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중국 슈퍼리그 구단들이 천문학적인 거액을 들여 유럽 리그의 유명선수 쇼핑에 나선 것은 세계 축구계에 부는 '파워 시프트(권력 이동)'를 반영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의 스포츠전문채널인 ESPN은 3일(현지시간) 중국 슈퍼리그 소속의 프로축구 구단들이 지난 몇주간 거액을 들여 유럽무대에서 뛰는 유명 선수들을 잇달아 영입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같이 분석했다.
중국 프로축구 구단이 최근 영입한 유럽 빅리그 선수들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잭슨 마르티네스(광저우 에버그란데)와 잉글렌드 첼시의 하미레스(장쑤 쑤닝) 등이다.
콜롬비아 국가대표 선수인 잭슨 마르티네스는 4200만 유로(약 557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광저우로 이적했으며, 브라질 출신의 하미레스는 2000만 유로(약 266억원)에 장쑤 쑤닝으로 옮겼다.
ESPN은 임박한 대형 빅딜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중국의 유럽 리거 영입이 '찻잔속의 태풍'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리버풀행이 무산된 샤흐타르 도네츠크 소속의 알렉스 테세이라가 장쑤 쑤닝과 이적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그의 이적료가 5000만 유로(약 664억원)에 달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언급했다.
중국 슈퍼리그에서 이같은 흐름을 주도하는 팀은 광저우 에버그란데다. 이 팀은 이미 2010년 브라질리그 최우수선수인 다리오 콘카와 월드컵 우승 경력을 지닌 이탈리아의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영입해 화제를 몰고 왔다.
놀라운 점은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비유럽권의 최대 리그로 부상중인 중국에서 선수영입에 거액을 쓰는 유일한 팀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ESPN은 지적했다.
ESPN은 에버그란데 그룹이 선수 영입에 거액을 쓰는 배경으로 광저우 구단의 중국 증시 상장, 사업 포트폴리오의 확대를 꼽았다.
중국 증시에 최근 상장된 구단은 그 가치를 유지하고 스폰서를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으로 거액을 들여 유명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마윈이 이끄는 중국의 알리바바는 2014년 이 팀의 지분 절반을 1억9200만 달러를 들여 사들인 바 있다.
ESPN은 광저우의 유럽 선수 쇼핑은 부동산시장 침체에 부심하는 모그룹의 포트폴리오 전략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광저우 구단을 소유하고 있는 에버그란데 그룹은 축구단을 운영해 얻은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지난 2년간 생수사업, 아기용 밀크 파우더 시장, 음악 산업 등에 진입했다.
이는 에버그란데 그룹의 주력 분야인 부동산이 여러 도시에서 침체하고 있는 데 따른 장기 생존전략의 일환이다. 신규 진출 분야가 소비재 산업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ESPN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축구 사랑을 다룬 보도들이 다소 과장됐을지 모르지만, 제조업에 기대고 있는 중국경제의 체질을 바꾸려하는 욕망은 현실에 존재하는 실체라고 분석했다.
스포츠와 음악, 영화 산업 등이 중국에서 거세게 부는 이같은 탈 제조업 흐름의 핵심이다. 중국 프로구단들의 선수 사냥은 모기업의 전략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ESPN은 “유럽 축구의 행정가들은 중국에서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주시하기를 원할 것”이라며 “그들의 클럽 축구 독점도 마침내 도전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