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재준 기자] 10일 최첨단 빙상장으로 거듭나는 과천시민회관 실내빙상장(이하 과천빙상장)의 신화를 만든 주인공이 궁금하다. ‘얼음 관리의 장인’ 김동욱 주사, 국내에서 개최되는 세계대회 때마다 파견돼 선수들의 안전하고 향상된 기록을 위한 빙상을 만들었다.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의 실내 빙상 경기장도 그의 솜씨이다.
피겨여제 김연아가 연기했던 ‘백조의 호수’. 새하얀 은반 위에서 펼쳐진 청순하고 우아한 백조 오데트와 강하고 요염한 흑조 오딜이 표현하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몸짓은 고도의 테크닉을 요하는데, 일반 무대가 아닌 미끄러운 얼음 위에서 하기 위해서는 빙질(얼음의 표면 상태)이 매우 중요하다.
흔히 발생하는 빙질의 균열 및 이음 현상이 없어야 한다. 과천빙상장은 국내 최고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이 같은 까다로운 얼음 조건을 충족시켜왔다. 이런 이유로 1995년 개장한 이래 국내 빙상스포츠인과 애호가들 그리고 선진 빙상강국의 지도자들의 사랑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그리고 이같은 빙질을 만든 일등 공신이 ‘얼음 관리의 장인’ 김동욱 주사이다. 그는 1955년생 서울 뚝섬 출생으로 이미 정년 퇴임을 한 상황, 그러나 국보급의 얼음 관리 기술력 지닌 그를 빙상인들이 놓아주질 않아 강제(?) 재취업 중이다. 현재는 과천빙상장 뿐만 아닌 전국 빙상장을 누비며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다.
5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 역할을 해야 했다. 중학교 2학년때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자동차 정비일을 시작했다. 이후 1990년부터 빙질 관리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1995년 입사한 과천시설관리공단의 지원으로 캘거리 벤쿠버 등 선진 빙상장을 직접 견학하고 일하기도 했죠. 빙질은 선수의 기록과 안전에 직결된 만큼 제대로 배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김연아 열풍’으로 시작된 빙상 스포츠의 전성시대를 열은 과천빙상장. 김 주사는 이곳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피겨스케이팅 세계대회를 석권한 김연아 선수뿐만 아닌 아시안게임 여자 싱글 최초 메달리스트인 곽민정 선수, 랭킹 1위 유영 선수, 랭킹 3위 김예림 선수도 이곳 출신입니다.”
김 주사는 자신이 만든 얼음 위에서 훈련한 선수들을 열거하며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사실 과천빙상장은 재개장 이전 명성에 못미치는 빙질 관리여건을 갖추고 있었다.
“시설자체가 미흡했죠. 얼음은 환경 온도 습도에 무척 예민해요. 자그만 실수에도 얼음은 고장이 나고 병이 나죠.”
어찌보면 과천빙상장에서 세계적인 선수와 유망주들이 지속적으로 탄생한 것은 기적처럼 보인다. 이 기적을 만들기 위해 김 주사를 비롯한 빙상관리팀은 불철주야 노력했다.
경기력 향상을 위한 우수한 얼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얼음을 얇게 겹겹이 쌓아야 한다. 링크장 바닥은 겉으로 보기엔 거대한 얼음 덩어리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30~40겹으로 이뤄져 있다. 물을 채워놓고 한꺼번에 얼리는 게 아니라, 표면을 살짝 적실 정도로만 물을 분사해서 한번에 1㎜씩 얼리는 작업을 수십번 정도 반복해 30~50㎜ 두께의 얼음을 만든다. 그렇게 해야 경기장이 수평을 이루고 기포와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좋은 얼음을 만들수 있다.
무엇보다 온도와 습도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기 쉬운 얼음 특성상 매번 달라지는 빙질의 컨디션을 감각적으로 느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얼음은 살아있는 물건이라고 할 정도로 환경조건의 변화에 의해 선수들의 경기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빙상장을 항상 최고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얼음에게 바람직한 환경을 만들어줌과 동시에 항상 정기적인 조율 및 점검을 해야 합니다.”
얼음의 목소리를 감각적으로 느껴야 하는 그의 직업. 마치 피아노의 음을 맞춰주는 조율사와도 닮아있다. 이런 소감을 들려주자 그의 표정에서 하회탈처럼 소탈한 웃음이 번져간다.
“빙상장은 겨울에만 찾는 것이 아니거든요. 여름에도 즐길 수 있으세요. 빙상인 여러분, 과천빙상장이 꽃단장 했습니다. 많이 사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