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슬람교 시아파 지도자 등을 테러혐의로 처형한데 격분한 이란 시위대가 3일(현지시간) 테헤란의 사우디 대사관에 난입해 불을 지르고,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보복'을 경고하는가 하면, 사우디 측도 테러공격을 지원한다고 반발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이란 반관영 ISNA 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당국이 시아파 지도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의 사형을 집행했다고 발표하자 극도로 분노한 이란 시위 군중이 이날 일찍 사우디 대사관에 강제로 밀고 들어가 방화하고 지붕에서 규탄 전단을 뿌렸다.
하메네이는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알님르에 대한 사형집행을 강행한 사우디가 '신이 내리는 보복'에 직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사우디 측은 이란이 알님르의 처형을 비난함으로써 테러를 지원해온 진면목으로 드러냈다고 반박했다.
시위 군중이 사우디 대사관에 진입해 난동을 벌이자 이란 경찰청장인 호세인 사제디니아 장군은 현장으로 달려가 경찰을 지휘해 시위대를 사우디 대사관에서 몰아내 해산시켰다.
그래도 군중은 사우디 대사관 밖에 운집해 반사우디 구호를 외쳤으며, 일부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을 대사관에 던져 건물에 불을 내기도 했다.
사제니디아 장군은 반관영 타스님 통신에 "시위자 몇몇이 사우디 대사관에 진입했지만, 현재 모두 대사관 밖으로 끌어냈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군중이 대사관 앞에 모여 있다"고 전했다.
다만 사우디 대사관에 난입한 시위대 여러 명이 체포됐으며, 대사관 밖 상황이 상당히 진정됐다고 사제니디아 장군은 덧붙였다.
앞서 이란에선 시위대가 전날 동북부 마시하드의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가 불을 질렀다.
하메네이는 알님르 문제 말고도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예멘에서 시아파 반군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사우디의 동맹국인 바레인에서 시아파 주민에 대한 박해가 자행되고 있다고 질책했다.
또한 하메네이는 트위터에 "탄압을 받고 순교한 셰이크 님르가 부당하게 흘린 피는 급속히 영향을 끼쳐 사우디 정치인에는 신에 바치는 복수가 내려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란 측은 사우디가 알님르를 사형 집행함으로써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사우디 대사관 당국자를 불러 항의했다.
사우디도 이란대사관 고위 관계자를 초치해 항의한 것은 물론 외무부 성명을 내고 이란이 "맹목적인 종파주의에 빠졌다"며 "테러행위를 비호하고 나서 역내 전역에서 일어나는 테러범죄의 공범자인 사실을 만천하에 보여줬다"고 공격했다.
알님르의 처형 소식이 전해진 후 시아파 종주국을 자처하는 이란과 다른 시아파 국가에선 사우디 당국을 비판하는 격렬한 항의 활동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국제사회는 시아파와 수니파 간 격렬한 종파 갈등 우려하고 있다.
수니파 진영을 주도해온 사우디가 이란과 대립하는 것은 중동 정세를 한층 불안정하게 만들 위험성이 크다.
미국 정부는 2일 사우디가 알님르를 포함한 47명을 집단 처형함으로써 시아파와 수니파 간 종파 대립이 격화할 것을 걱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무부 존 커비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사우디 정부에게 인권 존중과 보호의 요청을 재확인하겠다"며 대량 처형을 비난했다.