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국내 대기업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은 4일 신년사를 통해 미래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올해 글로벌시장 판매 목표를 813만대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820만대보다 7만대 줄어든 것이다.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 전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최근 세계 경제는 중국의 경기 둔화와 저유가,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시장의 불안 등으로 저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그룹의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미래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해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보기술(IT)과 자동차기술을 융합한 미래 기술 개발 역량을 더욱 강화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구본무 LG 회장도 이날 "산업의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며 "위기 극복과 지속 성장을 위해 근본적이고 선제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자와 화학 등 주력 산업이 신흥국의 도전을 받으면서 산업 구조상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고, 혁신 기업들은 이전과 다른 사업 방식으로 경쟁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자칫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성장은 고사하고 살아남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 회장은 "우리의 역량을 철저히 분석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며 "자동차 부품과 신에너지 분야처럼 성장 가능성을 봤다면 자원을 집중해 과감히 치고 나가 남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창수 GS그룹 허창수 회장은 선택과 집중을 제시했다. 허 회장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역량이 부족한 분야는 과감히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저성장 추세가 지속되고 국제 유가와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대외적 경영환경이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허 회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기업이야말로 진정한 실력과 경쟁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외부환경 변화를 이겨내고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지금은 숲보다도 나무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내실 다지기를 강조했다.
김 회장은 "작은 구멍 하나에 거대한 배도 침몰할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모두 긴장감을 높이고 환율·금리·유가와 같은 대외 변동성을 예의주시하며 예상되는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삼성그룹은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입원한 이후부터 시무식을 하지 않고 있다. 신년사도 발표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요 계열사와 간담회를 통해 신년 계획을 보고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경기 용인 기흥사업장, 삼성전자 부품(DS) 부문,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를 둘러봤다. 오후에는 경기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IT 모바일(IM), 삼성SDS에서 업무 보고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5일에는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을 비롯해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금융 계열사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