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기연 기자]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이었을까. 팬들의 야유를 받으며 빅리그 무대를 밟은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데뷔전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설움을 날렸다.
김현수는 11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 경기에 9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시범경기 동안 타율 0.178(45타수 8안타)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 김현수는 개막 로스터 진입이냐, 마이너리그 강등이냐를 놓고 구단과 마찰을 빚었다.
시즌 개막도 하기 전에 팀내 분란을 일으킨 김현수에 대해 팬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홈 개막전에 앞서 팬들 앞에 인사하는 자리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지난 2월 볼티모어에 입단할 당시만 해도 '한국산 타격기계'로 주목을 받으며 올 시즌 주전 좌익수 감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불과 한 달여만에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하는 듯 했다.
개막 후 4경기 연속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김현수는 팀이 4연승 하는 동안 경쟁자 조이 리카드의 활약을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절치부심 기회를 기대리던 김현수는 5경기 만에 선발 출전의 기회를 잡았다.
첫 타석부터 적극적으로 나선 김현수는 빗맞은 타구가 상대 투수와 3루수 사이로 향하자 1루로 전력 질주했다.
두 번째 타석에서 상대 수비 시프트에 걸리며 아쉽게 물러난 김현수는 세 번째 타석에도 내야 깊숙한 곳으로 타구를 보내며 내야안타를 만들었다.
비록 외야로 뻗어나가는 깔끔한 안타는 아니었지만 살아 나가기 위해 전력으로 달리는 김현수의 모습에서 간절함과 동시에 집념이 엿보였다.
김현수는 경기 후 볼티모어 지역언론 볼티모어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개막전 행사에서 홈팬들에게 야유를 받았던 것에 대해 언급했다.
김현수는 "경기에 출전하면서 더 이상 야유를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면서 "관중들이 박수를 쳐줘서 마음이 한결 가벼웠고 그것은 내게 있어 좋은 출발이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첫 안타를 때려내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며 "아직 격차가 있는데 스스로를 개선하고 더 낳은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벅 쇼월터 감독은 "그동안의 일을 떠나 팀 동료로서 김현수가 성공하고 팀 승리에 기여하는 것을 보고 싶었다"며 "첫 출전이어서 어려운 부분도 있었겠지만 김현수의 오늘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만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현수는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어 매우 행복하다"며 "그것이 행운이든 그렇지 않든 팀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의 다하겠다"고 말했다.
데뷔전 활약을 통해 야유를 박수로 바꾸는데 성공한 김현수가 앞으로 꾸준한 출장 기회를 통해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