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임기 마지막 해를 시작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총기규제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총기 문제가 미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총기 규제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과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지만, 공화당 후보들은 벌써부터 행정명령을 무효화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일단 총기규제 강화 조처가 시작된다 해도 막강한 조직력과 자금으로 대선 판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미총기협회(NRA)가 버티고 있는 만큼 이행이 순탄치 만은 않을 전망이다.
양당을 통틀어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인 클린턴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총기 구매자에 대한 전면적인 신원 조회 의무화를 오래 전부터 지지해 왔다.
클린턴 후보는 총기 소유 권리를 명시한 수정헌법 2조를 존중하면서도 범죄 가능성이 있는 자들의 총기 보유을 규제하는 '상식적인' 총기 개혁을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클린턴 후보는 민주당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정치적 유산을 계승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이번 행정명령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며 지지율 모으기에 힘을 쏟을 것으로 기대된다.
샌더스 후보는 클린턴 후보와 비교할 때 총기 규제 문제에 다소 온건한 입장이다. 그는 지난 1993년 버몬트주에서 신원조회를 통과한 이들에게만 총기 소유를 허가하는 '브래디 법'에 여러 차례 반대표를 던진 전력이 있다.
샌더스 후보는 각주가 개별 여건에 맞는 총기 규제 정책을 이행하되 범죄자나 정신 질환자의 총기 보유를 예방하기 위해 연방 정부 차원에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최근 유세에서 20여 년 전에는 총기 보유 권리가 중요한 이슈였지만 총격 사건이 잇달면서 상황이 변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격용 총기 보유 금지와 총기 구매자 신원 조회 확대를 강조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조치를 지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화당 선두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총기 소지권에 대한 강력한 지지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예고한 직후 자신이 당선될 경우 이를 즉각 취소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후보가 막무가내로 총기 규제를 반대하는 것만은 아니다. 과거 그는 개괄적인 규제를 반대하되 공격용 무기 보유 금지와 총기 구매시 대기 기간을 조금 더 연장하는 방안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모든 총기를 압수하려 든다면 선량한 시민들만 총기를 내놓고 범죄자들이 활개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총기 문제에 대한제한적인 규제조차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었다.
트럼프 후보를 추격 중인 테드 크루즈 후보(텍사스주 상원의원)는 미국에서 총기면허 소지자가 가장 많은 텍사스 출신답게 NRA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크루즈 후보는 총기 소지는 단순히 사냥이나 사격 연습 같은 활동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과 생명, 나아가서는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권리라고 주장한다.
마르코 루비오 후보(플로리다주 상원의원) 역시 수정헌법 2조를 '미국 민주주의의 주춧돌'이라고 표현할 만큼 적극적인 총기 옹호론자다. 그는 총기 문제의 원인이 총기 자체가 아니라 폭력이라고 본다.
흑인 외과의사 출신인 벤 카슨 후보도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이들을 제외하면 총기 소유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인구가 많은 도시에서는 반자동 총기 소지를 제한해야 한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 주지사 등 공화당의 타 군소 후보들 역시 총기 소유 권리를 옹호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 남용을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