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30일(한국시간) 일본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8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에 성공한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적지 않은 문제점도 노출했다.
젊은 선수들이 심술 궃은 날씨처럼 시시각각 달라지는 그라운드 상황에 노련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수비 불안을 노출하는 등 휘둘리는 모습을 보인 것은 본선을 앞두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토너먼트 첫 경기였던 요르단과의 8강전은 아직 팀이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위기속에 경기를 조율한 든든한 리더 부재라는 신태용호의 아킬레스건을 그대로 노출했다.
한국은 문창진(23·포항)의 선제골로 전반을 1-0으로 마쳤다. 45분 간 요르단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이대로만 지속된다면 대량득점까지도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 들어 와르르 무너졌다. 압박의 수위를 높인 상대의 예기치 못한 변화에 완전히 페이스를 잃었다. 부심의 오프사이드 오심과 요르단 선수들의 떨어지는 골 결정력이 아니었다면 이 경기는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될 뻔 했다.
비슷한 장면은 일본과의 결승전에서도 되풀이됐다. 후반 20분까지 한국은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선보였다. 권창훈(22·수원)과 진성욱(23·인천)의 연속골이 터진 뒤에도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잡으면서 낙승을 예고했다.
후반 22분 야지마 신야의 전진패스를 아사노 다쿠야의 만회골이 터지면서 미묘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급기야 한국은 불과 1분 뒤 야지마에게 동점골까지 헌납했다. 아사노의 역전골이 터진 시간은 후반 36분. 한국은 14분 사이에 세 골을 빼앗겼고 우승컵은 결국 일본의 손에 넘어갔다.
경기를 하다보면 위기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한 경기에 팀의 생사가 교차하는 토너먼트라면 더욱 그렇다.
경기 중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감독 홀로 컨트롤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필드에서 중심을 잡아줄 이른바 '그라운드의 리더'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신태용 감독은 무엇보다도 수비진의 불안에 신경이 쓰이는 모습이었다. 그는 일본전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수비에서 선수들을 리드할 수 있는 이가 필요하다"며 실력과 경험을 겸비한 수비수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설명했다.
마땅한 후보자가 없다면 와일드카드 중 한 명을 수비수로 선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올림픽 대표팀에는 연제민(23·수원)과 송주훈(22·미토 홀리호크)이라는 두 센터백이 중심을 잡고 있지만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신 감독은 와일드카드에 대해 "어느 선수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적은 없다. 한국에 들어가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낀 상황.
하지만 본선에서 만날 상대들의 수준이 아시아권 팀들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경험 많은 수비수의 선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