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처음 보고 안 좋은 선입견이 생겼다."
신태용(46)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처음 본 황희찬(20·잘츠부르크)은 인상적인 선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심지어 그저 그런 선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신 감독에게 황희찬은 완벽한 전력 외 선수였다.
신 감독은 28일(한국시간) 대표팀 숙소가 마련된 카타르 도하의 한 호텔에서 국내 취재진들과 만나 황희찬의 선발 비화를 털어놨다.
신 감독이 황희찬을 처음 본 것은 지난해 19세 이하 대표팀의 연습경기에서다.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를 찾은 신 감독의 눈에 들어온 황희찬은 다듬어지지 않은 반쪽짜리 선수에 불과했다.
신 감독은 "공격할 때는 너무 좋은데 수비는 전혀 안 한다. 그러면 나머지 선수들은 공만 뺏다가 경기가 끝난다. 너무 배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희생정신을 강조하는데 생각이 완전히 다른 선수라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 경기 후 신 감독은 황희찬을 완전히 머릿속에서 지웠다. 황희찬이 신 감독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것은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
올림픽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신 감독은 선수층 강화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 때마침 오스트리아에서 뛰고 있던 황희찬이 눈에 들어왔다.
신 감독은 "직접 경기를 지켜보니 괜찮다고 느껴졌다. 나이는 어리지만 확인을 하려고 했다. 호주와의 평가전(2015년 10월)을 앞두고 면담을 실시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마인드의 선수가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면담에서 신 감독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주문한 내용은 수비 가담이다.
신 감독은 "희찬이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웨인 루니를 참 좋아한다'고 말했다. '루니는 공을 빼앗겨도 우리 골대까지 추격해 다시 공을 쟁취한다. 현대 축구는 공격수는 공격만 하고 수비수는 수비만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신 감독의 지시에 황희찬이 곧바로 응답했다. 호주와의 평가전에 나선 황희찬은 신 감독에게 무언의 항의라도 하듯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다. 신 감독의 선입견은 보란듯이 깨졌다.
"'애가 달라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신 감독은 "코치를 통해 섬세하게 확인하고 잘츠부르크에서 어떻게 운동을 했는지 들은 뒤 확신이 섰다. 우리 팀의 핵심으로 만들겠다는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대표팀에 합류한 황희찬은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2016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챔피언십을 통해서는 한국 축구를 책임질 기대주로 눈도장을 찍었다.
신 감독이 선입견을 버리지 않았다면 황희찬은 여전히 축구팬들의 관심을 받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 감독은 팀을 위해 자신의 고집을 꺾었고 황희찬은 이번 대회를 통해 신 감독의 믿음에 보기 좋게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