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극단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IS)'가 리비아 동부 원유 시설을 3일째 공격하며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IS는 지난 4일 리비아 최대 원유 수출항인 시드라의 원유 터미널 인근에서 경비원과 총격전을 벌이고 라스 라누프의 원유 저장 탱크를 불태우며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리비아 정부와 관련 기관·업체가 정확한 피해 상황을 조사 중이다.
리비아 정부 관계자는 이날 최소 5개의 원유 탱크가 불에 탔다고 밝혔다. 알리 알하시 리비아 석유시설 경비부대(PFG) 대변인은 시드라 원유 터미널과 라스 라누프에 있는 저장고 4곳이 불에 탔다고 전했다. 리비아 석유공사(NOC) 대변인은 시드라와 라스 라누프에서 각각 5곳, 2곳의 원유 저장고가 불에 탔다고 말했다.
화재는 폭격과 IS 조직원·원유 시설 경비원의 총격전으로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경비원 최소 9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쳤다. PFG는 현장에서 IS 조직원 시신 30구를 발견했고 IS의 군용 탱크 등을 빼앗았다. 또한 IS 조직원 일부를 인근에 있는 빈 자와드 마을로 쫓아냈다.
저장고 폭발 등 추가 위험 때문에 소방관들이 원유 시설 내부로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태가 악화하면서 IS가 리비아 북부 지역에 장기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IS의 원유 시설 공격은 리비아 국가 재정의 기반을 파괴함으로써 앞으로 출범할 단일정부의 경제력을 무너뜨리고 리비아 통제권을 쥐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리비아의 2개 임시정부는 지난해 12월 단일정부를 구성하는 안에 합의한 바 있다.
IS의 위협이 거세지자 원유 관련 기관들은 신속한 단일정부 구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NOC 사장은 6일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 "단일정부와 통합 군대를 신속히 출범해 평화로운 국가를 만들고 천연 자원을 보호하라"고 요구했다. PFG 대변인은 리비아 내 테러리즘을 격퇴하는 단일정부의 노력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원유 생산은 리비아 국가 수출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정부 재정의 75% 가량을 담당하는 주요 수입원이다. 리비아는 아프리카 최대 규모인 480억 배럴 상당의 원유를 보유하고 있다.
리비아는 하루에 150만 배럴까지 원유를 생산했던 적도 있지만, IS를 포함한 리비아 내 무장 단체들이 원유 시설을 장악하려고 충돌을 빚으면서 원유 생산량이 2011년에 비해 4분의 1 이하로 줄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리비아 경제가 "큰 위험(great risk)"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IS가 시리아와 이라크의 원유 시설을 운영했던 전략을 리비아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S는 이라크 서부 지역을 점령하던 초기에도 송유관 등 원유 시설을 파괴하는 전략을 취했다. 원유 시설이 심각하게 손해를 입어 정부 측에서도 더 이상 보호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때쯤 IS가 해당 지역을 차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