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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진·방준석, 위로와 공감의 노래선물…방백 '너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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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서울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또 하나의 백그라운드뮤직(BGM)이 생겼다. 대중음악계에서 '천재'로 통하는 백현진(44)과 방준석(46)이 결성한 프로젝트 듀오 '방백(bahngbek)'의 첫 앨범 '너의 손'이다.

서울에 사는 어느 사람을 따라가는 한 편의 영화처럼 들린다. 음악의 시각화다. 공감각적이다. 트랙 순서는 누군가의 일상을 추적하는 듯하다. '방향'을 잡고 나가기 위해 '다짐'을 하고 '어둠' 속에서 처절한 '심정'을 움켜 잡다가 '변신'의 마음가짐으로 '한강'에서 성토한다. '귀가'를 하다가 '바람'에 이끌려 허무와 부질없는 몽환적 탄식인 '아송'을 외치다 '동네'에서 '정말'로 삶을 자각하게 되는…. 서울 곳곳의 풍경을 아무렇지 않게 담아낸 이윤기 감독의 영화 '멋진 하루'(2008)의 기운을 '너의 손'에서도 찾았다.

 '백현진 위드(with) 방준석'의 줄임인 팀명이 '방백(傍白)'으로도 들리는 이유다. 연극에서 등장인물이 말을 하지만 무대 위의 다른 인물에게는 들리지 않고 관객만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약속돼 있는 대사가 방백이다.

 '너의 손'은 청자의 경험에 의해 저마다 다르게 체화되며 각자의 이야기를 만든다. 그래서 굳이 서울에 사는 사람들만의 노래는 아니다.

백현진, 방준석, 그리고 참여 세션의 면면이 서울을 주무대로 삼고 있어 그런 느낌이 배어 있을 뿐 도쿄나 뉴욕에 살고 있으면 그곳의 공기가 녹아들어갈 것이다. 작은 따옴표 속 단어들은 '너의 손'에 실린 트랙 제목인데 모두 두 글자다. 시인이기도 한 백현진의 시적 감각이 조신한 유머를 안고 살짝 깃들어졌다.

백현진은 "서사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방준석 역시 "앨범 작업을 할 때 정하고 시작한 것은 전혀 없었다"고 확인했다. 백현진은 "막연한 대상이었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는"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대중음악계에서 개성 강한 뮤지션을 거명하라면 항상 수위에 꼽히는 인물들이다. 영화음악감독 장영규와 함께 아방가르드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로 활동하는 백현진은 음악·영화·배우·미술 등 영역을 넘나드는 전방위 예술가다.

방준석은 대중음악계 전설로 통하는 블루스 모던록 가수 이승열(46)과 함께한 2인 밴드 '유앤미블루' 활동과 '공동경비구역 JSA' '베테랑' '사도' 등 영화음악 작업을 아우르는 기타리스트 겸 음악감독이다.

이들은 1990년대부터 서로를 알아왔고, 간간히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2014년 영화 '경주' OST 타이틀곡 '사랑'으로 이미 공개적으로 합도 맞췄다.

그럼에도 방백으로 묶이는 첫 앨범에 대한 기대는 컸다. 방준석은 "이 합은 하기 싫은 것은 당연히 안 하는 합"이라며 "남을 고려하고 배려를 한다고 했지만, 우리가 재미가 없으면 제동이 걸렸다. 우리도 좋고 듣는 분들도 좋았으면 했다"고 전했다.

기술적으로 둘의 접점을 찾으려 한 것은 아니다. 백현진은 "교집합도 아니다. 갸우뚱거릴 정도의 조합일 수 있는데 물리적인 시간만 3년 이상 걸렸다"고 했다.

방백이라는 이름 아래 작업을 한 것 자체가 굳이 새롭게 만드려는 노력 없이 다름을 불러들였다. 백현진은 "새 술은 새 부대에"라며 웃었다.

김오키, 림지훈, 서영도, 손성제, 신석철, 윤석철, 고상지 등 내로라하는 세션들이 힘을 보탰다.

방준석은 "세션의 화려함을 지향한 건 아니다"며 "연주를 너무 잘하는 분들이지만, 연주력만 가지고 함께 하고자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태도와 마음에 대한 앨범으로 읽힌다. 전위적이고 아티스적인 음악을 할 것이라는 백현진, 방준석의 음악을 생각하면 놀랄만큼 편안하게 들린다. 그러나 쉽게 들린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 태도와 마음이 조금 더 여유롭고 너그러워졌다고나 할까.

백현진은 "태도, 마음은 식상한 것이고 옛날 것이라는 인식이 있을 수 있는데 방백의 작업을 토대로 그 속성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느끼는 분이 있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나이를 더 잘 먹어서 그 순간에 어떤 앨범을 냈을 때 그 시점에서 걸맞었으면 했다."

방준석도 "지금 이 시점에서 담고 싶었던 것이 담겼을 것이다. 의도한 것이 아니고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지금 담길 수 있는 기운 그런 것"이라고 동의했다.

 '너의 손'을 듣고 일상의 BGM이라고 느끼며 위로를 받은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동시대를 살면서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뮤지션'이 어딘가에 있다는 안도감 같은 것이다.

백현진은 "누구에게는 고마움일 수 있고, 누구에게는 위로일 수 있고. 이 앨범이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는 건 청자의 몫"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 앨범을 잘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유용한 물건이 됐으면 좋겠다는 거지."

결국 방백이라는 이름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백현진은 "나랑 준석이 형이 말하는 것을 (앨범에 참여한 베이시스트인 서)영도 형이 못 들을 수 있고 청자만 들을 수 있다. 우리들에게는 없는 것일 수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이 물건을 유용하게 잘 써달라고 할 수 있다. 하하. 여러분들의 것입니다라는 거지."

앨범 제목이 '너의 손'이라는 명분이 명확해진다. 백현진은 "말 그대로 본인들에게만 들을 수 있는 그 무엇이 됐으면 한다. 우리에게 혜택이 없더라도 상관 없다"고 분명히 했다.

무엇인가 바라는 의도와 억지가 없으니 들으면서 자연스레 마음이 절로 데워진다. 백현진은 "이런 시절에 날카롭고 건조한 것을 드러내는 것도 좋다. 그런데 팝 뮤지션으로서, 대중가요 종사자로서, 이 문맥에서 따듯한 물건을 만들어내고 싶었다"며 눈을 빛냈다.

방준석은 "현진이가 '너의 손'에 대해 입소문을 내달라는 건 그 온기를 전하려는 마음이다. 우리 결과물을 우리에게 대가로 돌아오지 않는 방법으로 들을 수 있다. 다만 그런 부분들이 우리 공연에 오는 초대장이 됐으면 하는 거지."

방백의 공연은 따뜻함을 넘어 현장에 가지 못하면 느낄 수 없는 뜨거움,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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