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빅보이' 이대호(34)가 "돈 보다는 꿈이 우선"이라는 신념을 행동으로 보였다.
시애틀 구단은 4일(한국시간) 이대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그를 포수 스티브 레루드와 함께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초청 선수로 합류시킨다고 발표했다.
세간의 기대와 다르게 계약 자체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마이너리그 계약이며 주전으로 활약한다고 해도 최대 400만 달러(약 48억원)밖에 받지 못한다.
지난해 이대호가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받은 연봉은 5억엔(약 50억9000만원)이다. 일본 무대 외국인 최고 연봉자였다. 그는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몸값을 했다.
이에 소프트뱅크는 이대호를 잡기 위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오 사다하루 구단 회장까지 나섰을 정도다. 일본언론들이 밝힌 소프트뱅크의 제안은 3년 18억엔이었다.
파격적인 제안에도 불구하고 이대호는 애초에 "미국 진출을 우선으로 진행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가야 한다"며 잔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해가 넘어가고 1월이 다 흘러가도록 이대호의 계약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유력한 계약 파트너로 꼽혀왔던 팀들이 1루수를 속속들이 영입하면서 이대호의 계약도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다.
소프트뱅크는 이대호에게 "잔류 가능 기한은 1월말까지"라며 언론을 통해 압박을 했다. 일본매체들은 이대호가 원하는 계약조건을 찾지 못해 다시 소프트뱅크로 돌아올 확률이 높다는 분석을 쏟아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에서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와 묵묵히 훈련을 하던 이대호는 한국과 일본에 '깜짝' 계약 소식을 전했다.
돈만 보면 이해하기 힘든 선택이다. 더욱이 마이너 계약이다. 이대호는 마이너리그 계약은 절대로 맺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지만 도전을 위해 한 발 물러섰다.
그만큼 이대호의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한 열망은 강했다.
단순히 빅리그의 땅을 밟아보고 싶다는 호기심의 수준이 아니다. 이대호는 1년짜리 마이너 계약이라도 맺은 후 실력으로 가치를 증명해내겠다는 심산이다. 주전경쟁을 넘어 성적을 낸 후 1년 뒤 대박 계약을 노린다.
낙관적인 시나리오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이대호이기에 기대가 된다.
이대호는 2011년 시즌을 마치고 일본 무대 진출을 선언했다. 롯데는 이대호에게 4년 총액 100억원 계약을 제시했다. 4년이 지나 자유계약선수(FA)들의 몸값이 폭등한 지금도 총액 100억원에 도달한 선수는 없다.
그때도 이대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택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내며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이제 이대호는 일본무대보다 더 큰 빅리그에 도전한다. 그때보다 상황이 어렵다. 우선 백업 경쟁에서 이겨내야 하고, 주전 1루수 아담 린드와도 자웅을 겨뤄야 한다.
뚝심으로 자신의 신념을 지켜왔던 이대호가 다시 한 번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