나는 투사다.
[시사뉴스 오승환 기자]
“디자인보다 안전이 먼저다!”
문 의원은 공고를 나와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문 의원은 건축·기계전문가다.
탁상행정과 거리가 먼 현장·실무형이다.
기계든 건축이든 도면만 봐도 한눈에 꿰뚫어 본다.
그래서 누구보다 깊이 살펴볼 수 있다.
“제가 속한 도시안전건설위원회는 현장에서 봐야 합니다. 건축 과정, 상수도 정수 과정, 하수처리 과정 등은 문과 출신 의원들보다 자세하게 볼 수 있죠.”
“건축물을 들여다볼 때 ‘안전성’에 주목합니다. 박원순 시장이 추진하려는 ‘백년다리사업’도 마찬가지죠. 뉴욕의 브루클린브릿지를 모델로 한 것 같은데, 다리 위에 추가로 구조물을 올려놓는다는 발상은 아주 위험한 거예요. 한강대교는 건설 당시 허락된 하중만 견디도록 설계돼 있는데 다리 하나를 또 올려놓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하중은 물론 바람, 진동에 견딜 수 있는지 점검을 해야 돼요. 디자인이 먼저가 아니라.”
이렇게 신랄하게 비판하니 천하의 박 시장도 진땀을 뺄 수밖에 없다.
이쯤되면 서울시의회에서 민주당 내 ‘X맨’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안전성 말고도 역사성까지 따지고 들자 박 시장도 두 손을 들었다.
“한강대교는 정조가 수원능행 때 배다리를 놓았던 역사적인 위치입니다. 역사성과 문화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단순히 철골 구조물을 얹으려는 발상은 같은 당이라도 비판받아야 마땅합니다. 1,000억짜리 사업이라 즉각 중단시켰어요.”
도시안전건설위원 12명 중 11명이 더불어민주당이다.
하지만 문 의원 때문에 종종 10명이 된다.
“의원은 두 번 찍혀야 의원이 됩니다. 한 번은 선거 때 유권자들에게, 또 한 번은 감사 때 시장한테 찍혀야 진정한 의원이 되는 거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